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동물 피해 발생해야 포획 허가…농민 제때 대응 한계

입력 : 2019-02-13 00:00 수정 : 2019-02-13 23:53
충북 청주시 청원구 북이면의 한 야산에서 야생생물관리협회 회원들이 멧돼지를 추적하고 있다. 사진제공=야생생물관리협회

야생동물의 습격…위협받는 농민들 (하)문제점과 대책

구제단 출동 오래 걸리고 지역도 동·리 단위로 한정

집중포획 등 적극적 조치로 인위적 개체수 조절 나서야

수렵장 전국 동시 운영도 필요
 



포획되는 야생동물 수가 매년 크게 늘고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야생동물 포획수는 2014년 16만2000여마리에서 2017년에는 32만9000여마리로 최근 3년 사이 2배 이상 늘었다. 이는 야생동물 개체수가 급증한 데 따른 것으로 추정된다. 야생동물 개체수가 늘면서 이로 인한 피해 또한 끊이지 않지만 대책은 사후약방문식에 그치고 있다.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과 관련 지침에 따라 농작물에 피해를 주는 유해조수의 포획은 피해가 발생해야만 허가되기 때문이다. 사람이나 가축에 위해를 줄 경우에는 지방자치단체장이 판단해 결정하지만 선제적으로 포획허가가 나오긴 쉽지 않다. 허가가 나와도 실제 포획이 이뤄지기까지는 여러가지 어려움이 따른다.



◆실효성 없는 포획 대책=야생동물로 인한 피해가 늘면서 일부 지자체는 전문 엽사로 구성된 유해조수구제단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피해신고 후 출동까지 시간이 오래 걸려 농가에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울산 울주에서 배 과수원을 운영하는 최모씨(68)의 사례가 그런 경우다. 최씨는 몇년 전부터 겨울 철새인 떼까마귀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수백마리의 떼까마귀들이 배나무 가지에 앉아 부리와 발톱으로 꽃눈을 파버려 열매가 열리지 못하는 피해를 보고 있다. 최씨는 “양동이를 두드리고 호루라기를 불며 반짝이까지 매달아 떼까마귀를 쫓아보려고 했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며 “면사무소에 피해신고를 해도 유해조수구제단이 방문하기까지 2~3일 걸리고, 구제단이 과수원에 일정기간 잠복하는 게 아니라 총을 대여섯발 쏘고 가기 때문에 조수 퇴치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직접 유해조수를 잡기 위해 발벗고 나선 이들도 있다. 멧돼지·고라니 피해를 수년간 본 경남 창녕의 윤모씨(66)는 ‘내 밭은 내가 지켜야겠다’는 생각에 수렵면허를 취득했다. 지난해 7월말 옥수수 수확을 10여일 앞두고 멧돼지의 피해를 봐 자가포획을 신청했지만 총기사용 허가를 받기까지 15일 이상이 걸렸다. 결국 옥수수밭(1652㎡·500평)의 60% 정도가 초토화돼 수확을 포기했다. 윤씨는 “자가포획을 승인받는 데 너무 시간이 오래 걸려 제때 대응하기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집중포획 실시해야=야생동물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좀더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호랑이 같은 최상위 포식자가 없기 때문에 집중포획을 통해 인위적으로 개체수 조절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강원 인제에서 밭농사를 짓고 있는 박모씨(71)는 “유해조수가 늘어 농작물 피해가 끊이지 않는 만큼 정부가 집중포획을 실시해 개체수 증가를 원천적으로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북 상주시 내서면에서 유해조수구제단으로 활동하는 윤상열씨(63)는 “신고에서 출동까지 보통 3일 이상이 걸리고 포획지역이 동·리 단위로 한정돼 야생동물을 놓치는 경우가 태반”이라며 “승인기간을 최대한 줄이고 포획지역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철훈 야생생물관리협회 부회장은 “사후조치인 구제단 운영으로는 야생동물에 의한 피해를 막는 데 한계가 있다”며 “수렵장을 활성화해 야생동물의 개체수를 조절하는 것이 해법”이라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현재 시·군 단위로 운영 중인 수렵장을 도 단위로 확대하거나 전국적으로 동시에 수렵장을 운영하는 등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울주·창녕·김해=노현숙, 장재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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