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금융 50년 산증인을 찾아] 김태영 전국은행연합회장

입력 : 2019-05-27 00:00 수정 : 2019-05-27 23:40

“농어가목돈마련저축, 장려금 재원 없어 지급준비율 인하 아이디어 내 마련했죠”

1976년 도입 당시 농협서 상호금융 담당

두세달 주판으로 계산해 향후 10년간 재원 확보 가능한지 추적표 작성

그 공로로 1979년 대통령표창 받아

은행과 차별화된 상호금융 정체성 중요

점포 줄이기보단 지역금융기관으로서 고객서비스 강화에 더욱 매진해야
 


“생각해보면 그때 대통령표창을 받은 게 농어가목돈마련저축 때문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40여년간 농협에서 근무한 김태영 전국은행연합회장은 농어가목돈마련저축에 대한 특별한 기억이 있다. 지금은 은행들을 지원하는 역할을 하고 있지만, 1976년 농어가목돈마련저축이 도입될 당시에는 농협중앙회 저축부 농촌저축과에서 상호금융을 담당하고 있었다.

그해 4월 정부에서는 도시근로자를 위한 근로자재산형성저축(재형저축)과 농어민을 대상으로 하는 농어가목돈마련저축 제도를 시행했다. 둘 다 저축을 장려하고 재산 형성에 도움을 주기 위해 기본금리 외에 장려금(특별금리)을 지급하는 형태로 설계됐다. 당시 농어가목돈마련저축의 3년제 수익률은 연 23.2%(기본금리 18%, 특별금리 5.2%), 5년제는 연 27.2%(기본금리 20%, 특별금리 7.2%)로 상당히 높았다.

그런데 법에 근거해 정부 예산이 확보된 재형저축과 달리 농어가목돈마련저축은 법적인 뒷받침 없이 정부방침에 따라 시행되면서 장려금의 재원이 마땅치 않았다. 그래서 정부와 농협이 재원 마련을 위해 고심하던 중 상호금융 제도와 금리를 담당하던 김 회장이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냈다. 중앙회 예금에 대한 한국은행의 지급준비율을 인하해 조정된 재원을 운용한 수익으로 장려금을 주자고 제안한 것이다. 지급준비율은 은행이 고객 예금의 일정액을 한국은행에 예치하는 지급준비금의 비율을 말한다.

이때 진가를 발휘한 것이 그의 특기였다. 상업고등학교를 졸업한 그는 농협에 주산 특기 특채로 입사했다.

“컴퓨터도 없고 계산기도 흔치 않던 시절이었어요. 두세달 동안 혼자서 끙끙거리며 주판으로 계산을 했지요. 농협의 예금성장률·금리·지급준비율·운용수익의 변화를 예측해 향후 10년간 재원 확보가 가능한지 추적표를 만들었습니다.”

그렇게 계산한 결과를 농수산부(현 농림축산식품부)에 제출했고, 농수산부에서는 정부 예산을 들이지 않고 재원을 마련할 수 있게 됐으니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이후 1986년 ‘농어가목돈마련저축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기 전까지 장려금은 한국은행의 지급준비율 인하를 통해 마련됐다. 법제화가 되면서부터는 한국은행과 정부 출연금을 재원으로 하는 ‘농어가목돈마련저축장려기금’이 설치됐다.

김 회장은 그때 그 공로로 1979년 농촌저축유공 대통령표창을 받게 되는데, 그는 이 일을 “농협에 근무하면서 큰 보람을 느낀 일 중 하나”로 꼽는다. 이후 그는 금융기획부 등 금융 관련 부서들을 두루 거친 뒤 농협 신용대표와 부회장까지 지내게 된다.

농협 퇴직 후 은행연합회를 이끈 지도 벌써 햇수로 3년째. 그러나 농협에 대한 애정은 여전해 50주년을 맞은 상호금융에 대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그는 “은행과 차별화된 상호금융의 정체성을 확고히 해야 한다”면서 “디지털시대를 맞아 은행들이 점포를 줄이고 있지만 농협 상호금융만큼은 지역금융기관으로서 고객에 대한 서비스를 강화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봉아 기자, 사진제공=전국은행연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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