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물 상태’에 맞춘 멜론 생육관리…‘한결같은 품위’ 자랑

입력 : 2018-07-06 00:00
신운영씨의 고품질 멜론은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도 ‘아무나 낙찰받을 수 없는 귀한 멜론’으로 유명하다. 늘 시세보다 높은 가격에 정가·수의매매로만 거래되기 때문이다.

가락시장 최고가 비결 (7)멜론농가 신운영씨 <충남 공주>

비닐하우스 25동(2만㎡) 규모 형 2명과 함께 농사지어 다른 사람 손에 일 안 맡겨

1월부터 모종 직접 키우고 땅 상태 살펴 비료량 결정

과육 단단해지는 경화기 땐 생육온도만 맞춰주고 지켜봐

과육 전체 부드러운 단맛 뽐내 정가·수의매매로 전량 판매
 


신운영씨(59·충남 공주)가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에 선보이는 멜론은 특별하다. 빼어난 품위와 깐깐한 선별은 다른 품목의 최고가 농가와 매한가지지만, 거기에 더해 그의 멜론은 원한다고 해서 아무나 낙찰받을 수조차 없다.

임은섭 가락시장 서울청과 경매사는 “당도·육질(식감)·모양 어느 것 하나 빠지는 게 없는 멜론”이라며 “워낙 높은 시세를 형성해 몇년 전부터는 아예 정가·수의매매로만 전량 거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늘 평균 경락가보다 높은 값이 매겨져도 날로 인기가 높아지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6월25일 신씨가 출하한 <머스크> 멜론은 8㎏들이 200상자 모두 3만2000원에 정가·수의매매로 거래됐다. 같은 날 가락시장에서 거래된 <머스크> 멜론의 상품 한상자당 평균 경락가는 2만2762원이었다. 신씨의 멜론이 한상자당 1만원가량 높은 값을 받은 셈이다.



◆모종부터 ‘내 손으로’=“재배기술보다 마음이 더 중요합니다.”

어떻게 하면 농사를 잘 짓느냐는 물음에 신씨가 내놓은 답변이다. 자신이 기르는 작물의 특성을 누구보다 잘 파악해야 농사도 제대로 지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신씨가 1983년 처음 농사를 시작할 때부터 지켜온 다짐이다. 또 16년 전 시작한 멜론뿐만 아니라 앞서 재배했던 수박·오이·토마토 역시 곧잘 가락시장 최고가를 기록했던 비결이기도 하다.

현재 신씨는 비닐하우스 25동(한동당 800㎡·242평)에서 멜론을 재배한다. 재배면적을 모두 합치면 2만㎡(약 6000평)에 이르는데, 같은 마을에 사는 두명의 형과 함께 농사일을 한다. 다른 사람 손에 일을 맡겨서는 철저한 생육관리나 선별이 힘들다고 여겨서다.

신씨는 모종부터 스스로 가꾼다. 1월 중순쯤 씨앗을 뿌려 한해 동안 쓸 모종을 차근차근 직접 키운다. 생산비를 절감하는 효과도 있지만 무엇보다 ‘멜론의 처음부터 끝까지’ 관리한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토양관리도 빈틈이 없다. 아주심기(정식)에 앞서 잘 발효된 우분과 짚, 그리고 가까운 산에서 직접 긁어온 부엽토를 밑거름으로 쓴다. 이때 소량의 복합비료도 넣어주는데, 땅의 상태를 꼼꼼하게 파악한 후 양을 결정한다.

“땅을 살펴서 밑거름의 비율을 정합니다. 매년 땅의 상태는 달라지는데 밑거름이 똑같을 수 없지요. 관행대로 농사지어서는 평범한 작물밖에 기를 수 없다는 게 제 믿음입니다. 그만큼 땅, 그리고 작물과 소통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원칙을 지키는 생육관리=아주심기는 보통 2월초부터 8월말까지 이어진다. 시간 간격을 두고 비닐하우스 2동씩 모종을 심는 방식인데, 그러면 5월초부터 11월말까지 계속 출하할 수 있다.

생육관리에도 신씨만의 철저한 원칙이 있다. 시기가 아니라 작물의 상태에 맞춘 처방을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신씨는 생육시기에 따라 영양제나 비료를 쓰지 않는다. 대신 날마다 멜론을 한포기씩 톺아본 뒤 그에 걸맞은 관리를 한다. 이를테면 뿌리나 잎의 기세가 약할 때는 영양제를 사용하고, 멜론농가의 골칫거리인 흰가루병도 온도와 습도를 고려해 미리 농약을 뿌리는 식이다.

생육관리를 멈추고 그저 멜론을 지켜봐야 할 시기도 있다. 바로 멜론의 과육이 단단해지면서 겉면에 그물 모양이 뚜렷해지는 ‘경화기’다. 이땐 물은 물론이고 어떤 영양제나 비료도 주지 않는다. 어설프게 생육관리를 했다간 오히려 열과 비율만 높아지기 때문이다. 온도를 15~19℃로 철저하게 맞추면 멜론 스스로 예쁜 모양새를 만들어낸다고 한다.

경화기가 마무리되면 수확 직전까지 당도를 끌어올리는 데 중점을 둔다. 역시나 핵심은 맞춤형 처방이다. 멜론의 크기나 모양에 따라 인산·가리 비료를 쓰거나, 선지에 미생물을 섞어 발효시킨 액비를 잎에 꼼꼼하게 뿌린다. 그래야 과육 전체에서 단맛을 낼 수 있다. 이때 핵심은 적절한 사용량이다. 당도를 높인다며 영양제나 비료를 많이 썼다가는 멜론에서 아린 맛이 나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은 제가 농사짓는 방법을 두고 ‘바보 같다’고 해요. 근데 아무리 고민해봐도 이게 정답이더라고요. 손은 많이 가지만 작물관리는 철저하게 생육상태에 맞춰야 합니다.” 



◆한결같은 선별이 인정받는 비결=“농사꾼이 제대로 농사를 짓고 나서 정직하게 골라 출하하면 시세는 자연스레 따라오죠.”

보통 신씨는 일주일에 두차례 가락시장에 멜론을 내놓는다. 한번에 나가는 양은 8㎏들이 200상자 정도다. 무게는 한개당 2.3㎏ 안팎으로 맞춰져 있고, 당도 역시 16브릭스(brix)를 웃돈다. 어느 상자를 열어봐도 한결같은 품위를 뽐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신씨의 멜론은 원칙을 지킨 생육관리 덕에 씨방 근처만이 아니라 과육 전체에서 부드러운 단맛을 자랑한다.

모양 역시 뛰어나다. 과형은 울퉁불퉁한 부분 없이 매끄럽게 둥글고, 겉면의 그물 모양 또한 오밀조밀해 언뜻 봐도 다른 멜론과는 또렷하게 구분된다.

당연히 가락시장에서는 호평이 자자하다. 임은섭 경매사는 “중도매인들이 ‘신씨의 멜론은 거래처에서 반품이 없다’고 입을 모을 정도”라며 “정가·수의매매로 신씨의 멜론을 구입하겠다는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치켜세웠다.

공주=박현진 기자 jin@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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