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불제 개편, 소득재분배 강화에 초점…1월 임시국회 뒤 본격 논의될 듯

입력 : 2019-01-07 00:00 수정 : 2019-01-07 23:36

2019년 농정 어젠다 Q&A (1)직불제 개편방안

경지면적 넓으면 많이 받는 현행 직불금, 개편 필요성 커

소규모 농가엔 일정금액 지급 쌀·밭·조건불리 통합도 추진

변동직불제 폐지 땐 농가 충격 쌀 생산조정제 등 대책 마련

직불금 규모 놓고 이견 있어 쌀전업농 “대농 피해 없게 3조2000억원 이상 책정” 주장

직불제 개편 윤곽 잡힌 뒤엔 협의회 만들어 쟁점 논의할 듯
 


“정부는 농가소득을 높이기 위해 직불제 개편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중소농민, 그리고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실현하는 사람 중심의 개혁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최근 청와대에서 열린 ‘농업인 초청 간담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2019년 농정개혁의 화두로 ‘직불제 개편’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직불제 개편에 대해 걱정도 많기에 농민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겠다”고 밝혔다. 농업계의 공감대 아래 직불제를 공익형 중심으로 개편하겠다는 뜻이다. 정부는 이미 두달 전 직불제 개편의 뼈대를 내놨고, 국회에서는 관련 토론회가 수시로 열리고 있다. 그렇지만 직불제를 둘러싼 각계의 이해관계가 워낙 복잡한 탓에 논의는 정부 의도만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실타래처럼 얽힌 직불제 체계, 다양한 정책 목표, 빠듯한 농업예산 등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직불제 개편을 둘러싼 쟁점을 문답풀이로 알아본다.



- 직불제란.

▶직불제는 직접지불제의 준말로, 정부가 생산자에게 직접 보조금을 지원하는 제도를 말한다. 농가소득·농업경영 안정, 농업의 다원적 기능 도모, 농업구조 개선 등 직불제의 목적은 다양하다. 현재 우리나라는 9가지의 직불제를 운용하고 있다. 이 가운데 ▲쌀 고정직불제 ▲쌀 변동직불제 ▲밭농업직불제 ▲조건불리지역직불제는 농지를 기반으로 작동하며, ▲경영이양직불제 ▲친환경직불제 ▲경관보전직불제 ▲자유무역협정(FTA) 피해보전직불제 ▲FTA 폐업지원제는 고령농의 원활한 영농은퇴나 시장개방 확대에 따른 피해보상 같은 특수 목적을 갖고 있다. 1997년 경영이양직불제가 제일 먼저 도입됐으며, 가장 최근에 도입된 것은 2012년의 밭농업직불제다. 일몰제로 운용되는 FTA 피해보전직불제와 FTA 폐업지원제는 2025년 종료될 예정이다.



- 정부는 왜 직불제 개편을 추진하나.

▶정부는 ‘형평성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직불제 개편이 필요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직불금이 쌀·대농에 편중된 탓에 농지 이용의 효율성이 떨어지고, 영세농의 소득보전에도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현행 직불제는 면적에 정비례해 직불금을 지급하는 구조다. 경지면적이 넓은 농가일수록 더 많은 직불금을 받는다. 2017년 기준 경지면적 10㏊ 이상 농가의 쌀 고정직불금 평균 수령액은 0.5㏊ 미만 농가의 58배에 달했다. 또 전체 직불금의 80%는 쌀 한 품목에 돌아간다. 농가 입장에선 직불금이 상대적으로 후한 쌀을 놔두고 굳이 다른 작목으로 전환할 필요가 없는 셈이다. 이처럼 쌀은 고정·변동이란 이중의 직불제를 갖추고 있다보니 쌀 공급과잉이 수년째 빚어지고 있다. 반면 직불금이 상대적으로 적은 밭작물은 자급률도 쌀보다 훨씬 낮다.

결국 현행 직불제가 농업 생산구조 및 농가 경제구조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어 개편이 필요하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 정부가 제시한 개편안은.

▶정부의 직불제 개편안은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여당 간사인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충남 천안을)이 발의한 ‘농업소득의 보전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녹아 있다.

개정안은 부칙에 2020년부터 농지 기반의 쌀·밭·조건불리 직불제를 하나로 통합하고, 재배되는 작물의 종류와 관계없이 동일한 단가를 적용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렇게 되면 가격과 연동되는 쌀 변동직불제는 폐지된다.

개정안은 소규모 농가엔 면적과 관계없이 일정한 금액을 지급하고, 면적이 작을수록 단가를 높게 책정하는 역진적 체계로 전환할 것을 제시했다. 직불제의 소득재분배 기능을 강화한다는 취지다.

농식품부는 내부적으로 직불금 상한선 조정도 염두에 두고 있다. 현재 직불금 상한선은 쌀이 30㏊이고 밭작물은 4㏊이다.



- ‘공익형’이란 의미는 무엇인가.

▶정부는 직불금 지급과 연계해 농민들에게 농약·비료 사용 기준 준수, 영농폐기물 수거 같은 의무를 부여한다는 방침이다. ‘농업의 공익적 기능’을 강화해 국민적 기대에 부응하자는 취지다. 현재 쌀 고정직불제의 농가 의무사항은 ‘논 형상 유지’로 매우 단순하다. 이 때문에 농가들은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농약과 비료를 과다 투입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2015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우리나라 농지의 양분수지(질소·인의 유입량에서 유출량을 뺀 수치)는 질소가 1위, 인이 2위다.



- 쌀 변동직불제가 폐지되면 쌀농가의 반발도 만만치 않을 텐데.

▶이번 직불제 개편안의 핵심은 쌀 변동직불제 폐지다. 정부는 논에 벼를 심든 콩을 심든 면적당 일정액을 지급함으로써 쌀농가의 작목전환을 유도한다는 포석이다. 쌀값과 직불제의 연계고리를 끊겠다는 의도다. 이렇게 되면 목표가격과 수확기 쌀값 차액의 일부를 보전해주는 쌀 변동직불제는 폐지된다. 또 변동직불금 산출의 기준가격인 목표가격도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변동직불제 폐지는 쌀값 안정장치가 없어짐으로써 쌀값이 폭락했을 때 농가 조수입도 그만큼 줄 위험이 있다. 또 1950~2004년의 추곡수매가, 2005년 이후의 쌀 목표가격 등 정부가 제시했던 기준가격이 사라짐을 의미한다. 자칫 ‘정부가 쌀값문제에서 손을 뗐다’는 의미로 읽힐 수 있는 대목이다. 이 때문에 농민단체들은 변동직불제 폐지에 앞서 수확기 쌀값 안정대책을 먼저 내놓아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 정부는 어떤 복안을 갖고 있나.

▶농식품부는 변동직불제 폐지의 충격을 줄이기 위해 쌀 생산조정제와 휴경제, 자동시장격리제 같은 사전 수급대책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1차적으로 벼 재배면적을 줄여 쌀 수급 및 가격안정을 도모하고, 그래도 공급과잉이 우려되면 초과 생산량을 격리해서 쌀값 하락을 막겠다는 구상이다.

자동시장격리제는 쌀 수확기에 앞서 소비량을 토대로 적정 생산량을 산정한 뒤 초과 생산량을 시장에서 격리하는 제도다. 시중에 풀릴 쌀이 사전에 결정되기 때문에 풍년이라고 해도 쌀값이 급락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그렇지만 재정당국은 ‘시장원리에 어긋나고, 막대한 예산이 들어간다’는 이유로 강하게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정부·여당이 제시한 직불금 규모가 너무 적다는 불만도 있는데.

▶박완주 의원은 농업소득법 개정안에서 통합된 직불금 재정규모로 ‘1조8000억원 이상’을 제안했다. 1조8000억원은 정부가 통합을 추진하는 4개 직불제의 최근 3년 평균 지급액(1조9000억원)과 비슷한 금액이다.

가장 큰 불만을 제기한 단체는 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다. 정부 설명대로라면 쌀농가가 받는 직불금은 줄어드는 반면 밭농가는 기존보다 더 받게 된다. 게다가 면적이 넓을수록 직불금 단가를 깎는 역진적 단가체계는 대농 중심의 쌀전업농에게 불리한 게 사실이다.

이를 토대로 쌀전업농은 ‘3조2000억원 이상’을 요구하고 있다. 3조2000억원은 영세농의 직불금을 인상하되 대농의 직불금을 기존보다 줄지 않게 하기 위한 일종의 마지노선이다.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역시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식의 직불제 개편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3조원 이상’의 예산 확보를 정부에 촉구했다. 이와 달리 재정당국은 매우 보수적인 수준으로 검토하고 있다.



- 정부와 농민단체간 다른 의견은 없나.

▶농민단체들은 직불제 개편 논의에 농민 참여가 반드시 보장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은 직불제 논의기구인 ‘농민 중심 직불제 개혁위원회(가칭)’ 구성을 제안했다. 직불제 개편이 한국 농정의 근본을 뒤흔들 중요한 사안인 만큼 큰 틀을 짜는 첫 단계부터 농민 여론이 충분히 반영돼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반면 정부는 직불제 개편의 큰 틀을 짠 후 세부 시행방안을 만들 때 농민·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직불제 개편협의회’를 구성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문제를 놓고 정치권도 두갈래로 나뉘었다. 여당은 정부 손을 들어준 반면 야당은 세부안이 아니라 기본방향을 세우는 단계부터 농민 참여가 보장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 직불제는 언제쯤 개편되나.

▶일단 정부와 여당은 새로운 쌀 목표가격을 결정할 때 직불제 개편을 한데 엮어 처리하자고 야당에 제안했다. 직불제 개편의 뼈대는 가급적 연초에 마련하자는 것이다. 그렇지만 야당은 “목표가격과 직불제는 전혀 다른 사안이고, 별개로 논의해야 한다”며 거부했다. 따라서 1월 임시국회에서 쌀 목표가격이 결정되면 정치권의 직불제 개편 논의가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밝힌 직불제 개편의 뼈대가 확정되면 더 큰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구체적인 쌀값 안정대책은 물론 밭작물 수급안정 대책, 면적별 직불금 단가, 영세농과 직불금 수급자격 기준, 지급 상한선 재설정 여부 등 폭발력이 큰 쟁점들이다. 정부는 전문 연구기관의 연구용역을 토대로 ‘직불제 개편협의회’를 통해 올 상반기 중 이 문제들을 해결한다는 계획이다. 이어 정기국회에서 관련 예산을 확보해 2020년부터 바뀐 직불제를 시행한다는 구상이다. 

김상영 기자 supply@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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