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다로운 선별·찹찹이 포장…전국 ‘1등 깻잎’으로 우뚝

입력 : 2018-05-18 00:00 수정 : 2018-05-18 12:00
서용판씨(오른쪽)가 부인 주금선씨와 함께 수확한 깻잎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가락시장 최고가 비결 (6)깻잎농가 서용판씨 <경남 밀양>

수확과 동시에 선별 상품은 잎 길이 12㎝ 안팎만 노란점 하나만 있어도 비품

한장씩 포개서 1단으로 포장 품질 저하 막고 속박이 어려워

‘무한리필 리콜제’도 실시 중도매인들 호응·신뢰 높아
 


깻잎 주산지로 이름난 경남 밀양. 내로라하는 농가들이 많은 이곳에서도 단연 고품질을 뽐내며 전국 ‘1등 깻잎’을 생산하는 이가 있다. 깻잎농사 11년 차인 서용판씨(66·산외면 금천리)다.

11일 그가 출하한 깻잎은 2㎏(1㎏들이 두상자 한묶음)에 3만500원으로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 최고값에 낙찰됐다. 가락시장에서 깻잎 거래량이 가장 많은 중앙청과의 평균가(1만8996원)를 훌쩍 뛰어넘었으며, 가락시장 전체 평균가(1만8616원)에 비해서는 64%나 높은 금액을 받았다.

정현기 중앙청과 경매사는 “서씨는 특히 선별에 남다른 공을 들여 시장에서 명성이 자자하다”고 설명했다.



◆농사는 ‘기본’에 충실=서씨는 부인 주금선씨(60)와 함께 1455㎡(440평, 130평 3동과 50평 1동)의 시설하우스를 경영하고 있다. 두사람은 지금까지 남의 손을 한번도 빌린 적이 없다. 여기에는 서씨의 타고난 성실함과 꼼꼼한 성격이 한몫한다.

서씨는 깻잎농사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씨앗’부터 자가 생산한다. 집 근처에 <남천 들깨> 품종을 기르는 채종용 밭을 따로 두고 수년째 직접 씨앗을 마련하고 있다. 종자를 구입해서 쓰면 일손을 덜 수 있지만 믿을 만한 씨앗을 얻기 위해 이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토양관리는 보통 6~7월에 시작한다. 먼저 땅에 물을 적당히 주고, 430㎡(130평)에 퇴비 약 3.2t을 골고루 뿌린다. 이후 쟁기질과 로터리작업을 4번 정도 반복한다.

이 작업이 끝나면 큰 비닐을 덮어두고 보름 정도 방치해 열소독을 한다. 그러면 웬만한 병해충과 잡풀의 씨앗은 죽는다. 8월초 파종 후에는 시설관주용 비료 5~7㎏과 농업용 유용미생물(EM) 배양액 10ℓ를 물에 타 한달에 한번 공급한다.

이렇게만 보면 그의 농사법이 그리 특별하진 않다. 그러나 본래 기본을 지키는 것이 가장 어려운 일이라는 말이 있듯, 서씨는 앞으로도 초심을 잃지 않고 기본에 충실한 농사를 지을 생각이다.



◆선별은 누구보다 ‘엄격하게’=서씨의 선별수준은 가락시장에서도 정평이 나 있다. 정현기 경매사는 “서씨 상품은 한상자에 들어간 깻잎의 길이 오차가 1㎝ 이내”라며 “한눈에 봐도 얼마나 까다롭게 선별했는지 알 수 있다”고 칭찬했다.

깻잎은 수확과 동시에 바로 선별이 이뤄진다. 보통 바구니와 커다란 봉지를 동시에 챙겨들고 상품으로 출하할 것은 바구니에 담고, 비품은 봉지에 담는 식이다. 단순해 보이지만 ‘매의 눈’으로 관찰하지 않으면 자칫 비품이 상품에 섞여 나갈 수 있다. 서씨는 그만의 철저한 기준으로 상품을 골라낸다. 잎의 길이는 12㎝ 안팎이 돼야 하는데, 잎에 아주 작은 구멍이나 노란점 하나만 있어도 비품으로 빠진다.

엄격한 선별 탓에 초기 2~3년은 부인과 다툼도 잦았다. 주씨가 선별해놓은 것을 서씨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풀어헤쳐놓기 일쑤였기 때문이다.

농장 한편에 비품으로 선별해놓은 봉지를 찾아 들춰봤다. 깻잎 한장을 한참 살펴보고서야 작은 구멍 하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어떤 것은 대체 왜 비품인지 판단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서씨는 “내 눈에 최고라야 남의 눈에도 그렇게 보일 수 있다”면서 “선별만큼은 절대 대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서씨는 깻잎을 한장씩 포개 담는 일명 ‘찹찹이’ 방식으로 포장해 출하한다.



◆신뢰 높이는 포장과 리콜제=서씨의 1회 출하량은 보통 1㎏들이 35~36상자 정도이고, 수확량이 적을 때는 20상자 안팎이다. 그런데 서씨는 포장을 남다르게 한다.

보통 깻잎은 1속(10장)씩 묶어 100속을 한상자 단위로 출하한다. 그도 한때는 그랬다. 하지만 지금은 깻잎을 한장씩 포개 1단으로 담는 일명 ‘찹찹이’ 방식으로 출하한다. 보통 2㎏(1㎏들이 두상자 한묶음) 단위로 내보내는데, 중량으로 보면 100속 한상자와 거의 비슷하다.

포장형태를 바꾼 것은 같은 작목반 회원의 아이디어에서 시작했다. 이렇게 하면 모든 깻잎이 한눈에 들어와 속박이도 어렵고, 한단으로 쌓아 고온에 따른 품질 저하도 막는 장점이 있다. 다행히 횟집·전집 등에 납품하는 중도매인들의 호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또 그가 속한 ‘맑은작목반’ 회원들은 10년째 ‘무한리필 리콜제’를 실시하고 있다. 보통 다른 지역 작목반은 경매일 다음날까지 하자가 발견될 경우 정상품으로 교환해준다. 그런데 이들 작목반은 리콜기간을 경매일로부터 일주일까지로 정해놓고, 깻잎에 문제가 발생했다고 하면 기간을 따지지 않고 교환해준다.

서씨와 10년 넘게 거래해온 중도매인 박재희씨(마산유통 대표)는 “품질에 자신이 없으면 그럴 수 없다”면서 “리콜제는 서씨를 비롯한 해당 작목반이 시장의 신뢰를 얻는 중요한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밀양=김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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