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 지킴이 역할 수행하며 농산물 제값 받도록 최선”

입력 : 2019-01-04 00:00 수정 : 2019-01-06 00:01

신년 릴레이 인터뷰-황주홍 국회 농해수위원장

농산물 수급조절 못해 해마다 값 널뛰기 반복

품목별 빅데이터 분석 통한 정확한 관측정보 제공해야

쌀 목표가격 확정되지 않아 정부·여야 힘 합쳐 조속 결정

축산농가, 적법화 정책에 고통 지속가능한 축산업 되도록 국가·지자체·농민 책무 정립

PLS 시행 불구 등록농약 부족 적발농가 처벌 유예 등 피해 최소화 대책 주문할 것

농업·농촌, 인생 최대의 화두 남은 농해수위원장 임기 동안 예산확충·농가소득 증대 온힘



2019년 기해년(己亥年) 새해가 밝았지만, 한국 농업·농촌을 둘러싼 환경은 녹록지 않다. 밖에선 시장개방 파고가 갈수록 거세지는데, 안에선 농업을 지켜야 한다는 인식이 옅어지고 있다. 게다가 고착화되는 악성 가축질병과 잇따른 자연재해, 수입먹거리 범람에 따른 국내산 농축산물 소비위축까지 겹치면서 농민들의 어깨는 어느 때보다 무겁기만 하다. 그렇다면 농업계는 이런 위기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또 소비자가 바라는 농업·농촌의 미래상과 역할은 무엇일까. 황주홍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장(민주평화당, 전남 고흥·보성·장흥·강진)에게 한국 농업의 활로를 찾기 위한 혜안(慧眼)을 들어봤다.



- 새해가 밝았다. 농민들에게 해줄 덕담은.

▶기해년 황금돼지해를 맞아 전국의 모든 농민이 부자 되시길 기원한다. 무엇보다 농민이 행복한 나라가 됐으면 좋겠다. 국회 농해수위원장으로서 올 한해도 농민의 든든한 뒷배경이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 한국 농업을 간단히 진단한다면.

▶1971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미국의 사이먼 쿠즈네츠 교수는 “후진국은 공업화로 중진국이 될 수는 있지만, 농업과 농촌의 발전 없이는 결코 선진국이 될 수 없다”고 단언했다.

이런 인식을 대통령과 청와대·정부·여당이 가져야 한다. 하지만 재정당국이나 농정당국은 농업을 정책의 가장 후순위에 놓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결국 농촌은 정부의 농업홀대 속에 고령화·저출산·인구이탈·빈곤이라는 악순환의 늪에 빠져 있다. 머지않은 시기에 농촌이 소멸할 수 있다는 위기론까지 거론되고 있다.

농해수위에서 정부의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고, 좋은 정책과 충분한 예산이 농업분야에 반영돼 농업·농촌·농민이 겪는 총체적 위기가 조금이나마 해소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



- 지난해 농해수위의 성과와 아쉬운 점을 하나씩 꼽는다면.

▶2018년 7월 농해수위원장으로 취임하면서 ‘싸우지 않는 상임위, 싸우지 않는 국회’를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 우리 농해수위는 단 한번의 파행이나 소모적인 정쟁 없이 국정감사를 마쳤다. 핵심 현안인 쌀 목표가격 재설정 문제를 비롯해 농민들의 삶의 질 향상과 소득 증대를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집행을 여야가 한목소리로 주문했다는 게 큰 성과다.

그렇지만 아직 농업계의 최대 현안이라 할 수 있는 쌀 목표가격이 최종 확정되지 않았다. 농민들의 소득과 직결된 매우 중요한 현안이기 때문에 신중에 신중을 기해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정부와 여야가 함께 중지를 모아 최대한의 목표가격이 조속히 결정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 무허가축사 적법화 강행으로 축산농가들이 고통받고 있다.

▶2017년말 기준으로 전국 축산농가는 12만여가구이며, 이 가운데 무허가축사 규모는 6만여가구로 전체의 절반에 달한다. 그러나 최근 정부가 강행하는 무허가축사 적법화 조치들은 개별농가들의 특수성을 전혀 반영하지 않은 것은 물론 친환경적 축산업 발전에 역행하는 규제 위주 정책들이 대부분이다. 지속가능한 축산업 및 자원순환형 농업발전, 축사환경 개선과 축사 주변 생활환경 보전을 위해서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축산농가의 책무를 명확히 정립할 필요가 있다.

최근 제가 ‘지속가능한 친환경축산 생태계 조성을 위한 특별법 제정안’을 발의했다. 특정축사의 행정규제 유예와 경축순환농업 활성화 등의 내용을 담은 이 제정안이 시행되면 지속가능한 친환경축산 생태계가 조성되고 축산농가들의 고통을 경감해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농산물가격이 전반적으로 좋지 않다. 근본적인 해법을 어디서 찾아야 하나.

▶우리 농가소득은 도시근로자가구의 60% 수준에 머물고 있다. 농민들이 상대적으로 가난의 위기에 직면해 있는 것이다. 더구나 농가들은 1년 동안 일한 땀과 노력의 대가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가장 시급한 과제는 기형적인 농산물 유통구조를 해결하는 일이다. 정작 생산을 담당하고 있는 농민들은 헐값에 농산물을 판매할 수밖에 없고, 중간 유통업자들과 대규모유통업체만 큰 이익을 남기는 실정이다.

삼성전자는 전세계에 휴대전화를 판매하고 있다. 어디에서 얼마나 판매될지 예측하고 생산량을 조절한다. 농산물의 생산·판매 구조가 휴대전화보다 복잡하거나 어려운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정부는 정확한 수요나 공급을 예측하지 못하고, 농산물가격은 널뛰기를 반복한다. 이 때문에 농민들의 안정적인 수익구조가 형성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정부의 사전 수급조절기능은 사실상 전무하다시피 하다. 농산물 수급과 가격을 안정시키려면 과잉생산이 초래되지 않도록 사전 조절대책을 세우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파종기에 품목별 빅데이터 분석 등을 통한 정확성 높은 관측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또 생산량이 늘어나 값이 떨어지면 정부는 즉각 시장격리와 소비촉진에 나서야 한다.



- 만약 올해 중으로 개헌이 이뤄진다면 농업가치가 헌법에 반영될 수 있을까.

▶현행 헌법이 산업적 측면을 강조하던 1987년의 산물이다보니 농업가치가 소홀히 다뤄진 측면이 있다. 특히 농업은 1990년대 이후 우루과이라운드(UR) 협정 이행과 동시다발적 자유무역협정(FTA) 추진으로 외적 성장이 사실상 멈추는 등 많은 난제를 안고 있다.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려면 새로운 농정철학을 헌법에 담아야 한다.

농업의 공익적 기능은 농업·농촌은 물론 국토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토대가 되며, 국민의 삶과 직접 관련된 사안이다. 도시민 10명 중 7명이 농업가치에 공감한다는 여론조사도 있다. 이런 시대정신을 바탕으로 새 헌법에 농업의 공익적 기능, 그리고 이러한 기능을 유지·보장하기 위한 국가의 책무를 명문화해야 한다.



- 1일부터 농약허용물질목록관리제도(PLS)가 전면 시행되면서 농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정부에 어떤 주문을 할 계획인가.

▶PLS는 정부 설명대로 선진국형 식품안전관리제도다. 그렇지만 과연 농업 현장에서 이를 곧바로 적용할 수 있는가를 먼저 따져봐야 한다. 정부는 일선 농가의 우려와 걱정, 심지어 중국·미국 등 주변국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PLS를 강행한다는 입장이다. 등록농약이 부족한 상황에서 제대로 된 시행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우려되는 것이 사실이다. 국민의 먹거리 안전을 지키는 것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우리 정부의 중요한 책무지만, 적용약제가 완비될 때까지는 적발농가에 대한 처벌을 유예하는 등 농민들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

정부의 업무영역도 따져봐야 한다. PLS 시행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것은 농민이지만, 이 제도를 설계하고 담당하는 부처는 농림축산식품부가 아니라 식품의약품안전처다. 특히 식품안전업무가 농식품부와 식약처로 이원화된 탓에 먹거리 안전 사각지대 문제가 수시로 발생하고 있다. 국민 불안감을 해소하려면 식품안전업무를 단속 중심에서 예방 중심으로 전환하고, 생산부터 유통·가공에 이르는 모든 위생·안전관리 업무를 생산부처로 일원화해야 한다. 이미 이런 내용의 법안도 발의해놓았다. 



- 국회 등원 이래 줄곧 농해수위에서 활동해오고 있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2012년 국회에 첫발을 디딘 이후 7년 동안 상임위 변경 없이 농해수위원으로 지내왔다. 위원, 간사 및 소위원장, 위원장을 모두 거쳤다. 저는 농촌에서 나고 자랐고, 농촌지역 지자체 군수도 지냈다. 농업·농촌·농민은 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화두이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 농민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현재 농민들의 상대적 가난이 매우 심각하다. 농해수위원장으로서 이러한 현실이 매우 안타깝고, 위기에 처한 우리 농업·농촌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는 고민도 많이 하고 있다. 남은 임기 동안 농해수위원장으로서 정부의 관심에서 벗어나 있는 농업의 중요성을 정부는 물론 국민에게 알리고 홍보하는 역할을 하겠다. 또 농업예산 확충과 농가소득 증대에도 노력하는 등 늘 농민들 곁을 떠나지 않고, 늘 함께 같은 길을 걷겠다. 

김상영, 사진=김덕영 기자 supply@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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