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혐오시설로 병들어가는 농촌 (중)암 공포에 떠는 주민들

입력 : 2019-03-15 00:00 수정 : 2019-03-17 00:05
ㄱ사의 비료공장. 비료를 만드는 과정에서 유해물질을 배출했다는 혐의를 받고있다.

전북 익산시 함라면 장점마을

3명 중 1명꼴 발병…원인 지목된 비료공장 대표도 폐암 사망

2001년 비료공장 들어선 후 마을 곳곳 악취 등 주민 고통

2010년 물고기 집단폐사 발생 도·시 조사 결과 “무관” 결론

암 사망자 연이어 나오며 논란 정부 등 “1급 발암물질 검출” 주민들 “국가 차원 배상해야”



“사람들이 줄줄이 죽어나가면서 마을 분위기가 무척 어두워졌어요. 대부분 노인들이라 다른 지역으로 이사할 엄두도 못 내고 그냥 살았거나 살고 있죠.”

최근 찾은 전북 익산시 함라면 장점마을. 겉보기엔 평화로운 농촌마을이지만 이곳에선 상당수 주민들이 심각한 질병으로 고통받고 있다. 80여명 중 30명 정도가 암에 걸렸고, 이 가운데 12명이 최근 10년 사이 목숨을 잃었다. 최재철 장점마을 주민대책위원장(59)은 “한집 걸러 한집에 암환자가 있는데 어떤 집은 부부가 암에 걸려 함께 세상을 떴고, 부자가 암에 걸리기도 했다”며 “암에 걸리지 않은 사람은 피부병 등으로 고통받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주민들은 암 발생원인으로 언덕 위에 있는 ㄱ사 비료공장에서 유기질비료의 원료로 사용했던 연초박(담배찌꺼기)을 지목했다. 2001년 들어선 비료공장은 지난해 문을 닫을 때까지 밤낮을 가리지 않고 검은 연기를 내뿜었다. 공장이 생기고 나서 주민들은 극심한 고통에 시달렸다. 마을 곳곳에 악취가 퍼져 창문을 열기 힘들었고 밭에서 일하던 사람이 쓰러져 구급차에 실려가는 일도 생겼다. 일부 주민들이 익산시에 민원을 제기했지만 별다른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다 2010년 큰 사달이 났다. 마을 저수지에서 물고기가 집단폐사한 것. 주민들은 “공장이 생기기 전까지만 해도 수영하고 놀던 물에서 물고기가 죽은 걸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입을 모았다.

문제가 심각해지자 전북도 보건환경연구원과 시가 수질과 성분을 조사했으나 ‘문제 없다’는 결과가 나왔고 ‘물고기 소동’은 유야무야됐다. 하지만 이후 암으로 인한 사망자가 연이어 나오자 지난해 국립환경과학원이 실태조사를 하기에 이르렀다. 이때 나프탈렌 등 발암물질이 마을의 지하수에서 검출됐다. 주민들은 비료공장에서 나온 유해물질이 저수지뿐만 아니라 지하수에까지 흘러들어갔다고 추측하고 있다.

이와 관련, 시 관계자는 “2010년 조사 결과는 제대로 남아 있지 않다”면서도 “당시 비료공장과 저수지 오염의 직접적인 연관성을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명했다.
 

전북 익산시 함라면 장점마을 주민의 팔에 생긴 피부병 증상.

논란이 지속되자 환경부가 장점마을에 대한 역학조사를 진행했다. 그리고 올 2월 ㄱ사 비료공장과 장점마을에서 담뱃잎 건조과정에서 발생하는 1급 발암물질인 TSNAs(담배특이니트로사민)가 검출됐다는 중간 결과를 내놨다. TSNAs는 담배에만 존재하는 유해물질로, 오래 노출될 경우 폐암·구강암·식도암·췌장암 등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ㄱ사는 2009~2015년 2200t 정도의 연초박을 비료공장으로 들여왔다. ㄱ사는 퇴비로만 활용해야 할 연초박으로 유기질비료를 만드는 과정에서 유해물질을 발생시킨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시는 조사 결과가 나오자 ㄱ사를 경찰에 고발했다.

주민들은 국가적 차원의 배상을 요구하고 있다. ㄱ사가 지난해 문을 닫아 배상받을 곳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ㄱ사의 대표 이모씨마저 폐암으로 사망하면서 아들이 공장을 운영하게 됐는데, 아들은 시설을 그대로 남겨둔 채 부도처리하고 종적을 감췄다.

주민들은 ㄱ사에 연초박을 공급한 KT&G에도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재철 위원장은 “오랜 시간 고통에 시달리며 지방자치단체에다 비료공장에 대한 조치를 요구했지만 묵살당했다”면서 “국가가 나서서 주민들의 피해를 배상하고 원료를 공급한 KT&G에도 도의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익산=장재혁 기자 jaehyuk@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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