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비료 대신 혈분 웃거름”…가지 보랏빛 한층 또렷해져

입력 : 2019-01-09 00:00 수정 : 2019-01-09 23:50
경기 여주에서 가지농사를 짓는 전충호씨는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도 유명하다. 뛰어난 재배기술과 깐깐한 선별로 가락시장 최고가를 곧잘 차지한다.

가락시장 최고가 비결 (10)가지농가 전충호씨<경기 여주>

2011년 농사 뛰어든 귀농인 미리 재배기술·노하우 습득

돈분·우드칩 혼합 밑거름 활용 혈분비료, 뿌리 정착에도 도움

기온 하락 땐 칼슘제 엽면시비 농약·화학비료 사용은 최소화

부부가 선별 도맡아 품위 유지 쌓인 지식 나눔활동도 ‘앞장’

 

전충호씨(51·경기 여주)는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고품질 가지 출하농민으로 유명하다. 빼어난 재배기술과 깐깐한 선별로 잡티 하나 없이 매끄러운 가지를 경매장에 올려서다. 더욱이 비닐하우스 17동(1만1570㎡·3500평)에서 수확한 가지의 품질이 균일성을 갖춰 가락시장 중도매인들의 선호도가 높다.

전씨의 명성은 7일에도 값어치를 톡톡히 드러냈다. 그가 이날 출하한 가지는 8㎏들이 특품 한상자당 3만4500원에 낙찰됐다. 가지로는 가락시장 전체 최고가다.

엄준섭 농협가락공판장 경매사는 “워낙 품위가 뛰어나 응찰하는 중도매인도 늘 많다”며 “자연스레 높은 경락값을 유지하고 있다”고 치켜세웠다.



◆차근차근 준비한 재배기술=놀라운 건 전씨가 귀농한 지 10년도 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서울에서 사업체를 운영하던 그는 2011년부터 본격적으로 농사에 뛰어들었다. 집을 미리 여주로 옮겨놓은 뒤 농업으로 ‘인생 2모작’을 어떻게 펼칠지 수년 동안 꼼꼼하게 따져봤단다.

전씨는 “여주가 가지로 유명한 데다 장기적으로 시설농업이 더 경쟁력이 있다고 여겼다”며 “차근차근 준비한 덕에 생활하는 측면이나 경제적으로나 모두 만족스러운 결과를 냈다”고 설명했다.

뛰어난 재배기술 역시 나름의 준비과정을 거친 덕분이다. 우선 서울과 여주를 오가던 시절부터 농업전문서적으로 밑바탕을 다졌다. 그 위에 주변 선도농가와 여주시농업기술센터를 쫓아다니며 지식을 차곡차곡 쌓아갔다.

전씨는 “이론도 이론이지만 농사를 오래 지어온 분들로부터 배운 노하우가 큰 힘이 됐다”며 “이제는 나도 귀농이나 작목전환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아낌없이 경험을 나눠주고 있다”고 말했다.



◆화학비료 사용은 최소화=전씨는 한해 농사의 준비를 8월초에 시작한다. 여름작기가 마무리되면 곧바로 로터리를 친다. 밑거름으로는 잘 발효된 돈분과 우드칩을 섞어서 쓴다. 아주심기(정식)는 8월 하순쯤 하는데, 오랫동안 거래해 신뢰할 수 있는 육묘장에서 매년 2만6000포기가량을 산다.

정식 이후에는 토양·생육 상태에 맞춰 웃거름을 뿌린다. 요소·칼리를 덜 쓰는 대신 혈분비료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가지의 보랏빛이 한층 또렷해질 뿐만 아니라 뿌리가 튼튼하게 자리 잡는 효과도 낸다는 게 전씨의 설명이다.

본격적인 생육관리에 들어서면 순 정리와 물주기(관수)가 핵심 포인트다. 순 정리는 수확이 마무리될 때까지 날마다 반복하는 작업이기도 하다. 잠깐만 게으름을 피워도 가지에 붉은빛이 돌아 상품성을 확 떨어뜨려서다.

물주기는 겨울작기 기준으로 3~4일에 한번꼴로 이뤄진다. 이때 생육상태 등을 고려해 양과 시기를 조절한다. 날씨가 추워지면 챙겨야 할 게 더 있다. 한달에 한두번씩 하는 칼슘제 엽면시비다. 잎을 두껍게 만들어 일조량이 적어도 가지가 잘 자라도록 돕는다. 아울러 가지의 세력이 떨어지면 유박으로 북돋움을 한다.

오히려 영양제나 해충방제용 농약은 거의 쓰지 않는다. 시설채소농가의 여름철 골칫거리인 응애·온실가루이 등을 막는 일에만 사용할 뿐이다. 그것도 예방 차원에서 꼭 필요한 시기에 소량만 쓴다.

전씨는 “어떤 영양제와 농약이 좋다는 이야기들을 많이 하지만 결국 둘 다 최소화하는 게 옳다”며 “환경적인 요인을 따져본 다음 확실한 경험에 근거해 사용해야 생산비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선별은 가족이 전담=알찬 생육관리 뒤에는 깐깐한 선별이 기다리고 있다. 선별은 다른 사람 손에 맡기지 않고 가족이 도맡는다.

전씨는 “아무리 설명을 해줘도 사람마다 품위를 판단하는 기준이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며 “번거롭더라도 아내와 둘이서만 선별한다”고 강조했다.

여기에는 전씨만의 중요한 원칙이 있다. 당장의 이익보다는 품위로 승부를 보자는 것이다. 별것 아닌 듯싶어도 장기적으로 보면 가락시장 내 최고의 마케팅 방법이라고 여겨서다.

출하물량 가운데 특품 비중은 보통 75% 정도다. 상품 역시 품위는 특품보다 떨어지더라도 품질 균일성 하나만큼은 꼼꼼하게 맞춘다.

전씨는 앞으로 재배기술 나눔에도 꾸준하게 나설 계획이다. 여주시 점동면의 가지연합회장을 맡은 것도 그래서다. 인근 농가들이 전씨의 훌륭한 성품과 뛰어난 재배기술을 두루 인정한 결과지만, 그도 다른 농가에 도움을 주고 싶다는 마음이 확고해 마다하지 않았다고 한다.

전씨는 “지역사회에 기여해야겠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며 “몇년 전부터는 전국 이곳저곳에서 가지농사를 배우러 찾아오는 분들이 꽤 늘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면서 “경쟁력을 더 키워 후진양성에도 힘을 줄 수 있는 농부로 거듭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여주=박현진 기자 jin@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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