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이 희망이다]화석연료 줄이고 로컬푸드 애용…‘생태친화’ 마을로 거듭나다

입력 : 2017-10-09 00:00 수정 : 2017-10-11 13:54
영국 데번주의 토트네스성에서 바라본 토트네스마을 전경.

5부 해외우수마을을 가다⑼·끝 영국 데번주 토트네스마을

과거 광우병 파동 후 생활방식 바꿔 주민 절반이 생활 속 ‘전환마을운동’ 동참

550여가구가 100여개 전환거리 조성

값싼 대기업제품 대신 지역상품 쓰고 공동체 관계형성 위해 지역화폐 사용

텃밭공유·닥터자전거 이용 등도 실천

10년 운동으로 인구 늘고 실업자 사라져 국내외 연 40만명 방문…지역경제 활성화


‘지역상품을 구매합시다!’

이런 문구가 거리의 상점마다 자연스럽게 부착돼 있는 마을. 바로 영국 데번주(州)에 있는 토트네스마을이다. 이 마을은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고 생태친화적인 삶으로 바꾸는 것을 뜻하는 ‘전환마을운동’을 통해 21세기의 변화를 주도하는 곳이다. 큰 돈을 들이지 않고 지역상품을 애용하는 등 작은 변화를 통해 세상을 바꾸는 데 앞장서는 ‘토트네스’를 찾아 그들의 성공비결을 알아봤다.


◆ 생활 속에 정착한 전환마을운동=토트네스는 영국 런던에서 남서쪽으로 360㎞쯤 떨어진 곳에 있다. 주민수는 2500가구에 약 8500명으로 우리나라의 면소재지 규모다. 전환마을운동이 시작된 만큼 태양광·풍력 발전소가 제법 보급됐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토트네스는 전통마을에 가까웠다. 10~11세기에 지어진 토트네스성과 성마리아 교회가 마을 가운데에 우뚝 자리 잡고, 수백년 된 건축물도 즐비했다.

 

영국 데번주 토트네스 마을의 중심가.


약속시간에 맞춰 토트네스의 중심가에 있는 ‘전환마을네트워크’ 본부(헤드쿼터)를 찾았다. 세계전환마을의 헤드쿼터라 해봐야 3층 건물에 방 세칸을 임차한 게 전부였다. 기자를 맞아준 이는 홍보를 맡은 앰버 폰톤 코디네이터였다. 그는 로컬푸드 지도를 건네며 “주민들의 이야기를 들어봐야 제대로 전환마을운동을 이해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폰톤 코디네이터의 말처럼 주민들을 만나면서 이곳에서 일고 있는 전환마을운동을 실감했다. 보통의 마을과 외견상 별 차이가 없었지만, 주민들의 생각은 크게 달랐다. 주민들은 1986년부터 1996년까지 영국 전역을 휩쓴 광우병 파동을 겪으며 먹거리뿐 아니라 생활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꿨다. 대량 생산·소비로는 더이상 미래가 없다고 확신한 것이다. 전환마을도서관에서 만난 툴리안 번(74)은 “이곳 주민들은 개인이 아니라 공동체를 단위로 생각하고 마을 일에 적극 참여한다”며 “이런 자세가 변화의 원동력이다”고 말했다.  


◆ 로컬푸드·지역화폐 등 실천이 중요=전환마을운동은 화석에너지와 불안한 먹거리 등에 대해 누가 어떤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지를 모르니 우선 자신의 생각을 분명히 밝히는 것으로 시작한다. 같은 생각을 하는 주민들이 모여 전환가정을 만들고, 전환가정들이 모여 전환거리를 형성한다. 결국 전환마을은 전환가정과 전환거리가 모여 만들어지는 셈이다.

8월 말 기준으로 토트네스에는 65개 단체와 550여가구가 참여해 100여개의 전환거리가 조성됐고, 전체 주민의 절반 가까이가 전환마을운동에 참여하고 있다. 이들이 전환마을운동에 참여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먼저 로컬푸드의 생활화다. 값이 싼 것보다 어디에서, 누가 생산했느냐에 더 관심을 갖는 것이다. 이 때문에 값싼 대기업제품이나 중국산은 발을 붙이기 어렵다. 정육점을 운영하는 마틴 존스(52)는 “매장의 치즈·돼지고기·소시지·달걀은 모두 지역산”이라고 설명했다.

 

영국 데번주의 토트네스 마을에서 친환경제품을 판매하는 그린라이프의 점원 타라스트롱이 주민들로부터 받은 지역화폐 '토트네스파운드'를 보여주고 있다.


전환마을운동의 실천은 지역화폐 애용에서도 찾을 수 있다. 이 마을은 주민들의 관계형성을 강화하고 먹거리는 물론 각종 수공예품의 근거리 유통을 활성화하고자 2007년 지역화폐인 ‘토트네스파운드’를 만들었다. 이는 주민들로부터 기대 이상의 호응을 얻었다. 마을주민들과 상인협의회는 2014년 토트네스파운드를 사용하기 쉽도록 1·5·10·21파운드로 다양화하고 인터넷과 모바일로도 사용할 수 있도록 대대적으로 개편했다.

현재 이 지역화폐는 토트네스 200여곳의 상점에서 영국 정규화폐와 같이 쓰인다. 친환경상품 매장인 그린라이프의 점원 타라 스트롱(25)은 “2년 전까지만 해도 10%에 불과했던 토트네스파운드의 결제비율이 최근 30%에 이를 정도”라고 소개했다. 이밖에도 텃밭공유·파머스마켓·닥터자전거·협동조합·지역영화제 등 주민들이 실천하는 전환마을운동은 다양하다. 돈이 많이 드는 태양광발전소 설치는 맨 나중 단계란다.
 

영국 데번주 토트네스에서 전환마을운동과 퍼머컬처를 체험하고 있는 세계 각국의 전문가들.

◆ 자족가능한 마을로 진화 중인 토트네스=마을은 지난 10년 동안 전환마을운동을 실천하면서 자생력을 갖춘 곳으로 완전 탈바꿈했다. 경제불황에다 고령화 등으로 대부분의 농촌마을이나 타운의 인구가 계속 줄고 있는 데 반해, 토트네스는 2011년 8080명에서 최근 8500명으로 늘었다. 특히 유기농·수공예품의 생산·소비가 활발해지면서 소규모 일자리가 많이 만들어져 실업자를 찾기도 어려웠다. 더구나 전환마을운동으로 특화하면서 최근 국내외 방문객이 연간 약 40만명에 이르며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큰 도움을 얻고 있다. 2030년까지 화석에너지로부터 독립하겠다는 마을의 계획은 전혀 공허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슈마허대학에서 퍼머컬처(지속농업) 프로그램을 지도하는 에이든 베이 슈퍼바이저는 “토트네스는 주민들이 주체가 된 전환마을운동으로 자족적인 마을로 발전해가는 중”이라면서 “전환마을운동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고 높이 평가했다.

외부의 높은 평가에서 보듯 전환마을운동에 대한 이곳 주민들의 열정은 여전하다. 기자가 방문했을 때는 마침 <프랙킹(셰일가스를 채취하기 위해 높은 수압으로 암반을 깨는 것)>이라는 다큐영화가 상영되는 날이었다. 평일 저녁에 열리는 영화제라서 얼마나 많은 주민이 자리를 메울지 궁금했다. 놀랍게도 영화가 상영되기 직전에 100여석의 자리가 꽉 찼고, 통로까지 메웠다. 또 주민들은 영화가 끝난 뒤 삼삼오오 짝을 지어 수제 맥주·커피를 마시며 영화를 주제로 열띤 토론을 했다. 이들의 대화는 커다란 울림이 되어 토트네스의 밤하늘에 메아리치는 듯했다.

 


나레쉬 지안그란드 전환마을 코디네이터

기후변화로 미래세대도 큰 위험 마을 바꾸는 게 세상 바꾸는 시작

 

 

“마을을 바꾸는 게 세상을 변화시키는 첫걸음입니다.”

영국 데번주 토트네스에서 전환마을운동을 주도하고, 전세계 전환마을 모임인 ‘전환마을네트워크’에서 코디네이터로 활동하는 나레쉬 지안그란드. 그는 “로컬푸드·지역화폐 사용 등을 생활화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큰 변화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에서 태어난 지안그란드는 1979년 결혼 후 영국으로 건너와 조경회사 임원, 영화 조명기사, 명상 강사 등으로 활동했다. 그러다가 12년 전 기후변화에 따른 자연재해의 심각성에 대해 눈을 떴고, 이때부터 전환마을운동에 뛰어들었다.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지 않으면 자신은 물론 미래세대도 큰 위험에 봉착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마을공동체단위로 변화를 시도하게 된 이유는 간단하다. 지안그란드는 “혼자서 하면 성과를 내기 어렵고, 국가가 나서기까지는 시간이 많이 걸리고 속도도 더디다”며 “자신이 사는 마을단위에서 변화를 시도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다”라고 강조했다.

현재 그는 전세계 30여개국, 약 3000곳에서 진행되고 있는 전환마을운동의 컨설팅과 교육 등에 힘쓰고 있다. 최근에는 전환마을운동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한국과 일본 등 세계 각국의 전문가들이 그의 사무실을 자주 찾는다.

지안그란드는 “ 짧은 기간 동안 전환마을운동을 펼쳐 이룬 성과는 놀랍다”며 “앞으로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으로 보다 많은 사람들과 정보를 교류하며 전환마을운동의 확산에 혼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데번=김기홍 기자 sigmaxp@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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