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축산물 ‘소비절벽’ 추석에도 재현되나

입력 : 2017-08-02 00:00 수정 : 2017-08-28 10:50

[뉴스&깊이보기]‘김영란법’ 가액조정 언제나 가능할까

국민권익위, 가액조정 부정적 실태조사 거쳐 12월쯤 논의 농업계·정치권 조정 지속 요구


올 추석 대목장도 ‘청탁금지법(김영란법)’의 한파에서 벗어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김영란법 소관 부처인 국민권익위원회가 최근 우리 농축산물 소비와 직결되는 식사와 선물 가액의 추석 전 상향조정에 반대하는 입장을 내놨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지난 설에 이어 이번 추석에도 농축산물 소비 부진으로 인한 농가 피해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박은정 국민권익위원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막연히 추석이 다가온다는 이유로 특정 직종의 부진 등의 관점에서 가액을 조정한다면 새 정부의 반부패 정책 기조에도 맞지 않고 국가의 청렴 이미지 제고에도 손상을 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법이 사회적 지지를 받는 법임을 고려하면 시행령이든 뭐든 개정에 신중해야 하고, 그 절차에도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김영란법이 농축수산업이나 화훼업 등을 비롯해 거시적인 경제에 미치는 지표들을 검토한 뒤 보완해야 할 사항이 있다면 합리적 절차를 거쳐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사실상 가액조정 의견을 당장은 수용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그동안 농업계는 김영란법 적용 대상에서 농축수산물을 제외하든지, 현재 3만원(식사)·5만원(선물)·10만원(경조사)인 가액을 상향조정해달라고 줄기차게 요구해왔다.

특히 법률 개정이 아닌 시행령만 고치면 되는 가액조정은 보다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해왔다. 두달여 앞으로 다가온 추석에 지난 설과 같은 농축산물 소비 부진 되풀이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지난 설 명절기간(2016년 12월31일~2017년 1월27일) 대형마트 4사와 백화점 3사의 국산 농축산물 선물세트 판매액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 설 명절기간과 견줘 과일은 761억1400만원에서 524억8800만원으로 31%나 격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쇠고기도 24.4%(824억9600만 → 623억4700만원) 곤두박질했다.

이 때문에 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추석 전 가액조정의 필요성을 기회 있을 때마다 역설했다. 김 장관은 취임사에서 “농축산물을 김영란법 적용대상에서 제외하거나 가액기준을 상향하는 등 가능한 한 추석 전까지 농민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개선방안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모든 노력을 다해 추석 전에 가액기준을 상향하는 쪽으로 개선방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농업계의 이같은 요구에도 불구하고 국민권익위의 입장변화 없이는 김영란법에서 농축수산물을 제외하거나 가액을 조정하는 방안은 정부가 당초 밝힌 대로 실태조사를 거쳐 12월쯤이나 돼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도 최근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가액 상향조정 등을 검토해 올 12월까지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국회와 농업계를 중심으로 조속한 가액조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비례대표)은 시행령상의 가액규정을 법률로 옮기고 상한액을 ‘10만·10만·5만원’으로 조정하는 내용의 ‘청탁금지법 개정안’을 최근 대표발의했다. 가액조정을 정부에만 맡겨놓을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강 의원은 “가액조정은 촌각을 다투는 시급한 문제인데도 이를 위한 정부의 노력은 지지부진하다”며 “국회가 나서 현실 물가를 반영한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같은 당 권석창 의원(충북 제천·단양)도 식사와 선물이 농축수산물이면 각각 3만·5만원으로 규정된 허용 가액을 농식품부 장관과 해양수산부 장관이 따로 정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농안법) 개정안’을 최근 대표발의했다. 권 의원은 “헌법에는 국가가 농수산물의 수급균형과 유통구조의 개선에 노력해 농어민의 이익을 보호하도록 돼 있다”며 “행정부의 시행령(김영란법 시행령)으로 농축수산물 유통을 위축시킨다는 것은 헌법 가치를 침해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홍기 한국농축산연합회 상임대표는 “김영란법으로 인한 농축산물 소비 위축은 이미 여러 조사에서 사실로 확인됐다”며 “우리 농업과 농촌 여건은 김영란법을 논의할 연말 정기국회까지 기다릴 여유가 없는 만큼 정부가 추석 전에 시행령이라도 개정해 가액을 현실에 맞게 조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서륜 기자 seolyoon@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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