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업, 농가공식품·종자산업 가장 유망…10~20년 후 농민이 스포츠카 타는 시대 올 것”

입력 : 2018-03-09 00:00
김병원 농민신문사 회장(왼쪽)과 짐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오른쪽).

김병원 - 짐 로저스 특별대담

 

전세계 농업 낙관적

농촌 고령화 문제지만 10년 후 상황 나아져 한국농업 크게 발전

4차산업혁명 시대 농업에도 많은 변화

“앞으로 10~20년 후엔 농민이 람보르기니 타는 시대 올 것”

미래농업 대비 경지면적 넓히고 아이 농사교육 필수 농협 역할도 중요

농업가치 헌법반영 운동 농협의 노력 정부도 알 것
 

 


“농업에서 가장 유망한 분야는 농가공식품과 종자산업입니다.”

세계적 투자가인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은 5일 농민들에게 어떤 분야에 관심을 두라고 조언하고 싶은지 묻는 김병원 농민신문사 회장(농협회장)의 질문에 거침없이 대답했다.

로저스 회장과 김병원 회장은 이날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특별대담을 가졌다. 로저스 회장은 6일 농민신문사가 개최한 ‘제3회 미농포럼(Minong Forum)’에서 특별강연을 하기 위해 5일 내한했다. 특별대담에서 김 회장은 로저스 회장에게 미래농업 전망, 농업가치의 중요성, 통일한국 농업의 전망과 농협의 역할 등에 대해 의견을 구했다.



■ 미래농업 전망 

▶김병원 회장=한국의 300만 농민은 로저스 회장의 방한을 진심으로 환영하고 있다. 로저스 회장이 농업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고 농업의 미래에 희망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짐 로저스 회장=한국뿐 아니라 전세계 농업을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 상황은 점점 나아질 것이다. 앞으로 10~20년 뒤 농업이 크게 발전할 것이기 때문에 지금의 선택이 옳다고 생각한다.

▶김병원=2017년 8월 한국에 다녀간 것으로 안다. 짧은 기간이지만 그때와 지금 한국의 모습이 다른 점은 없나.

▶로저스=그 당시와 비교했을 때 북한과 좀더 우호적인 관계가 형성된 것 같다.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며, 우호적인 관계가 지속되기를 바란다.

▶김병원=2014년으로 기억한다. 로저스 회장이 우리나라에 와서 많은 젊은이들에게 “이제 농대를 가라”고 말했다. 우리 젊은이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줬다. 젊은이들에게 농대로 가라고 했던 말은 아직도 변함이 없나.

▶로저스=청년이고 외향적인 성격이라면 농업이 잘 맞는 분야다. 최근 영국 옥스퍼드대학에서 강의했을 때도 똑같은 이야기를 했다. 금융 말고 농업에 관심을 두라고 말했다. 앞으로 10~20년은 농업이 가장 많이 발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병원=농업에도 여러 분야가 있다. 농가공식품·종자·축산·바이오산업을 예로 들 수 있다. 이중에서 한국농민들에게 추천할 분야가 있다면 무엇인가.

▶로저스=한국인과 외국인을 통틀어 한국농업을 가장 낙관적으로 생각하는 사람 중 하나가 나 자신이라고 생각한다. 굳이 추천분야를 고르라면 농가공식품과 종자산업을 꼽겠다.

▶김병원=4차산업혁명이 전세계적으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4차산업을 1차산업인 농업과 결합하면 큰 성과가 있을 거라는 이야기다. 이를 어떻게 생각하나.

▶로저스=인터넷은 세상에 있는 모든 것을 바꾸고 있다. 앞으로 은행이나 우체국에 갈 필요 없이 인터넷으로 해결하는 시대가 올 것이다. 농업도 4차산업 혁명을 받아들이면서 많은 변화가 올 것이다. 나중에는 무인 트랙터도 개발될 것으로 생각한다.

▶김병원=농촌 젊은이들의 도시 유출로 농민의 연령대가 굉장히 높아지고 있다. 65세 이상 인구가 40%를 넘어섰다. 젊은 사람들을 농촌에 불러들일 유인책을 제시한다면.

▶로저스=농촌의 고령화는 세계적으로 큰 문제다. 미국과 호주에서도 농민의 평균연령은 58세다. 일본은 66세다. 캐나다는 기록상으로 가장 연령대가 높다. 영국은 모든 산업을 통틀어 농민의 자살률이 가장 높다. 인도도 많은 농민들이 자살한다. 이처럼 농업의 현재 상황은 좋지 않다.

그러나 위기가 있어야만 새로운 기회가 생긴다고 생각한다. 10~20년 뒤면 농민들이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이때쯤이면 주식중개인들이 택시를 몰고, 농민들은 람보르기니를 모는 모습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런 모습을 보면 청년들이 ‘나도 농민이 되고 싶다’고 결심할 것이다.

성격이 외향적이고 자연을 좋아하는 청년이라면 귀농을 택할 확률이 높고, 성공적으로 농사를 지을 것이다. 역사상 굉장히 오랜 시간 동안 농민들이 많은 돈을 벌던 시절이 있었다. 또 농민들이 돈을 못 버는 시기도 있었다. 역사는 반복되기 때문에 농민들이 다시 돈을 많이 버는 시대가 올 것이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농사일을 꼭 가르쳐야 한다. 지금도 그렇지만 앞으로 농업은 더욱 발전할 산업이다. 10년 후엔 한국의 상황도 나아지고 한국농업도 개선될 것이다. 이 때문에 지금 농협을 잘 운영하는 것이 중요하다.



■ 농업가치의 중요성

▶김병원=한국농업의 단점은 농지면적이 작다는 것이다. 한농가당 평균 경지면적이 1.2㏊밖에 되지 않는다. 그래서 한국은 작지만 강한 농업을 육성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로저스=한국농업은 호주와 캐나다 등 농업 선진국과 경쟁해야 한다. 이런 나라에는 경지 규모가 1만㏊를 넘는 농가도 수두룩하다. 그래서 한국에서 농민을 강하게 만드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를 위해 농가당 평균 경지면적을 넓혀야 한다. 젊은 농민들이 더 넓은 농지에서 농사를 짓도록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

▶김병원=농업·농촌은 식량안보나 홍수조절 기능 등 많은 공익적 가치를 갖고 있다. 농업가치는 국민의 삶의 질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농촌관광이나 치유농업이 그 예다. 이 때문에 스위스 같은 나라는 헌법에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반영하고 농가소득을 올릴 수 있도록 직불금을 지급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아직 여기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올 6월 헌법을 개정할 계획이다. 그래서 농협은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헌법에 반영해달라고 국민 서명운동을 벌였다. 국민의 20% 정도인 1100만여명이 서명했다.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어떻게 생각하나.

▶로저스=역사적으로 농민들은 선망의 대상이 돼왔다. 하지만 과거 30년 동안 농업은 쇠퇴의 길을 걸었다. 이 모든 것은 변할 것이다. 농업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모두가 알게 될 것이다. 이를 통해 농업은 다시 부흥하게 될 것이다. 농협은 할 일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지금 국민이 농업의 중요성을 알지 못하고 있다고 해도 가까운 미래에는 알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 한국에도 농업대학이 많다. 지금은 농대 진학률이 떨어지지만, 앞으로는 너도나도 농대에 진학하려고 할 것이다. 농업가치가 헌법에 반영되면 좋겠지만, 그렇게 되지 않더라도 미래농업을 매우 낙관적으로 생각한다. 10년 후면 세계 모든 사람들이 농업의 중요성에 대해 인식할 것이라고 본다.

 

 

남한의 농업기술·노하우 북한에 제공하면 농업 성장 통일시대 큰 도움될 것

농협도 북한농민 위해 남한 초청 교육연수 등 필요

“남북통일 겨냥해 DMZ 주변 농지에 관심을”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과 김병원 농민신문사 회장이 5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농업의 미래에 대한 견해를 나누고 있다. 이희철 기자


■ 통일시대 한국농업의 전망과 농협의 역할 

▶김병원=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가다. 북한과 소통할 기회가 많지 않다. 북한농업에 대해 정확하게 알지 못하고 있다.

▶로저스=북한에 두번 다녀왔다. 마지막 방문이 2013년이었다. 남한이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남한이 가진 농업기술과 노하우를 제공해 북한의 농업발전을 도우면 좋겠다. 식량은 너무나 중요하다. 모두가 음식을 먹어야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남한은 농업기술·장비·비료·노하우 등 모든 것이 있기 때문에 이런 것들을 제공한다면 북한농업이 성장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한국농민들이 북한농민들을 돕는다면 통일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북한에도 농협과 유사한 조직이 있을 텐데 그쪽과 연락해 도움을 주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본다.

▶김병원=북한농협은 생산자단체가 아닌 협동조합 형태를 띠고 있다고 알고 있다. 통일 이전과 이후를 놓고 한국농협이 북한농민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로저스=현재 북한은 모든 것이 부족한 상태다. 무엇이라도 도와주면 도움이 된다. 북한은 세계적으로 낙후된 국가다. 직접 찾아가서 문을 두드려봐라. ‘내가 도와주러 왔으니 우리 한번 함께 일해 보자’고 제안하는 게 좋을 것 같다. 교육연수 프로그램도 한가지 방법이 될 수 있다. 북한농민들을 남한에 초청해 연수를 시켜주고, 남한의 농업 전문가들이 북한에 가서 영농기술을 전파한다면 도움이 될 것이다.

▶김병원=정치적으로 북한과 소통할 수 있는 장이 만들어지면 로저스 회장이 제시한 그런 내용을 농협이 실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정치적으로 입장 정리가 되면 조언대로 북한의 문을 두드려서 도울 수 있는 일을 찾겠다.

▶로저스=정치적으로 안정되기를 기다리지 말고, 정치적으로 안정될 수 있도록 먼저 나서기를 바란다.

문재인 대통령도 김 회장이 건의하면 귀담아들을 것이다. 누구도 농민을 주의할 인물로 생각하지 않는다. 운동선수와 치어리더를 무서워하지 않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러니 북한에 직접 가서 협력의 문을 열어주길 바란다. 그렇게 되면 북한농업뿐 아니라 남한농업도 발전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또 한국에 결혼하지 못한 농촌총각들이 많은데 북한에서 예쁜 미혼여성을 만나도록 주선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김병원=협동조합은 자본가들이 과도한 이윤을 내지 못하도록 막기 위해 만들어졌다. 또 경제적 약자인 농민들의 권익을 신장하는 역할을 하기 위해 탄생했다. 하지만 경제상황이 많이 변하면서 농민수는 줄어들고 자본가는 계속 성장하고 있다. 이 시점에서 협동조합이 앞으로 나아갈 방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로저스=세계농업을 굉장히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 지난 수십년 동안 농업상황은 좋지 않았다. 월가(미국의 금융 중심지)가 30년간 최고 자리에 있었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다. 나중에 시간이 지나면 월가 사람들이 농민들 밑에서 일하게 될 것이다. 역사는 반복된다. 금융인이 최고인 시대가 있었던 것처럼 다시 농민이 최고인 시대가 올 것이다.

농민들이 협동을 통해 더욱 커질 수 있도록 김 회장께서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해주길 바란다. 그러면 더 발전하리라 생각한다. 한국역사뿐 아니라 세계역사를 보더라도, 농민이 부유하고 모든 성공을 가져갔던 시대가 있었다. 다시 그런 시대가 올 것이다. 비무장지대(DMZ) 접경지에 가서 농지를 살 것을 조언한다. 통일이 되면 북한농지도 사면 될 것이다.

▶김병원=많은 말씀을 통해서 농업·농촌은 물론 젊은 예비농민들에게도 희망을 줬다. 한국농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도 잘 정리해줬다. 특히 남북의 농업현실과 또 그 대처방안을 여러 방면에서 조언해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로저스=김 회장 덕분에 나도 한국농업에 대해 많이 배웠다.

정리=임현우 기자 limtech@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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