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인터뷰]“남북한 위기에도 농업 민간교류 지속해야”

입력 : 2017-09-18 00:00 수정 : 2017-09-19 09:15

[특별인터뷰]베른하르트 젤리거 한스자이델재단 한국사무소장

 

 

22일 ‘제2회 미농포럼’에서 ‘독일 통일 전후 농업의 역할’ 강연

“한국은 제2의 고향”… 남북 오가며 20년 가까이 농업 협력사업

과거 동서독, 교류로 정치문제 해결…한국도 농업계 앞장서야

통일되면 북한 농업기반시설 확충·농민 교육 투자 아끼지 말길

도농간 교육·문화 차이 줄이고 환경보호 위해 ‘녹색직불금’ 도입을

 

11일 서울 용산구 한남대로에 있는 한스자이델재단 한국사무소. <농민신문>이 22일 개최하는 ‘제2회 미농포럼’에서 ‘독일 통일 전후 농업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맡은 베른하르트 젤리거 소장을 미리 만났다. 그는 ‘명예 강원도민증’을 보여주며 “남북을 오가면서 협력사업을 펼쳐온 지 20년이 다 됐으니 나에게 한반도는 제2의 고향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그는 독일의 통일 경험에 비춰 남북관계가 경색돼 있을수록 오히려 농업과 같은 민간분야 교류가 더 활발해져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 한스자이델재단은 어떤 곳인가.

▶한스자이델재단은 독일 기독교사회당(CSU)의 지원에 힘입어 1967년 세워졌다. 한국사무소는 1987년 개설됐고 1990년 독일 통일 이후 남북간 민간교류, 특히 농업분야에서 다양한 활동을 펼쳤다. 2003년부터는 북한 현지에서 각종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강원 안변군 비산리의 한 농장과 6년간 관계를 맺고 유기농법, 재생에너지 사업을 추진하기도 했다. 농협 임직원, <농민신문> 기자들과도 인연이 깊다. 2012년까지 독일의 바이에른주나 옛 동독지역의 농촌현장을 함께 돌며 통일과 농업을 주제로 의견을 나누곤 했다.


- 독일에서는 농민이 되려면 일정한 자격이 있어야 한다고 들었다.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나.

▶독일에서는 시골에 땅이 많다고 해서 바로 농민으로 인정받는 것이 아니다. 농민이 되려면 ‘농업회의소’에 반드시 가입해야 한다. 한국의 상공회의소와 비슷한 개념으로 보면 된다. 이곳에서 농업기술을 배우는 등 정해진 교육과정을 거쳐야 국가에서 비로소 농민으로 인정해준다. 전문적인 농민이 되기 위한 하나의 준비과정이라고 여기면 된다.


- 한국은 1960~1970년대 산업화를 겪으면서 농촌인구가 감소하고 도시와 농촌간 소득격차가 커졌다. 이 문제를 어떻게 극복하면 좋을까.

▶독일과 한국을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 한국의 산업화는 20~30년 만에 일어난 반면 독일은 100년 이상으로 그 기간이 길었다. 한국에서 산업화에 따른 농촌인구 감소나 도농간 소득격차 문제가 더 클 수밖에 없는 이유다.

독일인은 인구가 6만명만 돼도 큰 도시라고 생각한다. 굳이 ‘수도 베를린에서 살아야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거의 없다. 이유가 뭘까. 교육과 문화 인프라에 해답이 있다. 지금 서울에는 이른바 명문대학이 죄다 몰려 있다. 하지만 독일은 베를린에 살거나 소도시인 밤베르크에 살거나 똑같이 양질의 대학 교육을 받을 수 있다. 오히려 도시보다 한산한 교외에 살려는 경향이 있다. 삶의 질이 더 좋기 때문이다.

농촌을 살리려면 사람이 와서 살도록 해야 한다. 사람이 오도록 하려면 농민도 도시민과 견줘 손색없는 교육과 문화서비스를 누릴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 독일의 통일 경험에 비춰볼 때 남북한의 이상적인 농업 협력모델이 있다면.

▶북한의 저렴한 노동력과 토지, 남한의 자본과 농업기술력이 합쳐지면 가장 이상적이다. 다만 통일 독일의 사례는 한반도와 조금 다르다. 물론 서독의 농업기술력이 더 좋았지만 동독과의 격차가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는 얘기다.

한반도는 통일 직후 남한이 대규모 자본을 북한에 투입해야 할 정도로 농업경제 규모의 격차가 크다. 농업기반시설을 확충하는 한편 북한 농민을 교육하고 훈련시키는 데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 북한의 핵실험 등으로 한반도에서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농업을 포함한 남북간 민간교류가 필요하다고 보는가.

▶독일도 통일 전 지금의 한반도와 비슷한 상황을 겪었다. 동독이 중장거리 탄도미사일을 개발하고, 소련으로부터 전술핵을 들여와 서독을 위협했다. 이러한 위기에도 서독은 민간교류를 중단하지 않았다. 동서독간 긴장을 풀고, 나중에 써야 할 통일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오히려 민간분야 교류가 복잡한 정치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한국 농업계가 이런 일에 앞장설 수 있다고 본다.


- 마지막으로 한국 농업에 대해 조언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농민은 농산물을 생산하는 것을 넘어 자연을 보존하는 파수꾼이기도 하다. 독일 정부는 이러한 농민의 역할을 인정해 환경보호·자연경관 유지에 이바지한 농가에 녹색직불금을 주는데 한국도 이런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문수·박준하 기자, 사진=김병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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