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도·맛·색 소문난 파프리카…가락시장 중도매인들 ‘엄지 척’

입력 : 2018-04-30 00:00 수정 : 2018-05-01 09:58
위원환 금송영농조합법인 대표는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철저한 선별로 소문난 파프리카 재배농민이다. 가락시장 중도매인들은 “월등한 품질 덕에 유명 대형마트들이 앞다퉈 그의 물건을 찾는다”고 입을 모은다.

가락시장 최고가 비결 (5) 파프리카농가 위원환씨 <전남 장흥>

종자 시험재배해 품종 선발 자가육묘로 우수 모종 생산

아주심기 후엔 원수검사·양액관리에 온힘 다해

엄격한 자가선별로 크기·모양 균일성 확보 적정량 출하로 신선도 유지

매월 가락시장 오가며 타지역 작황·물동량 점검 출하시기 조절에 큰 도움

 


23일 밤 11시,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의 서울청과 경매장. 파프리카 경매에 위원환 금송영농조합법인 대표(56·전남 장흥)의 상품이 올랐다. 51명의 중도매인은 일제히 응찰기를 눌렀고 순식간에 1200상자가 낙찰됐다.

이날 위 대표가 출하한 노랑 파프리카 5㎏들이 특품 한상자의 거래가격은 2만6000원으로 최고가를 기록했다. 이 가격은 서울청과에서 거래된 평균가(2만1170원)보다 23%나 비싼 것은 물론 가락시장 전체 평균가(2만1203원)와 비교해도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서울청과는 가락시장에서 파프리카 취급물량이 가장 많은 법인이다.

최형석 서울청과 경매사는 “위 대표의 상품은 머릿시세를 형성할 뿐 아니라 그날 전체 경매가를 끌어올리는 데 기여할 만큼 품질이 좋다”면서 “중도매인들도 너나 할 것 없이 탐낸다”고 설명했다.



◆품질관리는 모종농사부터=위 대표는 2만6446㎡(8000평) 규모의 연동 비닐하우스에서 파프리카농사를 짓는다. 시장 수요에 맞춰 주로 노란색(재배면적의 55%)과 빨간색(〃 40%) 파프리카를 재배하고, 주황색(〃 5%)도 일부 키운다.

농장에서 갓 수확한 파프리카를 만져보니 흡사 돌덩이처럼 단단하다. 한입 베어 물어보니 아삭한 식감, 풍부한 과즙, 은은한 단맛이 일품이다. 경도·맛·색 가운데 어느 것 하나 빠지는 게 없다고 소문난 파프리카다웠다.

“‘모종농사가 반농사’라는 말이 있죠. 우수한 모종을 길러내는 일이야말로 고품질 파프리카를 수확할 수 있는 첫걸음입니다.”

그의 철저한 품질관리는 직접 모종을 기르는 육묘부터 시작된다.

우선 종자는 매년 농장 한편에서 몇종류를 시험재배해보고, 농장 환경에 가장 잘 맞는 품종을 고른다. 이후 해당 종자를 구입해 파종(7월20일께)하고 한달간 기른다. 이 과정에서 추후 문제가 될 만한 병해충을 막기 위해 방제처리를 철저히 한다. 또한 파종 후 3번 정도 이식한다. 그 사이 이상증세가 있는 모종은 걸러낸 뒤 최종적으로 배지에 아주심기한다.

8월말 아주심기한 파프리카는 10월부터 본격적으로 수확하는데, 그 전에 위 대표가 반드시 하는 일이 있다. 바로 원수(양액을 섞기 전의 물)검사다. 적절한 양액 배합을 위해 원수가 함유한 성분과 산도 등을 파악하고, 또 혹시라도 존재할지 모를 병균을 찾기 위함이다.

재배 중에는 양액관리에 심혈을 기울인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전문업체에 의뢰해 양액성분을 분석하고, 부족한 영양분을 찾아 공급한다.



◆타협 없는 선별이 관건=시장에서 그의 상품이 최고로 여겨지는 데는 우수한 품위는 물론 균일성이 한몫한다. 10년째 그의 파프리카를 매입하고 있다는 가락시장 중도매인 황성만씨(금아농산 대표)는 “어떤 상자든 열어보면 크기나 모양이 정말 고르고 품위도 최상”이라며 “유명 대형마트들이 앞다퉈 찾는다”고 치켜세웠다.

실제 위 대표는 선별작업에 유난히 공을 들인다. 아무리 좋은 상품을 생산해도 선별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시장에서 좋은 값을 받기 어렵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과거엔 외부업체에 선별·포장을 맡겼지만, 지금은 장비를 구입하고 직원들을 교육해 직접 선별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는 직원들에게 ‘타협 없는 선별’을 하라고 수시로 강조한다. 작은 흠집도 용납하지 말고, 규격기준에 맞지 않으면 과감히 뺄 것을 주문한다.

위 대표는 “아무리 엄격히 선별해도 비품으로 빠지는 양이 연간 생산량의 5%밖에 되지 않는다”며 “아깝다고 비품이나 규격에 맞지 않는 상품을 출하했다가는 잃는 게 훨씬 많다”고 말했다.

그의 남다른 고집은 수확과 출하에도 적용된다. 한번에 7t 정도 수확하고, 다음날 반드시 시장에 출하한다. 그보다 많이 수확하면 현재 인원(10명)으로 하루 안에 수확·선별 작업까지 마칠 수 없어 신선한 파프리카를 시장에 내기 어려워서다.



◆시장에 자주 드나들기=“‘내 물건은 대체 왜 값이 안 나올까’라고 고민하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그렇다면 반드시 시장에 가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위 대표는 올해로 파프리카농사 10년 차다. 이전 10여년은 토마토·고추·오이 등을 재배했는데, 해마다 가격이 급등락하는 일을 겪으면서 새로운 소득작목을 찾던 차에 파프리카를 접했다. 본격적으로 파프리카농사를 시작하면서부터 이전엔 관심을 기울이지 않던 시장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우선 장흥에서 왕복 10시간이 걸리는 가락시장을 거의 매월 찾았다. 남들이 출하한 상품을 살펴보면서 어떤 상태가 좋은 값을 받는지, 자신의 상품은 무엇이 부족한지 분석했다. 이때 중도매인들이 파프리카값을 매기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 ‘경도’라는 사실을 알게 됐고, 생육관리 때 경도 향상에 더욱 집중했다.

또 경매사들과 가깝게 지내면서 다른 지역의 재배상황·물동량 등을 수시로 파악한다. 출하시기를 조절하는 데 참고하기 위해서다.

위 대표는 “내 물건이 최고가 돼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농사를 지어야 한다”면서 “동시에 끊임없이 노력하고 배워야만 실제로 최고가 될 수 있고, 실질적인 소득도 높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장흥=김난 기자 kimnan@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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