절미운동 통해 ‘저축붐’ 조성…‘잘사는 운교마을’ 만들어

입력 : 2019-06-03 00:00
복태봉 전 전북 남원군농협 조합장이 운교마을역사관 앞에서 과거를 떠올리며 미소 짓고 있다.

[상호금융 50년 산증인을 찾아] 복태봉 전 전북 남원군농협 조합장

공제사업과 절미저축 연결시켜 결혼 등 대소사 때 쌀·돈 지급

고리채 해소 위해 현물융자 도입

“고생했지만 농협의 성장 뿌듯”
 



산 위에 걸쳐진 구름이 다리 같아 ‘운교(雲橋)’라는 이름이 붙은 마을. 전북 남원시 대산면 운교리에는 농협운동과 새마을운동을 선도적으로 이끌며 100년 가까이 마을을 지켜온 고목(古木) 같은 사람이 있다. 바로 복태봉 전 남원군농협 조합장(96)이다.

1956년부터 이동조합운동을 시작해 1959년 운교리조합을 설립한 후 20여년간 농협운동에 헌신한 복 전 조합장은 상호금융은 물론 한국 농협의 ‘산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운교리조합을 일으킨 뒤 1970년 8개 이동조합이 합병된 대산단위농협 조합장을 거쳐 1973년부터 군조합 이 중앙회로 개편된 1980년까지 남원군농협 조합장을 지냈다. 그동안 그가 추진한 사업은 구판장(연쇄점)·도정공장·기와공장·공동취사장·비닐우산공장·농기구센터·공동목욕탕·비육우사업 등 이루 다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5월말 운교마을역사관에서 만난 복 전 조합장은 “농민들이 숙명처럼 여기던 가난을 몰아내기 위해 농협운동을 시작했다”며 기억을 더듬었다. 옛 조합 건물에 조성된 운교마을역사관에는 그의 활약상과 마을의 변천과정을 담은 사진·상패·생활도구들이 전시돼 있다.

“좀도리(절미·節米의 사투리)라고 알아요? 부녀자들이 밥을 할 때마다 한숟갈씩 쌀을 항아리에 모았는데 우리 조합이 아주 모범적이었지.”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는 상호금융이 본격적으로 도입되기 전부터 신용사업에 관심을 쏟았다. 그는 농민들에게 저축정신을 길러주고 농협의 자기자금을 늘리는 방안으로 절미저축 같은 신용사업을 한발 먼저 추진했고, 상호금융의 도입은 이같은 신용사업을 확대하는 계기가 됐다. 운교리조합은 1969년 상호금융을 처음 도입한 150개 시범농협 가운데 하나다.

그러나 당장 끼니를 걱정하는 사람들에게 저축을 권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가가호호 찾아다니며 설득을 하고 절미저축을 공제사업과 연결시켰다. 한술씩 모은 쌀을 매월 공제사업계금(공제저축)으로 납부한 조합원에게 결혼·진학 등 대소사 때 쌀이나 돈을 주는 것이다. 이같은 절미운동은 큰 호응을 얻어 저축붐을 일으킨 것은 물론 당시 허례허식이 많았던 관혼상제의 간소화에도 도움이 됐다.

고리채 해소에 일조한 것은 현물융자였다. 당시 농촌에는 연 50%가 넘는 고리채가 성행했는데, 조합의 자금으로 쌀 70가마를 매입해 조합원들에게 연 25%의 저리로 쌀을 융자해준 것이다.

이처럼 다양한 사업을 통해 남원에서 가장 못살던 마을이 가장 잘사는 마을로 거듭나면서 매년 1만여명이 마을을 찾았다. 또 복 전 조합장은 전국의 연수원·교육원 등에서 사례를 전파하며 협동조합 전도사가 됐다. 특히 1972년엔 박정희 전 대통령 앞에서 농협을 통한 새마을운동 성공사례를 발표하고 국민훈장 석류장까지 받았다.

운교리조합에서 출발한 대산농협은 1990년 남원농협(조합장 박기열)으로 합병돼 현재는 대산지점이 됐다. 조합원이 7000여명에 이르는 남원농협은 5월말 기준 예수금 6500억원, 대출금 5120억원의 대규모 조합으로 성장했다. 이제 상수(上壽)를 바라보는 그에게 농협의 이러한 변화는 어떤 의미일까.

“농협운동을 하면서 갖은 고생을 다 했는데 그 고생을 지금 누가 알겠어요? 농협이 이렇게 성장한 걸 보면 뿌듯하기도 하고 만감이 교차합니다. 지금이야 우수한 지도자들이 많으니 앞으로 농협은 계속 발전하겠지요.”

남원=김봉아 기자 bong@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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