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걀산업, 소비자 신뢰 회복하려면]“유통·인증 관리 철저히…농가, 안전먹거리 생산에 힘 쏟아야”

입력 : 2017-09-08 00:00

달걀산업, 소비자 신뢰 회복하려면(6)·끝 전문가 지상좌담회

살충제 심각성 인식 못한 농가 미숙한 정부 대처가 불신 키워

동물복지형 사육 땐 달걀값↑ 신중한 검토 후 단계적 실시를

충제 위해성 과장보도 심각 소비자의 냉철한 판단 필요

농가, 안전생산 책임감 갖고 정부는 정책 제대로 이행해야
 


‘살충제 성분 검출 달걀’ 사태는 먹거리 문제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이 한층 커졌다는 점에서 달걀산업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는 큰 과제를 남겼다. 본지는 5회에 걸친 ‘달걀산업, 소비자 신뢰 회복하려면’이란 기획시리즈를 마무리하면서 달걀산업이 나아가야 할 올바른 방향은 무엇인지 들어보는 지면을 마련했다. 소비자단체장과 조류·특수동물질병학 전공 교수, 양계전문수의사, 생산자단체장, 정부 관계자가 참가한 지상좌담회는 이메일을 통해 이뤄졌다.

참가자(가나다순)
김연화 소비자공익네트워크 회장
송창선 건국대 수의대 교수
신동길 S&P Bio(양계전문동물병원) 원장
이홍재 대한양계협회장
허태웅 농식품부 식품산업정책실장


―살충제 성분 검출 달걀 사태의 본질은?

▶김연화=달걀생산자의 안전 불감증, 먹을거리에 대한 정부의 관리 소홀, 인증제 관리 부실과 도덕적 해이 등 다양한 문제가 결합된 인재(人災)다.

▶송창선=벨기에와 네덜란드 등 유럽국가에서도 이미 ‘살충제 달걀’ 파동이 발생했을 정도로 현재 진드기는 살충제 외에 마땅한 대안이 없는 상황이다. 결국 농가별 관리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또 살충제 사용에 대해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하고 사실상 방치한 정부 역시 이번 사태의 원인 제공자로,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신동길=농가가 닭에 살충제를 사용한 이유를 생각해봐야 한다. 살충제 성분이 달걀에 잔류한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당연히 사용하지 않았을 것이다. 즉 진드기 발생의 원인 분석과 예방을 위한 정보 수집이 부족했던 게 근본적인 문제다.

▶이홍재=잔류물질 검사시스템을 체계적으로 갖추지 못한 정부와 약제 성분 및 용법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농가에 책임이 있다.

▶허태웅=살충제나 항생제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현행 축산업 구조, 살충제의 위험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사용한 농가의 의식, 항생제 중심으로만 달걀 안전성 검사를 해온 공무원의 업무 관행 등이 결합된 총체적인 문제다.


―정부가 달걀에 대한 국민의 신뢰 회복을 위해 다양한 대책을 내놓았다. 현장에서 바라본 정부 대책은?

▶송창선=달걀 출하 금지 및 회수·폐기, 전국 산란계농가 전수조사 등 살충제 성분 검출 직후 정부가 내놓은 다양한 대책으로 소비자 불안감은 일부 해소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런 조치를 취하기 전의 초기대응은 지탄받아 마땅하다. 농림축산식품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원활하지 못한 공조체계가 대표적인 문제점이다.

▶김연화=정부부처간 유기적인 협력체계를 공고히 할 수 있는 대책이 없는 것 같아 아쉽다. 또 정부 정책을 농가에 확실히 전달할 수 있는 시스템 부재도 되돌아봐야 한다.

▶이홍재=동물복지형 농장 확대나 인증제도 개선 등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지만 산업적인 측면도 충분히 고려해 주길 바란다. 생산자들과 충분히 협의해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 단계적으로 진행했으면 한다.


―정부가 친환경달걀 인증제도를 전면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허태웅=2018년부터 신규 친환경인증은 유기인증만 허용할 예정이다. 대신 케이지형 농장에 대한 정부의 무항생제 인증은 2020년 이후 민간 자율 인증제로 전환할 계획이다.

아울러 인증기관을 전면 재평가해 부실기관을 퇴출하고, 인증기관과 농가의 유착을 방지하고자 농가가 같은 인증기관에 3회 연속 인증신청을 못하도록 제한하기로 했다. 인증농가에 대한 농약 잔류 검사를 연 2회 이상 실시해 기준에 미치지 못하면 과징금을 부과하는 방안도 마련할 계획이다.

▶송창선=달걀마다 인증마크가 서너개씩 붙어 있다. 유기농·무항생제·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해썹·HACCP)·로하스(Lohas) 중 어느 것이 더 안전한지, 그 의미는 무엇인지 알고 구매하는 소비자가 얼마나 될까. 앞으로의 친환경인증제도는 정부가 소비자에게 전하고 싶은 바를 정확하게 전달하고, 소비자도 정부의 의도를 정확히 알 수 있도록 표시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신동길=유럽에선 방사·평사 등 사육방식에 따라 달걀을 판매한다. 우리나라 인증제도도 이런 식으로 세분화해 소비자가 선택하도록 해야 한다.


―공장형 밀집사육을 동물복지형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신동길=현재 국내 산란계의 70~80%가 케이지에서 사육된다. 이러한 사육방식 때문에 달걀값은 한개에 100~200원 수준으로 형성될 수 있었다. 만약 동물복지형 농장을 통해서만 달걀을 생산한다면 생산량이 10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지고, 가격도 한개에 500~1000원으로 오를 것이다. 국민적인 합의가 필요한 문제다.

▶이홍재=동물복지를 지향해야 한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인지 좀더 논의가 필요하다. 유럽에서는 바닥에서 닭을 사육하는 동물복지형 농장의 70~80%가 진드기에 감염됐다는 보고도 있다. 만약 동물복지형 농장으로 전환하면 소비자는 비싼 가격에 달걀을 사먹어야 하고, 상당량을 외국산으로 대체해야 한다. 시간을 갖고 충분한 검토를 거쳐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

▶김연화=동물복지형 농장으로의 전환이 절실하지만 한꺼번에 바꾸기는 불가능하다. 현실에서의 문제점을 자세히 검토해 단계적인 로드맵을 짜야 한다.


― 국민이 지나치게 반응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는데.

▶이홍재=언론이 문제다. 이미 정부와 전문가들이 검출된 살충제의 양은 국민 건강에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대부분의 언론 매체가 위해성만 부각해 보도한 결과 사태가 커진 것 같다. 언론과 과민반응을 보이는 일부 국민이 좀더 차분히 대처해주길 바란다.

▶김연화=안전한 먹을거리에 대한 국민의 기대치가 높다고 느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생산자와 관련 업계, 정부 관계자들의 안전에 대한 의식도 향상되길 바란다.

▶신동길=아무리 기준치 이하라 해도 달걀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돼선 안 된다. 다만 지금은 전체 달걀산업을 하나로 묶어 문제 삼는 경향이 있다. 이는 달걀산업의 붕괴를 가져올 수 있다. 달걀 안전성에 대한 정부의 발표를 믿어주길 국민께 당부드린다.


―농가의 책임이 한층 무거워졌다.

▶허태웅=이번 사태는 농식품산업이 소비자 신뢰를 얻지 못하면 제대로 설 수 없다는 교훈을 줬다. 농민들은 안전한 먹을거리를 책임진다는 자세를 가슴에 새기고 소비자의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홍재=일부 농가들 탓에 다른 농가들까지 피해를 보는 사태를 막아야 한다. 소비자 신뢰를 높이도록 정기적인 농가 교육과 안전성 검사를 하겠다.

▶송창선=식품안전에 대한 농가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살충제뿐만 아니라 다양한 식품위해요소에 대한 소비자 요구가 갈수록 높아질 것이다. 따라서 농가들은 정부의 식품안전시책을 철저히 준수해야 한다.


―달걀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김연화=생산·유통·소비 등 모든 단계의 관계자들이 안전한 식품을 생산하는 것이 함께 사는 방법이라는 사실을 깊이 인식해야 한다.  

▶송창선=살충제와 항생제 등을 총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축산식품안전 통합인증제도’를 도입해 높아지는 소비자 눈높이에 맞춰 산업의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

▶신동길=솔직히 말하면 국내 달걀산업의 미래는 불투명하다. 앞으로 많은 부분을 바꿔야 할 것이다.

▶이홍재=생산자들도 반성하고 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한층 도약하는 달걀산업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허태웅=달걀유통센터(GP)를 통한 달걀 수집·판매 의무화, 사육환경표시제 도입, 달걀·닭고기 이력제 시행, 동물복지형 축산으로의 패러다임 전환 등 국산 달걀의 유통과 안전관리 구조를 혁신할 계획이다. 이러한 정책이 제대로 이행되도록 관계기관과 생산자도 힘을 모아주길 바란다.

정리=최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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