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이 희망이다]‘토종 고구마’ 지키며 전통 농법 계승…농업과 자연을 살리다

입력 : 2017-10-02 00:00
가미토메마을 전경. 주거지·경지·숲(오른쪽부터)이 명확히 드러나 보인다. 사진제공=미요시마치 야쿠바

5부 해외 우수마을을가다(8)일본 사이타마현 이루마군 미요시마치 가미토메마을

“지자체 의존보다 자립…농업시찰 오게 하자” 의기투합

1992년 ‘가와고에이모 진흥회’ 결성…28가구 회원 농지구조 독특…‘집·밭·숲’ 세트로 연결돼

퇴비로 숲 낙엽 쓰고 수익은 숲 관리에 전통적 순환형 영농방식 고수

다양한 체험행사 열고 가공제품 개발도 나서 소주 상품화…소득증대
 


토종을 지킨다는 것이 단지 과거를 붙드는 일만은 아니다. 수백년 전부터 내려온 전통 영농방식을 오롯이 보존하는 것은 결코 고리타분한 일이 아니다. 오늘날에도 그 가치는 충분히 유효하며 오히려 크나큰 자산이 된다. 일본의 한 마을에서 실제로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이다. 그 마을을 통해 살펴보고 돌아보자. 우리의 토종과 우리의 전통을.


일본 사이타마현(埼玉縣) 이루마군(入間郡) 미요시마치(三芳町) 가미토메마을(上富地區)은 도쿄와 가깝다. 도쿄까지 자동차로 40분가량 걸리는 거리니 우리나라로 치면 서울에서 경기 고양 정도의 위치다. 이런 지리적 특성 덕분에 예전부터 도시근교농업이 발달해 농산물을 도쿄에 공급해왔다.

하지만 도쿄에 인구가 집중되면서 생활반경이 외곽지역으로 차츰 넓혀졌다. 이 마을에도 개발 붐이 일면서 집과 공장들이 들어섰다. 농지는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주민들에게는 위기감이 닥쳐왔다. 남은 농지를 지켜야 한다는 의지가 모였다. 구심점은 에도시대(1603~1867년) 말기부터 재배됐다고 알려진 ‘토종 고구마’. 이 마을을 포함한 이루마군 일대의 옛 지명은 가와고에였다. 가와고에는 옛날부터 고구마로 유명했다. <베니아카>라는 이름의 이 토종 고구마는 불에 잘 익고 튀김으로 튀겨도 딱딱하지 않다는 게 장점이지만 재배하기가 까다로웠다. 이런 이유들로 토종 고구마도 사라지는 추세였다.
 

마을에서 생산하는 고구마 신품종. 실크 스위트(왼쪽사진)와 고구마 소주.

◆ ‘토종 고구마를 지키자!’=주민들은 ‘토종 고구마를 지키자’고 뭉쳤고 1992년 ‘미요시마치 가와고에이모 진흥회’를 결성하기에 이르렀다. 이모는 ‘고구마’라는 뜻의 일본어. 현재 회원은 28가구다.

“보조금을 받기보다 우리 스스로 운영하는 진흥회를 만들자고 뜻을 모았어요. 지자체에 의존하기보다 자립하는 진흥회, 농업시찰을 가기보다 시찰을 오게 하는 진흥회를 꾸려보자고 의기투합했습니다.”

진흥회 초창기부터 회원인 다케다 신타로(68)가 밝힌 진흥회의 취지였다.

“주민 개개인이 고구마를 내다팔다보니 수송비도 많이 들었고 잘 팔리지도 않아 힘들었어요. 그래서 ‘모아서 판매하자’는 논의가 시작됐지요. 결국 진흥회라는 조직이 필요했습니다.”

미요시마치 야쿠바(役場)의 우치다 긴야 주임(30)이 설명한 진흥회 출범의 또 다른 계기였다.

아울러 진흥회에는 ‘전통의 보전’이라는 특별한 목표가 있었다. 사실 이 지역의 농지구조는 독특하다. 집과 밭·숲이 나란히 연결돼 한세트를 이루고 있는 것. 이 한세트의 농지를 한주민이 소유하면서 이 세트들이 무리를 이루는 형태다. 이런 구조의 농지는 에도시대에 조성됐다고 한다. 이 지역이 화산석 지대라 땅이 척박해 농사짓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삭은 낙엽을 비료로 써야 농사가 가능했던 것. 따라서 농지 옆 평지에다 나무를 심어 인공숲을 조성했다. 덕분에 산에서 낙엽을 긁어다쓸 필요가 없어졌다.
 

일본 가미토메마을의 전통 농지구조를 나타낸 그림.

◆ 전통적인 순환형 농법 계승=“미생물이 2년 동안 자연분해한 낙엽을 퇴비로 쓰고, 고구마를 팔고 난 수익으로 다시 숲을 관리하는 전통적인 순환형 농법이 오랫동안 이어져 내려왔습니다.”

우치다 주임은 “이로 인해 지난해 마을이 일본 농업유산으로 지정됐다”고 덧붙였다. 진흥회에서는 이를 활용해 지역 어린이들이 참여하는 낙엽모으기 체험과 고구마 수확 체험,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고구마 모종심기 체험 등을 열고 있다. 고구마축제를 통한 마을 살리기도 진흥회의 중요한 일이다.

진흥회가 결성되고 마을이 알려지면서 고구마 판매가 늘었다. 농가 앞마당에 들어선 직판장으로 도시민들이 고구마를 사러오기 시작했다. 요즘엔 해마다 수확철인 9월이면 도시민들의 자동차 행렬로 인근 도로가 꽉 막힐 정도란다. 대량판매도 증가했다.

야마자키빵이라는 전국 체인점과 대형 유통업체 등에 고구마를 납품하고 있다. 이 모두가 진흥회로 결속력을 높인 결과였다. 회원들의 소득증대로 이어진 건 물론이었다.

“품종 개량에도 진흥회원들의 관심이 남다릅니다. 육종회사에서 신품종을 갖고 오면 회원들이 각자 키워보고 평가를 해요. 회원들이 좋다고 평가하면 재배하는 거죠. 그에 관한 비용은 진흥회에서 따로 지급합니다. 그렇게 재배하게 된 품종이 <실크 스위트(Silk Sweet)>와 <베니아즈마> 등이에요. 회원들은 토종뿐만 아니라 이런 품종들도 많이 재배합니다.”


◆ 고구마 소주 상품화 먼저 제안=다케다는 진흥회가 가공제품 쪽으로도 눈을 돌렸다고 했다. 소주회사에 고구마 소주 상품화를 먼저 제의, 시중에 판매되도록 한 것. 크기가 커 상품으로 팔 수 없거나 남는 고구마 소비를 위해 진흥회가 내놓은 아이디어였다.

이런 노력들이 좋은 평가를 받아 진흥회는 2015년 일본 농림어업진흥회가 주최한 ‘제54회 농림수산제’ 마을만들기부문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이는 곧 주민들이 주도한 마을살리기가 공식적인 인정을 받았다는 의미다.

“재배와 유통, 지역공헌활동 등으로 마을에 활기가 넘치고 있다”며 “일본에서는 사례를 찾아보기 드물 정도로 모범적인 마을 사례”라는 우치다 주임의 평가가 결코 과찬은 아니었다.

사이타마=강영식 기자 river@nongmin.com

ⓒ 농민신문 & nongmi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독자추천광고

게시판 관리기준?
게시판 관리기준?
비방, 욕설, 광고글이나 허위 또는 저속한 내용 등은 사전 통보 없이 삭제되거나 댓글 작성이 금지될 수 있습니다.
농민신문 및 소셜계정으로 댓글을 작성하세요.
0 /200자 등록하기

기획/연재

많이 본 기사

최신기사

맨 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