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 상상속 기술을 현실로” 농업의 미래 여는 연구자들

입력 : 2018-04-27 00:00

 

연구의 신을 만나다 (1) 최일수 농촌진흥청 연구사

8년 농기계 연구 외길 8시간 ‘3000평’ 거뜬 ‘고구마 정식기’ 개발
 


농민 못지않게 한국 농업을 지탱해온 이들이 있다. 농기계·식량·원예 등 각 분야에서 짧게는 3년, 길게는 10년 넘게 기술개발에 매진하는 연구자들이다. 하지만 이들을 주목하는 눈길은 드물다. <농민신문>은 ‘연구의 신’이라 부를 수 있는 11명의 연구자를 만나본다. ‘신’은 ‘농업분야 연구·개발에서 경지에 오른 존재(神)이면서 농민을 위해 일하는 공복(臣)’이라는 중의적 의미를 담고 있다.


98% 대 58%.

전자는 2016년 국내 벼농사 기계화율, 후자는 밭농업 기계화율이다. 국내 경지면적 중 밭농업이 차지하는 비율이 50%를 넘어선 지 오래지만, 그에 비해 기계화율은 상대적으로 초라하다. 하지만 이를 거꾸로 보면 농기계 연구자들에게는 도전의식을 자극하는 ‘미개척’ 분야가 된다.

최일수 농촌진흥청 밭농업기계화연구팀 연구사(사진)는 그중에서도 고구마·감자·두류 ‘파종·정식(아주심기)·수확 기계’ 개발의 길을 8년째 걷고 있다. 2011년 농업 연구에 입문한 후로 줄곧 걸어온 길이다. 밭농업에서 경운과 정지는 벼농사용 농기계를 함께 사용할 수 있지만, 파종·정식·수확은 전용 기계가 반드시 필요한 분야다. 특히 최 연구사가 최근 주목받은 건 ‘반자동 고구마 정식기’를 개발하면서부터다.

“국내에서는 고구마순을 비스듬하게 심는 ‘수평심기’를 하기 때문에 기계 개발이 쉽지 않았습니다. 축구장만 한 크기의 밭에 농민 20~30명이 일렬로 서서 순을 심는 게 흔한 풍경이었지요. 이 모습을 한번 바꿔보자 마음먹었습니다.”

최 연구사가 속한 밭농업기계화연구팀이 반자동 고구마 정식기를 내놓은 때는 2016년. 2조식 또는 4조식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정식기엔 고구마순을 집게에 올려놓으면 집게가 순을 물고 내려가 수평으로 심는 기능이 장착돼 있다. 보조작업자가 순을 기계에 하나씩 넣어줘야 하지만 8시간에 1만㎡(약 3000평) 정식이 거뜬하다.

최 연구사는 “수량은 관행재배와 비슷하게 나오면서 노동력은 약 30% 절감된다”며 “기술이전받은 업체가 한해 30대 넘게 판매할 만큼 농가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최일수 연구사가 속한 연구팀이 개발한 4조식 고구마 정식기로 작업하고 있는 모습.


고구마 정식기처럼 밭농업용 기계를 개발할 때는 현장의 목소리를 적극 반영한다. 이미 개발한 수집형 두류 콤바인과 현재 개발 중인 감자 파종기도 농민들의 사소한 불편함을 개선한 사례다.

“서리태·콩나물콩·팥은 수확한 다음 꼬투리가 마르는 데 한참 걸려요. 기존에 개발된 두류 콤바인은 줄기를 자르면서 동시에 탈곡하기 때문에 꼬투리가 짓물러 알곡 품질을 떨어뜨리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줄기를 잘라 건조시켜 놓으면 수확만 따로 하는 수집형 콤바인을 개발한 이유입니다.”

최 연구사가 속한 연구팀이 2013년 개발을 마친 수집형 콤바인은 업체에 기술이 이전돼 판매되고 있다. 다만 9000만원이 넘는 비용이 농가에는 부담이어서 영농조합을 중심으로 보급되는 추세다.

최 연구사는 또 전자동 감자 파종기를 2019년 현장에 선보일 예정이다. 파종기에 절단기와 소독약 살포기가 장착돼 있어 씨감자를 절반으로 자르는 동시에 소독이 진행된다. 농민들은 직접 씨감자를 잘라 ‘큐어링’을 거친 다음 파종해야 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최 연구사의 다음 연구 목표는 고구마 수확기의 성능 개선이다. 고구마는 껍질이 조금만 벗겨져도 상품성이 떨어져 기계보다 여전히 사람 손으로 수확하는 게 일반적이다.

취재를 마칠 무렵 최 연구사는 마지막으로 현장농민들에게 당부할 이야기가 하나 있다며 꼭 소개해달라고 요청했다. “밭농업 기계화가 성공하려면 재배양식 표준화가 필수입니다. 조간·주간 거리가 대표적입니다. 각자 익숙한 재배법이 있겠지만, 기계화를 위해서 신기술에도 관심을 가져주십시오. 필요한 기계는 반드시 만들어드리겠습니다.”
 

전주=김해대 기자 hdae@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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