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귀촌 멘토링] 마을 사람들과의 ‘화합’을 먼저 가르치는 귀농 선배

입력 : 2018-01-31 00:00 수정 : 2018-03-14 09:12
충북 보은군 탄부면에 있는 대추농장에서 귀농 선배 조만석씨(오른쪽)와 후배 노성균씨(왼쪽)가 가지치기를 하면서 전정방식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귀농·귀촌 멘토링 현장을 가다] 충북 보은 대추농장

귀농 후 대추농사, 한번 실패 후 마을주민들 도움받아 성공

사람 사이 신뢰의 중요성 깨달아 행사 참여하며 친밀감 높여

주민과 함께하는 영농조합 만들고 후배 귀농인에 땅·농사 기술도 전수
 


한겨울 매서운 칼바람이 부는 충북 보은군 탄부면의 한 대추농장. 앙상한 가지만 남은 대추과수원에서 두명의 농부가 다음 농사를 위해 가지치기에 몰두하고 있다.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했던 노성균씨(43)는 2017년부터 9900㎡(약 3000평) 남짓한 이곳을 임차해 농사를 짓는다. 옆에서 작업을 거드는 이는 귀농 선배인 조만석씨(58)다.

조용히 작업을 거들던 조씨가 걱정 섞인 꾸중을 했다. “지난해에 새로 올라온 가지만 남기고 나머지는 잘라야지. 가지를 많이 남겨두면 열매가 너무 높은 곳에 열려서 수확하기 어려워.” 노씨도 가만히 듣고만 있지는 않았다. “많이 잘랐는데 나중에 가물어서 새순이 잘 안 나면 어떡해요. 아까워서 다 못 자르겠어요.” 결국 조씨가 한발 물러섰다. “자기 농사인데 마음대로 해야지…. 하긴 날씨가 안 좋을 때는 가지를 많이 남겨두는 것도 좋아.”

두 농부가 작은 승강이를 벌인 이 대추농장은 2016년까지 조씨가 농사를 짓던 곳이다. 노씨는 2015년 경기 평택 서해영농조합법인에서 귀농교육을 받던 중 당시 선도농가로 활동하던 조씨의 대추농장을 견학했다. 그때 보은으로 귀농해 대추농사를 짓기로 결심하고, 조씨가 사는 동네에 빈집을 구해 아내와 함께 내려왔다. 같은 동네에 살면서 대추농사를 배웠고, 1년이 지난 뒤 조씨가 임차 중인 땅을 이어받아 농사를 짓고 있다.

“무슨 품목을 선택해야 할지 고민하던 차에 믿고 따를 수 있는 선배를 만나 대추농사를 시작했죠. 농사뿐만 아니라 생활에 필요한 많은 부분을 의지하고 있어요. 지금 사는 집도 선배의 소개로 구했고요.”

선배 조씨는 2013년 귀농했다. 지금이야 초보 귀농인들의 멘토로 활동하고 있지만 그도 농촌생활이 처음부터 평탄했던 건 아니다. 지인 2명과 대추농장 3만3000㎡(약 1만평)를 빌려 호기롭게 농사를 시작했는데 경험이 부족해 수확이 영 신통치 않았다. 첫해 매출이 농장 임차료 수준인 2000만원에 그쳤고, 다른 2명은 농사를 포기하고 떠났다. 혼자 남은 조씨는 9900㎡를 빌려 다시 도전했다. 보은군농업기술센터에서 대추 관련 교육을 받으며 이론을 익혔고, 동네주민들에게 조언을 구하며 차근차근 농사를 배운 끝에 두번째 해에는 7000만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었다.

조씨가 멘티들에게 강조하는 부분은 농사기술이 아니라 사람과의 화합이다. 그가 힘들 때 손을 내밀어준 이들은 동네주민들이었다. 후배들에게 도움을 주는 이유도 받았던 것을 돌려주고자 하는 마음 때문이다.

“기술보다 주변 사람들의 신뢰를 얻는 게 더 어려워요. 저도 처음에는 인기척 없이 불쑥 집 대문을 열고 찾아오는 어르신들 때문에 당황한 적이 많았죠. 하지만 늘 웃는 얼굴로 대하고 마을행사에도 자주 참석하니 이젠 스스럼없이 지내는 사이가 됐어요.”

화합을 위한 조씨의 노력은 2017년 마을기업인 우송영농조합법인(이하 조합)이 설립되면서 빛을 발했다. 귀농인들을 포함한 주민 16명이 만든 조합은 대추·사과 등 마을에서 생산하는 농산물을 가공해 판매한다. 귀농인들이 사무적인 일을 처리하면서 사업은 성공적으로 정착했고, 첫해부터 3억원에 가까운 매출을 올렸다. 마을 토박이인 박영호 대표(61)는 “조씨 같은 귀농인들이 없었으면 조합 설립은 꿈도 못 꿨을 것”이라고 칭찬했다.

지난가을 처음으로 대추를 수확한 노씨도 조합의 가공공장에서 대추즙을 만들어 직거래로 판매한다. 올해 사무장까지 맡게 된 그는 매일같이 사무실에 출근도장을 찍으며 주민들과 돈독한 관계를 쌓고 있다.

“사실 저는 나이가 어린 탓에 어르신들을 대하기가 어려워요.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귀농인이 아니라 어엿한 주민으로 대접받는 날이 오리라 믿습니다.” 

 


 

충북 보은은…천혜의 자연환경 갖춘 고품질 대추 생산지

 

한반도의 중심부에 위치한 충북 보은은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추고 있으며 이를 만끽할 수 있는 속리산 국립공원과 충북알프스 자연휴양림 등이 있다.

대표적인 재배작목은 대추다. 허균이 지은 음식품평서 <도문대작(屠門大嚼)>에는 ‘대추는 보은에서 나는 것이 가장 좋다. 크고 색깔은 붉으며 맛은 달다’고 기록돼 있다.

보은군은 전국 대추 생산량의 13%인 연 1409t(2016년 기준)을 생산하는 주산지다. 황토에서 자란 보은대추는 달고 아삭한 맛이 뛰어나 생과로 많이 팔린다. 해마다 10월이면 열흘 동안 대추축제가 열리는데 60만명 이상이 찾을 정도로 인기다.

귀농인들이 가장 많이 선택하는 품목 역시 대추다. 군농업기술센터에 따르면 2013~2017년 정착한 귀농인 1165명 가운데 절반 이상이 대추를 재배작목으로 선택했다. 사과가 10% 정도이고, 곶감·고구마 등이 뒤를 잇는다.

우종택 농기센터 특화작목팀장은 “군에서 대추를 특화작목으로 선정해 정착자금을 지원하고 있어 재배농가가 늘어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보은=장재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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