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청년농부 시대] 농수산대 캠퍼스 커플, 낙농업에 뛰어들다

입력 : 2017-11-22 00:00 수정 : 2017-11-22 10:01
태어난 지 사흘 된 젖소 송아지가 배기원(오른쪽)·김민정씨 부부 품에 쏙 안겨 있다.

 

‘사랑의 힘’으로 낙농 체험목장 꿈꾸는 신세대 농부

캠퍼스 커플로 만나 결혼…실패 무릅쓰고 목장일 배워

젖소 160마리 돌보며 사육기술·원유 품질 향상 노력

유제품 생산·체험 목장 만드는 게 목표…“꼭 이룰 터”
 


1988년생 동갑내기 배기원·김민정씨(29) 부부. 충남 서산시 대산읍에서 시골살이를 하는 이들은 참 많은 것을 키우며 산다. 첫째는 눈에 넣어도 안 아픈 4·3·1살배기 세아들이요, 둘째는 자식만큼이나 귀한 160여마리의 젖소들이다.

한창 젊은 부부가 어떻게 이렇게 많은 식솔을 책임지게 됐을까. 이야기를 시작하자면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당시 두사람은 한국농수산대학 2007학번 동문이자 캠퍼스 커플이었다. 서산이 고향인 남편은 축산학과, 경남 밀양에서 온 아내는 채소학과였다. 각각 가업인 낙농업과 시설원예농업을 잇기 위해 공부하는 처지인 데다 ‘농(農)’이라는 공감대를 가진 둘이 서로 통하지 않았을 리 만무했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계속 사랑을 키워간 두사람은 마침내 2013년 결혼에 골인했다.

“남편은 아주 어릴 때부터 목장 일을 도우며 자랐고, 누구보다 시골살이를 좋아하는 사람이었어요. 저는 고등학교 3학년 때 진로를 고민하던 차에 아버지의 권유로 농부가 돼야겠다고 생각했고요. 무엇보다 땀 흘리는 만큼 얻을 수 있는 농사의 정직함이 우리 부부를 농촌에 계속 머물게 한 것 같아요.”

신접살림은 서산에 차렸다. 밀양에서 채소농사를 지으려던 민정씨가 남편과 함께 낙농업을 하기로 결심한 것. 부부는 그때부터 기원씨 부모님의 목장 일을 돕기 시작했고, 오늘날 착유우 60마리, 육성우 100여마리를 돌보며 착유부터 번식까지 대부분의 작업을 도맡아 하고 있다.

 

배기원·김민정씨 부부가 정성스레 키우는 젖소들.


물론 낙농은 결코 호락호락한 농사가 아니었다. 기원씨는 대학에 들어가기 전까진 낙농업을 잘 몰랐고 대학 졸업 후에도 이론을 실전에 적용하기란 만만찮은 일이었다. 민정씨 역시 채소농사와 완전히 다른 낙농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다.

“농한기가 있는 여느 농사와 다르게 낙농은 1년 내내 젖소들을 돌봐야 하니 아내가 많이 힘들었을 거예요. 새벽 6시에 착유를 하고 사료를 주고 목장 청소하고, 낮에 아버지의 논농사 일을 도운 후 또 저녁 5시에 착유를 하고 목장 관리까지 하다 보면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 줄도 모르지요.”

고된 일과에도 언제나 싱글벙글인 기원씨에게 힘든 일은 없었느냐고 묻자 1초 만에 ‘부모님과의 갈등’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실패를 무릅쓰고라도 보고 배운 새로운 것을 현장에 적용하려는 아들과 경험을 기반으로 기존 방식을 고수하려는 부모 간의 줄다리기가 생각보다 큰 스트레스였단다. 그래도 요즘은 어느 정도 안정기에 접어든 기원씨의 의견을 조금씩 존중해주신다고. 최근에는 기원씨가 앞장서, 암소를 일일이 지켜보지 않아도 발정기를 확인할 수 있는 목걸이형 감지기도 도입했다.

부모님과의 갈등이 조금씩 줄어든 데는 부부가 나름대로 목장 운영을 잘 이어나가고 있는 것도 한몫했다. 이들이 키우는 젖소 한마리당 하루 평균 원유 생산량은 31~32㎏으로 준수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세균수 1A등급의 고품질 우유를 하루 2t씩 낙농진흥회에 납품하고 있다.

 


사육기술과 원유품질 향상이라는 숙제를 풀기 위한 고민도 끊임없이 하고 있다. 새로운 정보를 접하기 위해 각종 낙농박람회를 찾아다니고 축산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특히 부부에게 큰 힘이 되어주는 건 낙농업을 하고 있는 한국농수산대학 동기들이다. 시행착오 사례를 공유하고 서로 부족한 점에 대해 조언해주며 같이 성장하는 길을 걷고 있는 것이다. 부부는 향후 원유로 직접 유제품을 생산하고 체험형 목장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대규모 시설투자가 필요한 데다 각종 인증기준도 복잡해 아직은 막막하지만 언젠간 꼭 이룰 거라고.

“아이들이 시골에서 흙을 밟고 자연을 경험하며 즐거워하는 것을 보면 농촌에 살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물론 농촌 생활 중 열의 세가지 정도는 불만족스러울 수 있지만 나머지 일곱가지의 행복에 집중하면 문제 될 게 없는 것 같아요.”

아내의 말을 듣고 있던 기원씨가 놀란 토끼 눈을 하고 되묻는다.

“불만족스러운 게 세가지나 있었어? 나는 열가지 다 좋은데!”

서산=하지혜 기자, 사진=김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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