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노래 그 사연]김태희의 ‘소양강 처녀’

입력 : 2017-09-20 00:00

노래방의 등장과 함께 다시 뜬 대중가요
 


이 곡은 소양강 뱃사공의 딸 이야기다. 여기서 처녀는 사공이 아니라 가수다. 1968년 강원 춘천 출신 18세 가수지망생 윤기순. 그녀의 아버지는 6·25전쟁 때 한쪽 다리를 다친 어부였다. 그는 소양강에서 민물고기를 잡아 식솔(食率)들을 부양했다. 이런 아버지를 돕기 위해 맏딸 기순은 경춘선 기차를 타고 서울로 간다.

우여곡절 끝에 그녀가 찾아간 곳은 서울가요작가동지회 사무실. 그곳에서 심부름도 하고 전화도 받고 노래도 배운다. 그러던 어느 날 기순의 아버지는 딸을 도와주는 작가들에게 소양강 매운탕이라도 대접하려고 초대를 한다.

이때 초대된 이들이 반야월·김종환·월견초·고명기 등등. 그들이 소양강 중도에서 천렵(川獵)을 마치고 돌아올 무렵 갑자기 바람이 불고 소나기가 퍼붓는다. 돛단배는 흔들리고 기순은 반야월 앞에 풀썩 엎어진다. 반야월은 이 광경을 생각하며 돌아온 즉시 가사를 적어서 이호에게 곡을 의뢰해 당시 18세였던 김태희(본명 김영옥)의 목소리에 태운다.


해 저문 소양강에 황혼이 지면
외로운 갈대밭에 슬피 우는 두견새야
열여덟 딸기 같은 어린 내 순정
너마저 몰라주면 나는 나는 어쩌나
아~ 그리워서 애만 태우는 소양강 처녀
(‘소양강 처녀’ 1절)



1951년생 김태희는 박시춘의 먼 친척이다. 그녀는 1970년 가수로 데뷔했으며 이 곡은 데뷔 2년 전에 취입한 것이다. 이 신출내기의 음반이 10만장이나 팔렸고 김태희는 그해 신인상을 받았다. 이후 한서경이 리메이크했는데, 대중의 인기를 받은 것은 노래방이 뜨면서부터다. 오늘과 같은 노래방 1호는 1991년 사업자등록을 한 광안리해수욕장 ‘하와이안비치 노래방’이고, 1년 만에 무려 1만2000개가 오픈한다.

이때 20년 넘게 아줌마로 지내던 김태희는 가수 인생을 다시 시작한다. 소양강 처녀가 소양강 아줌마가 돼서 돌아온 것. 2절 가사 중 ‘동백꽃 피고 지는’의 동백꽃은 남녘에 서식하는 붉은 동백꽃이 아니라 노란 꽃이 피는 생강나무꽃이다. 일명 산동백, 춘천 출신 김유정의 소설 <동백꽃>도 이 꽃이다.

2004년 춘천시는 소양2교 인근에 노래비를 제막했고, 노랫말의 주인공 윤기순은 2006년 춘천으로 환향(還鄕)했다. 당시 55세. 열여덟 딸기 같던 어린 순정을 품고 객지를 떠돈 지 36년 만이다. 그녀는 노랫말처럼 슬피 우는 두견새가 되어 밤무대를 누비던 타향살이를 끝내고, 사북면 지암리 집다리골에 평상 20개를 폈다. 닭백숙 전문 ‘풍전가든’.

유차영<솔깃감동스토리연구원장, 한국콜마(주)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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