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생태계 보호·보존하는 진정한 친환경농업 실천해야”

입력 : 2018-09-05 00:00 수정 : 2018-09-05 23:48

'아름다운 농촌 가꾸기'로 농업가치 높인다

3부-안전 농산물 생산 (2)친환경농업

먹거리 생산·공급에만 치중 부실인증 사태로 신뢰 하락 수년 새 재배면적 급격 감소

생산자·소비자가 참여해 검증절차 만들고 점검하는 참여형 인증시스템 대안으로

지속가능한 농업·농촌 위해 농식품부도 재정적 지원 나서 친환경농업 가치 제고 기대
 


친환경농업의 중요한 기능 중 하나는 안전한 먹거리 생산과 공급이다. 아울러 토양·수질의 오염방지, 생물다양성 유지, 폐기물 감소 등 환경보전 기능을 통해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높이는 역할도 한다. 그런데 지금까지 우리나라 친환경농업은 안전한 먹거리 생산과 공급에만 초점이 맞춰졌다. 인증제 위주로 추진된 결과 양적 성장도 이룰 수 있었다. 하지만 부실인증 사태 등이 발생하면서 인증제에 대한 신뢰 하락이 되풀이되고 있다. 농업의 지속가능성과 공익적 가치를 높이는 진정한 의미의 친환경농업에 상대적으로 소홀했다는 반성이 일고 있다.



◆친환경농업 현황은=우리나라 친환경농업은 2001년 도입된 친환경농산물 인증제와 함께 성장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친환경농산물 인증제는 초기에 저농약·무농약·유기농 등 3종류가 있었는데, 저농약 인증은 2016년 폐지되고 현재는 무농약과 유기농만 유지되고 있다.

인증기준은 무농약의 경우 유기합성농약을 살포하지 않되 화학비료는 권장 시비량의 3분의 1 이내로 사용해야 한다. 유기농은 유기합성농약과 화학비료를 일절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

친환경인증(유기농+무농약) 재배면적을 살펴보면 2001년 1745㏊에서 2012년엔 12만7100㏊로 정점에 달했다. 그러나 이후 급격히 감소하기 시작해 2017년 인증면적은 8만100㏊로 줄었다. 같은 기간(2012~2017년) 친환경농산물 출하량도 100만9800t에서 49만6400t으로 51%나 감소했다. 농가수도 10만7000가구에서 5만9400가구로 급감했다.



◆인증제, ‘과정’ 중심으로 변화해야=최근 수년 새 친환경농업이 위축된 주요 원인으로는 빈번하게 발생한 ‘부실인증’이 꼽힌다. 2017년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이 9월18일부터 한달간 실시한 국내 민간 친환경인증기관에 대한 조사에서 민낯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대상기관 57곳 중 49곳이 인증기준과 절차를 어긴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는 친환경농산물에 대한 신뢰 하락과 수요 감소를 초래했다. 또한 의도치 않은 잔류농약 검출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데도 단순히 결과만을 보고 해당 농가를 범법자 취급하는 분위기도 생겨났다. 이런 상황이 친환경농가들의 불안감을 높이고 의지를 꺾는 결과를 낳았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업계 관계자들은 현행 인증제도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시하는 제도가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 방안으로 떠오른 것이 참여보증제도(PGS·Participatory Guarantee System)다. 이 제도는 생산자와 소비자, 기타 관계자들이 직접 친환경농업의 표준을 정하고 검증절차를 수립할 뿐 아니라 검증에 참여하는 인증제도다. 참여자들 모두 친환경농업에 대한 깊은 이해가 있어야 하고 적극적인 참여의지가 뒤따라야 추진될 수 있다. 또 소비자나 기타 이해관계자들이 검증과정에서 생산자의 농사철학이나 농법을 보다 자세히 파악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따라서 향후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 원인을 찾고 발전적인 방안을 논의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한살림이 시행하는 ‘자주인증’이 대표적인 참여보증형 인증제다. 생산자는 한살림이 정한 기준대로 상품을 생산하고, 일정한 교육과정을 수료한 조합원(소비자)은 생산지를 직접 방문해 기준에 따라 상품이 생산되고 있는지를 점검하는 자체 인증시스템이다.

현행 ‘생산관리자제도’는 보완과 개선을 통해 과정 중심의 인증제로 전환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생산관리자제도는 친환경농민 5인 이상이 참여하는 단체의 경우 생산관리자를 두고, 이들이 농가들의 농사과정을 관리·지원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그러나 실상 생산관리자 대부분이 작목반이나 영농조합의 대표로, 업무량이 과다하고 마땅한 장려금이 없어 활동에 대한 동기부여가 어려운 실정이다.

박종서 전국친환경농업인연합회 사무총장은 “생산관리자에게 일정한 급여를 지급하는 유급제를 시행해 동기부여에 나서는 동시에 실제로 친환경적인 농업이 이행되도록 생산과정 관리와 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나아가 농대 출신 청년이나 귀촌인들을 일정기간 교육해 채용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며 “고령농민들의 농업활동을 지원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농촌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친(親)환경적’ 농업 추구해야=최근에는 친환경농업의 방향성 자체를 변화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힘을 얻고 있다. 그간 친환경농업을 인증제 중심으로 추진한 결과 농업의 지속가능성 확보, 환경보전 등 진정한 의미의 친환경농업과 멀어지게 됐다는 반성에서다.  

이와 함께 떠오른 화두가 ‘유기농업 3.0’이다. 인증제 위주였던 유기농업 2.0 시대의 한계를 인식하고 유기농업을 생태·경제·사회·문화 등과 연계한 통합적인 농업시스템으로 보는 흐름이다. 현재 농림축산식품부가 추진하고 있는 ‘농업환경보전프로그램’은 이러한 흐름과 관련이 깊다. 이 프로그램은 친환경농업의 범위를 ‘생산’에서 ‘농업환경 개선’으로까지 확대해 지속가능한 농업·농촌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목적이다.

농식품부는 우선 올해 3개 마을(충남 보령 장현마을, 전남 함평 백년마을, 경북 문경 희양산마을)을 선정, 실증연구를 진행 중이다. 참여 마을의 주민들은 소정의 활동비용을 지원받으며 비료 적정 사용, 녹비작물 재배 등 양분관리, 토양 침식 방지, 영농·생활 폐기물 공동 수거, 전통농법과 경관보전, 생태둠벙 조성 등 농업생태계 보호를 적극 실천해야 한다.

성재훈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농업환경보전프로그램을 통해 친환경농산물 생산을 재정적으로 지원할 뿐 아니라 실제로 친환경적인 농업을 이끌어내기 때문에 국내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향상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친환경농업의 환경적 가치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난 기자 kimnan@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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