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직불화·역진적 단가체계 도입…“예산확대 없는 개편, 공허한 메아리”

입력 : 2018-10-29 00:00 수정 : 2018-10-29 23:58

[기획] 대변혁기 맞은 쌀 정책 (중)정부의 직불제 개편안

농식품부, 개편안 뼈대 밝혀 재배작물에 상관없이 면적당 일정액 지급…작목전환 유도

6㏊ 미만 단가 더 높게 책정

예산확대 전제로 논의돼야



한국 농정의 최대 난제로 꼽히는 쌀 직불제 개편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17일 개편 시나리오를 내놓은 데 이어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도 30일 쌀을 포함한 전체 직불제 개편방향과 실행전략을 제시할 예정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쌀 직불제 개편의 파급력을 감안해 민관 협의기구 구성을 고려 중이며, 정치권도 다양한 아이디어를 쏟아내고 있다. 여기에 쌀 변동직불금 산정 기준인 목표가격 변경시한이 한달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쌀 직불제 개편방향을 둘러싼 이해당사자간 신경전도 서서히 달아오르고 있다.

쌀 직불제 개편의 필요성은 오래전부터 제기돼왔다. 쌀 수급균형 회복과 농가소득 안정 도모가 그것이다. 여기엔 직불금 지원이 쌀과 대농에 편중됐다는 문제의식이 깔려 있다.

정부도 이를 완화하는 데 역점을 두고 개편안을 마련 중이다. 농식품부는 10일 국회 국정감사 업무보고에서 ▲쌀 변동직불금의 고정직불화 ▲역진적 단가체계 도입 등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아주 단순해 보이지만, 폭발적인 내용이 곳곳에 숨어 있다.

쌀 직불제는 공익적 성격의 고정직불제와 소득보전 차원의 변동직불제로 나뉜다. 고정직불금은 재배작목과 관계없이 논의 형상을 유지하면 되지만, 변동형은 반드시 벼를 재배해야 수급자격이 주어진다.

농식품부는 변동직불금을 고정직불금에 흡수하고(고정직불화), 장기적으로는 쌀 직불제를 밭 직불제와 통합한다는 계획이다. 논에 벼를 심든 콩을 심든 면적당 일정액을 지급함으로써 쌀농가의 작목전환을 유도한다는 포석이다.

역진적 단가체계는 면적이 넓을수록 단가를 낮추는 방식이다. 농경연은 6㏊ 미만의 단가를 6㏊ 이상보다 높게 책정하자고 제안했다. 농식품부는 여기에 0.5㏊ 미만 영세농에게는 면적과 관계없이 가구당 일정액을 지급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면적이 아니라 농가단위의 단가 책정이란 점이 눈에 띈다.

변동직불금의 고정직불화는 언뜻 보면 쉬운 정책처럼 보인다. 그렇지만 실행에 앞서 검토해야 할 과제가 만만치 않다. 우선 고정직불화는 쌀 목표가격의 폐지를 의미한다. 쌀값과 관계없이 면적당 일정액을 주기 때문에 목표가격이 필요 없는 것이다. 1950~2004년의 추곡수매가, 2005년 이후의 쌀 목표가격 등 정부가 제시하던 기준가격이 사라짐을 의미한다. 자칫 ‘정부가 쌀값 문제에서 손을 뗐다’는 의미로 읽힐 수 있는 대목이다.

게다가 쌀값이 폭락했을 때 농가 조수입도 그만큼 줄 위험이 있다. 민간연구소 관계자는 “변동직불제 폐지는 ‘자동 시장격리제’와 같은 쌀값 폭락방지 대책이 없으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며 “(변동직불제를 고정직불화하면) 목표가격 재설정을 둘러싼 갈등요소가 사라지겠지만, 고정직불금 인상폭과 단가 변경주기 등 새로운 갈등요소가 나타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역진적 단가체계는 대농의 반발을 불러올 수 있다. 직불금 총액이 늘어나지 않는 상황에서 영세농을 우대하면 그만큼 대농에게 돌아갈 몫이 줄 수밖에 없다. 단가 변경과정에서 대농이 손해를 보지 않으려면 쌀 직불금 총액이 기존보다 연평균 3000억~4000억원 늘어야 한다. 이만희 자유한국당 의원(경북 영천·청도)은 “예산확대가 보장되지 않은 직불제 개편은 공허한 메아리이고, 희망고문에 불과하다”며 “직불제 예산확대를 전제로 관련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상영 기자 supply@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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