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 최전선 지키는 파수꾼…그들은 ‘시간’과 싸웠다

입력 : 2018-11-07 00:00 수정 : 2018-11-07 23:50
방역복을 입고 축사 안을 소독하고 있다. 소독농가수가 늘고 낮기온이 올라가면서 목과 등에 땀이 송골송골 맺히기 시작했다.

[현장 속으로, 기자체험 25시] 농민신문 김태억 기자가 간다 (7)농협공동방제단

오전 8시 미팅 마친 뒤 방역복 착용

상하 일체형 옷 입는 것도 어려운데 목장갑·마스크까지 끼니 몸 둔해져

소독 땐 가축에 직접 분사하면 안돼

신경 곤두세우고 구석구석 약 뿌려 50여 농가 작업할 생각에 아득해져

낮엔 기온 오르자 방역복 탓 더워 작업 막바지 다다르자 몸에 한계

소독차 타고 내리는 것조차 고전

작업 끝난 후 차량일지·소독내역 입력 늦은 저녁 퇴근 뒤 온몸이 욱신욱신

 

겨울 철새가 우리나라를 찾기 시작하면 축산농가는 비상이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의 국내 유입 원인 중 하나가 겨울 철새인 탓이다. 올해도 조짐이 심상찮다. 10월에만 이미 예년보다 20%가량 많은 겨울 철새가 우리나라를 찾아서다. 게다가 일부 지역의 양돈농장에서 구제역 백신 항체형성률도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되면서 방역당국이 잔뜩 긴장하고 있다.

방역당국은 10월부터 2019년 2월까지를 특별방역기간으로 설정한 뒤 생산자단체·농가와 함께 차단방역에 힘을 쏟고 있다. 차단방역의 첨병 역할을 담당하는 곳 가운데 하나가 공동방제단(이하 공방단)이다. 공방단은 방역현장의 제일선에서 상대적으로 취약한 소규모 농장 7만가구가량의 소독업무를 담당하는데, 현재 전국 115개 축협에서 540개 반이 운영되고 있다. 2010~2011년 3조원의 피해를 냈던 AI·구제역 이후 정부 정책사업으로 도입돼 2012년부터 농협이 운영을 맡고 있다. 충북 충주축협(조합장 이석재) 공방단을 찾아 AI·구제역 발생을 막고자 힘겨운 싸움을 벌이는 방역요원의 세계를 체험해봤다.

 

8:00 충북 충주축협 권영표 지도상무(가운데)와 송일범 과장대리(오른쪽)가 공동방제단의 운영현황 및 애로사항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50여 한우농장 소독할 계획”

11월1일 오전 8시, 충주축협 공방단이 있는 지도과 문 앞에 섰다. 이 시간에 출근했을까 싶었다. 그런데 웬걸? 사진기자와 함께 사무실에 들어서자마자 지도과 직원은 물론 공방단의 방역요원 전원이 출근해 있었다. 공방단은 이미 간단한 미팅까지 마친 듯했다. <농민신문> 기자라고 인사하자 공방단을 총괄하는 송일범 과장대리가 ‘씩’ 웃으며 반갑게 맞아줬다. 방문 2주일 전부터 취재의도를 설명해서 그런지 ‘오늘 고생 좀 하겠다’는 표정이었다.

“요즘 방역활동이 한창이라 눈코 뜰 새 없습니다. 저병원성이긴 하지만 야생조류 분변에서 AI 바이러스가 잇따라 나와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닙니다.”

송 과장대리는 “공방단의 소독일정이 바쁘니 서둘러야겠다”며 재촉했다. 충주축협은 공방단 5개 반을 운영한다. 1개 반은 방역요원 한명과 전기충전식 소독설비를 갖춘 소독차 한대로 구성된다. 이들은 충주시 내 14개 면을 2~3개 면씩 나눠 830여 소규모 농장의 방역을 담당한다. 이날은 공방단 대장인 최창식 팀장(39)과 동행하며 방역활동을 돕기로 했다. 사진기자는 별도의 취재차량으로 따라붙기로 했다. 소독차에 2명밖에 탈 수 없어서였다.

최 팀장이 방역복을 입기 시작했다. 보통 30초도 안 걸린다고 했다. 따라서 입었다. 모자가 달린 상하 일체형 옷을 초심자가 빨리 입기란 수월치 않았다. 회색 방역복을 입고 모자를 덮어쓴 뒤 푸른색의 고무재질 장화로 갈아신었다. 목장갑과 마스크까지 꼈다. 방역복이 그리 두껍지 않은데도 괜히 몸놀림이 둔한 느낌이다. 게다가 취재수첩과 휴대전화·지갑까지 넣다보니 배와 가슴 부위가 더 불룩했다. 모습이 영 아닌 듯했다. 그래도 복장을 다 갖추고 나니 제법 방역요원 같았다. 남들이 볼 땐 초보티(?)가 물씬 나겠지만.

최 팀장은 “오늘은 대소원면 50여 한우농장을 소독할 계획”이라며 하루 일정을 소개해줬다. 그 순간 허걱(?)했다. 송 과장대리한테서 일전에 들었던 농가수보다 갑절 이상이나 많아서였다. 내색은 못하고 “그게 가능하냐”고 조심스레 물어보자 최 팀장은 “(발생하면 안되겠지만) AI 발생 전에 한곳이라도 더 방역해야 한다”고 말했다. AI나 구제역이 발생하면 농장 방문을 못해 농가당 매월 2번씩 의무적으로 하는 소독횟수를 채우기 어렵다는 게 이유였다. 

 

9:50 한우농장을 소독한 뒤 소독기록부를 작성하고 있다.

시작부터 목과 어깨 뻐근

9시30분, 만정리의 이호철씨 한우농장에서 첫 소독작업이 이뤄졌다. 최 팀장은 “소독요령은 가축 종류와 상태, 축사구조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며 “특히 가축에게 직접 뿌리면 안된다”고 주의를 단단히 줬다.

최 팀장이 시범을 보인 뒤 소독호스 끝에 붙은 기관단총처럼 생긴 분사기를 넘겨줬다. 분사기의 손잡이를 왼손으로 단단히 거머쥐고 오른손으로 스위치를 힘 있게 누르자 소독약이 포물선을 그리며 축사로 뿜어져 나갔다. 특히 농가의 손이 닿는 축사 부분과 바닥·벽면 순으로 골고루 뿌렸다. 커다란 눈망울을 끔벅이며 한참을 지켜보던 소들도 ‘움찔’ 하며 한발짝 물러섰다.

소독은 5분이 채 걸리지 않았지만 최대한 꼼꼼하게 했다. 이제 한 농장을 마쳤는데 벌써부터 목과 어깨가 뻐근했다. 처음 소독해봐서 긴장한 탓이려니 했지만 아직도 남은 농가를 생각하니 눈앞이 깜깜하기만 했다. 최 팀장은 “이씨 농장은 소독차와 지근거리에 있어 수월한 편”이라며 “진입이 어려운 농장은 50m 이상까지 호스를 끌고 가야 해 힘이 곱절로 든다”고 알려줬다.

소독작업이 끝나자 최 팀장은 축사 옆에 걸린 소독기록부에 ‘가축전염병 예방법에 따라 소독했다’는 스티커를 붙였다. 최 팀장은 “소규모 농가들은 농작물도 함께 재배하기 때문에 농번기 땐 (농장주가)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말했다. 농장주가 있으면 소독기록부에 직접 적고, 없으면 스티커를 붙인다고 했다.

다음 소독장소는 이씨의 농장과 10분 남짓 떨어진 하천 인근에 있는 도계장이었다. 도계장 주변을 다 소독해야 한다고 했다. ‘저걸 언제 다 하나?’라는 기자의 생각을 읽었는지 최 팀장이 “(차에서) 내리지 않아도 된다”고 귀띔해줬다. 최 팀장이 운전하면서 무선리모컨을 작동하자 소독차 밑 부분과 옆면, 타이어 부근에서 소독액이 뿜어져 나왔다. 신기하기도 했지만 잠깐이라도 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런지 기자의 의지와 상관없이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최 팀장은 “이맘때면 도계장을 특별소독구역으로 지정해 소독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우농장 10여곳을 잇따라 소독했다. 초보자 치고 분사기를 제법(?) 능숙하게 다루는 것처럼 보였는지 최 팀장이 “이젠 방역요원이 다 된 것 같다”고 농담을 건넸다.

소독농가수가 늘고 낮기온이 올라가자 목과 등에 땀이 송골송골 맺히기 시작했다. 아침만 해도 약간의 추위를 면하게 해줘 좋았던 방역복이 슬슬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최 팀장은 “지금은 그래도 낫다”며 웃었다. 한여름엔 방역복 안쪽 온도가 40℃를 넘나들어 조금만 움직여도 온몸이 땀범벅이라고 했다.

오전작업이 끝나갈 즈음 새 방역복으로 갈아입었다. 외부인과 차량 출입이 엄격히 제한되는 차단방역 현장에선 한번 사용한 방역복과 위생장갑·마스크 등은 폐기하는 게 원칙이다. 하지만 예산 때문에 방역복과 마스크·위생장갑은 하루에 3~4번밖에 교체하지 못한다고 했다. 최 팀장은 “농장에 방문할 때 이물질이 묻거나 하면 (차단방역을 위해) 곧바로 다른 방역복으로 바꿔 입는다”고 설명했다.

 

14:00 무선리모컨으로 광역분무기를 조작해 소독하고 있다.


차에 오르고 내리는 것도 버거워

오후일정은 소독차의 물탱크에 수돗물을 채우는 일부터 시작됐다. 금곡리에 위치한 충주축협 완전배합사료(TMR) 가공공장을 찾아가 1t짜리 물탱크에 물을 가득 채운 뒤 소독약을 타넣었다. 소독약은 사람과 가축에 아무런 피해가 없다고 했다. 최 팀장은 “통상 하루에 1t 안팎을 사용하는데 오늘은 (평상시보다) 조금 더 쓰는 것 같다”고 농을 던졌다.

오후 첫 소독작업은 TMR 공장 인근의 길가에 위치한 한우농장에서 이뤄졌다. 으레 분사기를 꺼내들려고 하자 최 팀장이 이번엔 ‘발칸포’(광역분무기)로 소독할 것이라고 했다. 소독차 위에 달린 발칸포는 무선리모컨으로 작동된다.

최 팀장의 안내에 따라 리모컨으로 발칸포를 상하좌우 돌려가며 소독했다. 전자오락 같아 재미가 좀 붙으려는데 최 팀장이 그만하란다. 발칸포는 한번에 많은 소독약이 뿜어져 나와 소들이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발칸포는 길가와 가까운 농장에서만 사용한다”고 말했다.

공동방제단 소독차로 도계장 주변을 소독하고 있다.

이후엔 농장을 분사기로 소독해나갔다. 작업이 막바지로 치달으면서 몸은 천근만근이 돼갔다. 아침만 해도 가뿐했던 소독차 오르내리기도 버거웠다. 심지어 소독차 높이가 오전보다 더 높아진 듯했다. 최 팀장은 “나이 많은 방역요원은 소독하는 것보다 (소독차에) 오르내리는 일을 더 힘들어한다”며 “잘못 내리면 골절상을 당하기 십상이니 내릴 때 보조석 앞의 손잡이를 꼭 잡아야 한다”고 신신당부했다. 이날 운전대를 잡는 일은 최 팀장의 만류로 포기했다. 평균 10~15분 단위로 이뤄지는 농장 소독작업에 차질이 빚어질까 걱정돼서였다. “길에 버리는 시간이 많아 1분도 아쉬울 정도”라는 최 팀장의 말에 수긍이 갔다. 무엇보다 농장 찾아가는 길이 꼬불꼬불하고 미로 같은 데다 비포장도로가 많아 사고 위험성이 큰 것도 작용했다.

오후 5시30분 사무실로 복귀한 뒤에도 쉴 틈이 없었다. 차량일지를 쓰고 국가동물방역통합시스템(KAHIS)에다 그날 소독한 내용을 입력해야 한다. 이런 업무만 해도 꼬박 30분 넘게 걸렸다. 저녁 6시가 넘어서야 사무실을 나설 수 있었다.

늦은 저녁 집에 돌아오니 몸이 안 아픈 데가 없었다. 그럼에도 가축전염병 예방의 제일선에서 일하는 방역요원들의 노고를 새삼 느꼈던 소중한 하루였다.

김태억, 사진=김병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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