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치된 감귤창고, 마을 문화거점으로 다시 태어나다

입력 : 2019-04-22 00:00
화사한 감귤색의 몬딱 건물.

촌樂,거듭나다 (24) 제주 문화창고 ‘몬딱’

스마트폰 사진작가 김민수씨, 귀촌 후 옛 감귤창고 임차해 리모델링

현재 사진·그림 등 10개 문화강좌 진행

크고 작은 마을모임이나 음악회도 열려 재능나눔 봉사단 발족…지역발전 기여
 


방치됐던 감귤창고가 농촌마을의 대표 문화예술 공유의 장으로 탈바꿈했다. 화제의 주인공은 2017년 12월에 문을 연 ‘문화창고 몬딱’. 이곳에서는 부녀회원들이 팝아트 기법으로 그림을 그리고 근처 펜션 사장은 스마트폰으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릴 멋진 사진 찍는 법을 배운다.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감산리에 있는 몬딱은 현재 화사한 감귤색 건물이라 눈에 확 띄지만, 본래는 감귤창고였다. 한때 마을에서 생산한 감귤을 모두 모아 저장하던 이곳은 시설이 낡아 못 쓰게 돼 오랫동안 감귤 대신 시멘트 덩어리와 쓰레기만 담고 있었다.

김민수 작가

이런 감귤창고가 문화예술 공유의 장으로 변한 건 개인 작업실로 쓸 공간을 찾던 스마트폰 사진작가 김민수씨(54)를 만났기 때문이다. 서울 생활을 접고 귀촌한 김씨는 널찍한 옛 감귤창고를 보면서 이왕 공간을 꾸미는 김에 누구나 드나들며 함께 문화생활 할 수 있는 작업실을 만들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렇게 몬딱이 탄생했다.

현재 몬딱은 높이 6m, 넓이 231㎡(약 70평) 규모다. 널따란 시멘트 마당을 지나 건물 안으로 들어가니 몬딱 운영자 겸 스마트폰 사진작가인 김씨와 인사를 나눌 수 있었다.

“제주 방언 몬딱은 ‘모두, 다, 전부’란 뜻이에요. 제주에 살면서 작업활동할 공간을 찾다가 이곳을 발견해 임차했는데 작업실로만 쓰기엔 너무 크더라고요. 그래서 마을주민 ‘몬딱’ 예술을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꾸며봤죠.”

제주의 한 갤러리에서 입주작가로 1년 동안 활동하다 아예 눌러앉은 김씨는 자신의 사진 작품을 벽에 걸고 제주 이곳저곳에서 모은 인테리어 소품으로 몬딱을 채웠다. 한쪽 벽엔 피아노와 작은 무대가, 가운데엔 수업이 이뤄지는 커다란 테이블이 있다. 비록 빌린 공간이지만 이곳을 마을의 문화공간으로 만들고 싶다는 이야기에 건물주는 흔쾌히 김씨 마음대로 공간을 꾸미는 걸 허락했다.

김민수 작가가 제주 곳곳에서 가져온 각종 소품으로 꾸민 몬딱.

김씨는 우선 자신의 재능부터 나누기 시작했다. 부녀회 대상으로 스마트폰 사진반을 만들어 풍경 찍는 방법은 물론이고 온라인으로 팔 작물을 더 먹음직스럽게 찍는 노하우 등 생활에 보탬이 될 사진 기술을 가르쳤다. “무료로 시작했어요. 그런데 부녀회원들이 미안했던지 도에서 지원받은 문화생활비를 굳이 강사료로 주시더라고요. 기왕 돈도 받는 거 좀더 제대로 문화강좌를 꾸려나갔죠.”

현재 몬딱에선 10개의 문화강좌가 진행 중이다. 김씨가 제주에 살면서 친분을 쌓은 예술인들이 몬딱에 와 자신의 재능을 공유하기 시작했다. ‘쉬운 수채화·유화 그리기’ ‘생초보 통기타로 흔드는 청춘 감성’ ‘나만의 생활자기 만들기’ 등 강좌 종류도 다채롭다. 이젠 입소문을 타 부녀회뿐만 아니라 인근에서 펜션을 운영하는 주민이나 귀농한 청년 등 다양한 연령대가 학생으로 찾아온다. 한 수업에 5~10명 정도다.

“팝아트를 하는 지인이 여기서 수업을 열었는데 아주머니 학생 중 네분은 굉장히 잘하셨어요. 너무 늦게 재능을 발견한 게 아닌가 싶어 아쉬웠죠. 그래서 본격적으로 팝아트를 배워보는 게 어떠냐 제안했더니 ‘우리가 무슨!’이라며 손사래를 치시더라고요. 이런 분들이 좀더 다양한 예술을 접할 기회를 마련하고 싶어요.”

몬딱에선 크고 작은 마을모임과 음악회도 열린다. 그야말로 넓은 옛 창고를 십분 활용하는 것이다. 주민들은 음악을 감상할 수 있어 좋고, 공연할 곳이 없던 음악인들도 무대가 생겨 좋다. 몬딱을 드나들던 이주민들을 중심으로 한 커뮤니티도 생겼다. 지난해 7월 발족한 재능나눔 봉사단 ‘몬딱 나누미’다. 현재 55명이 보수정비 봉사단, 요리 봉사단 등으로 나뉘어 활동하며 지역발전에 도움을 주고 있다.

방치된 창고에서 1년여 만에 한 마을의 문화거점으로 재탄생한 몬딱. 이 기세로라면 마을에서 그치지 않고 서귀포시, 더 나아가 제주를 대표하는 문화예술공간으로 거듭나는 건 시간 문제다.

서귀포=김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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