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 열악한 지방 ‘소멸위기’…농촌 살릴 대안이 ‘고향세’

입력 : 2019-01-09 00:00 수정 : 2019-01-09 23:48
일본 이바라키현(縣) 사카이정(町)의 ‘미치노에키 사카이’ 농산물직매소에서 고향세를 투입해 개발한 수많은 6차산업화 제품과 신선농산물을 고객들이 살펴보고 있다.

2019년 농정 어젠다 Q&A (2)‘고향사랑 기부제(고향세)’ 도입

저출산·고령화 갈수록 심화

전국 228개 시·군·구 중 재정자립도 20%이하 89곳 소멸위험지역도 89곳 달해

문 대통령, 대선 시절 공약 이 총리도 적극 추진 의지 상당수 지방정부 도입 촉구

3년간 관련 법안 14개 발의 행안위에 8건 심사대기 중

현재 법안소위 일정은 미정 소위 열리면 통과 가능성 높아

고소득자 악용은 오해 전액공제액은 10만원까지

답례품 상한선도 정해 지자체간 과당경쟁 없어

일본은 2008년부터 운영 제도개편 통해 실적 급증
 


‘고향사랑 기부제(고향세)’는 2019년 새해를 뜨겁게 달굴 주요 농정현안이다. 우선 지난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고향세 관련 법안은 새해 들어 소관 상임위인 행정안전위원회에서 계속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법안 통과를 위해 행안위 법안심사소위원회 위원들에게 고향세가 지방재정을 확충하는 장치인 것은 물론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된다는 점을 적극 홍보해야 하는 상황이다. 법안 통과 이후에도 시행령·시행규칙 제정, 기금 설치를 위한 지방자치단체의 조례 제정, 고향세 전담 부서 설치 등 해야 할 일들이 많다. 고향세에 대해 문답풀이로 알아본다.



― 고향세란.

▶고향세는 도시민이 자신의 고향이나 원하는 지자체에 일정 금액을 기부하고 세금을 감면받는 제도다. 일정 금액 이상의 기부자에겐 지역특산품을 답례품으로 제공한다. 전북 순창이 고향이고 현재 서울에서 살고 있는 A씨가 순창군에 일정액을 기부할 경우 세액공제를 받는 식이다. 현재 도시에 살며 자기를 키워준 고향에 자신의 의지로 ‘얼마라도 세금을 내면 좋지 않을까’ 하는 인식에서 출발한 게 고향세다.



― 왜 고향세가 필요한가.

▶지방이 위기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지방의 많은 자치단체가 저출산·고령화 등으로 소멸위기를 맞고 있고 재정도 매우 열악하다. 한국고용정보원이 낸 ‘한국의 지방소멸 2018’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6월 기준 전국 228개 시·군·구 가운데 ‘소멸위험지역’은 89곳(39%)에 달한다. 전국 읍·면·동 기준으로는 3463곳 가운데 1503곳(43.4%)이 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됐다.

재정자립도(2018 행정안전통계연보 기준)의 경우 전남 20.4%, 전북 23.6%, 강원 25.6%, 경북 28.7% 등으로 매우 낮다. 전국 기초 지자체 가운데 재정자립도가 20% 이하인 시·군이 89곳이나 된다. 이런 상황에서 복지비 지출 증가 등으로 지자체의 부담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실제 2010년 28조8000억원이던 지자체의 복지사업 예산은 2015년 46조8000억원으로 62.5% 늘었다.
 



― 그동안의 고향세 도입 논의는.

▶2007년 12월 대통령선거에서 당시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가 ‘고향세 도입’을 대선공약으로 발표하면서 논의가 시작됐다. 문 후보는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피해를 보는 농업·농촌·농민을 살릴 수 있는 대안으로 도시민이 내는 주민세의 10%를 고향에 보내는 고향세를 도입하자고 제안했다. 이후 잠잠하던 논의는 2010년 4월 당시 한나라당이 6·2 지방선거 공약으로 ‘향토발전세(고향세)’ 신설을 채택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하면서 재점화됐다. 제18대 국회에서는 당시 이주영 한나라당 의원과 홍재형 통합민주당 의원이 각각 고향세 관련 입법안을 발의했다. 20대 국회 개원 이후 고향세 도입을 위한 포문은 황주홍 당시 국민의당 의원(현 민주평화당, 전남 고흥·보성·장흥·강진)이 열었다. 황 의원은 ‘농어촌발전을 위한 공동모금 및 배분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2016년 7월 대표발의했다. 제정안은 고향세를 세금이 아닌 기부금 형태로 내도록 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 고향세 도입에 대한 현 정부의 의지는.

▶매우 강하다고 할 수 있다. 그동안 고향세 도입을 수차례 약속했기 때문이다. 우선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지자체간 재정 불균형을 없애는 방안으로 ‘고향세’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 취임 이후엔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발표한 ‘100대 국정과제’에 고향세를 담았다. 대통령 소속 자치분권위원회(위원장 정순관)가 내놓은 ‘자치분권 종합계획’에도 고향세 도입방안이 담겨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2018년 고향세 법안 마련, 2019년 고향세 시행이라는 구체적인 시기까지 제시한 바 있다. 고향세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도 고향세를 전담하는 별도의 계(係)를 만들어 고향세 도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17일 확정·발표한 ‘2019년 경제정책방향’에서도 고향세 도입 방침을 재차 밝혔다.



- 지방정부는 어떤가.

▶고향세는 지방재정 확충의 한 방안인 만큼 지방정부도 고향세 도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실제로 전국 상당수 지자체와 지방의회가 고향세 도입을 촉구하고 있다.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2018년 10월에 열린 국회 국정감사에서 고향세 도입을 공식 요청했다. 상대적으로 재정 상태가 좋은 서울시와 경기도 역시 지난 국정감사 때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2018년 11월13일 서울 도봉구청에서 열린 전국시군자치구의회의장협의회 회의 때 전국 기초의회 관계자들은 만장일치로 고향세 법안 제정을 촉구하는 결의문을 작성했다. 도일환 협의회 사무처장은 “고향세가 도입되면 지자체 재정을 확충하는 데 도움이 된다”며 “국회에서 관련 법안이 처리되고 있지 않은데 하루빨리 통과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고향세 도입과 관련해 발의된 법안은. 

▶2016~2018년 3년간 모두 14개에 달하는 고향세 관련 법률 제·개정안이 발의됐다. 이 가운데 현재 행안위 법안심사소위에는 제정안 3건과 개정안 5건 등 모두 8건이 심사대기 중이다. 이개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의원 시절 발의한 ‘고향사랑기부금에 관한 법률 제정안’, 윤영일 민주평화당 의원이 발의한 ‘고향발전 기부금법 제정안’, 정인화 민평당 의원이 발의한 ‘지역균형발전 기부금에 관한 법률 제정안’과 안호영·전재수·김두관(이상 더불어민주당)·강효상·김광림(이상 자유한국당) 의원이 각각 발의한 ‘기부금품법 개정안’이 그것이다. 이 가운데 이개호 장관이 발의한 제정안이 정부가 구상하는 고향세의 골격인 것으로 알려졌다. 



― 일본의 고향세 운영 사례는.

▶일본은 2008년에 후루사토 납세제(고향세)를 도입했다. 이는 납세자가 주소지 이외의 지자체에 소득세(국세)와 소득할 주민세(우리나라의 지방소득세)의 일부를 납부하는 제도다. 조세제도와 기부제도를 융합했다는 점이 특징으로, 납세자의 선택에 따라 세액을 이전하는 방식이다. 또한 일반적인 기부제도는 기부금의 일부를 소득공제하지만, 후루사토 납세제는 최저 하한액을 초과한 기부금 전액을 일정 상한까지 세액공제하기 때문에 공제효과가 크다. 일본 정부는 그동안 최저 하한액을 낮추고 세액공제 신고를 간소화했으며 세액공제의 상한선을 인상하는 등 관련 제도를 계속 개편하고 있다. 최저 하한액의 경우 5000엔이었는데 2011년부터 2000엔으로 떨어뜨렸고, 세액공제 상한선은 소득할 주민세의 10%였던 것을 2015년부터 20%로 올렸다. 후루사토 납세제는 도입 초기에는 실적이 저조했지만 이러한 제도 개편과 답례품 제공 등으로 2014년부터 실적이 크게 늘고 있다.
 



― 고향세에 대해 잘못 알려진 부분이 있다면.

▶대표적인 게 ‘고향세는 새로운 세금’이라는 것이다.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고향세는 개인의 자발적인 기부 때 세액공제를 제공하는 것이다. 고향세가 고소득자의 절세수단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말도 오해다. 현재 발의된 고향세 관련 법안들을 보면 전액공제되는 세액공제 액수가 10만원까지다. 많은 국민이 하고 있는 정치후원금의 세액공제 체계와 같다. 고향세 기부자에 대한 답례품 제공 등을 놓고 지자체간 과당경쟁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하지만 현 법안에선 답례품을 제공하되 기부금액의 일정 비율을 넘지 않도록 상한선을 두고,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는 품목으로 한정하고 있기 때문에 이 역시 오해라고 할 수 있다. 고향세가 지자체의 재정 확충과 지역간 격차를 해소하는 데 효과가 적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세액공제에 있어 일본은 지방의 분담률이 55~95%인 반면 우리나라는 국가가 91%를 분담하고 있다. 이는 세액공제의 부담을 우리나라의 경우 국가가 대부분 부담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 국회 논의 동향은.

▶고향세 관련 상임위인 행안위의 법안심사소위는 지난해 9월11일 고향세 도입 내용이 담긴 법안들을 심의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고, 결국 해를 넘기고 말았다. 행안위 법안심사소위는 올해 다시 이들 법안을 심의할 예정이다. 관건은 일정을 잡는 것인데, 아직까지 소위 일정은 미정이다. 행안부는 법안심사소위가 열리면 고향세 관련 법안들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법안 통과가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9월11일 열린 법안심사소위에서도 고향세 도입에 부정적인 의견이 제시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행안위 법안심사소위 위원들에게 지역경제 활성화 등 고향세만이 갖는 장점을 적극 설명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륜 기자 seolyoon@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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