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청년농부 시대]21세 사과농사꾼 주설희씨<경북 의성>

입력 : 2017-07-19 00:00 수정 : 2017-08-23 15:04

부모님 돕기 위해 농사일 시작 한땐 대학 다니는 친구들 부러웠지만 작물이 열매 맺는 모습 보고 자부심

사과 가공식품 생산·판매 전담 직접 개발한 ‘풋사과즙’ 입소문 올핸 사과나무 분양·팜파티 본격화

“실패 두려워 않고 도전하다 훗날 ‘빌딩형 농장’ 만드는 게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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컷_지금은 청년농부 시대
 풋사과 같았다. 앳된 얼굴로 싱그러운 웃음을 짓는 청년농부 주설희씨(21)의 모습이 꼭 그랬다. 고등학교를 마치자마자 농사에 뛰어든 지도 어느덧 3년째. 이제 어엿한 농부 냄새가 나는 그는 경북 의성군 구천면에서 사과밭을 일구고 있다.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 농사일을 도와드리면서 자연스럽게 농업계 고등학교에 진학했지만 농부가 돼야겠다는 확신은 없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한우농가의 현장실습교육장(WPL)에 갔는데 할머니 한분이 당차게 농장을 운영하고 계시더라고요. 그 모습이 어찌나 멋있어 보이던지 저도 열심히 해서 저렇게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그가 가업에 참여하게 된 데엔 부모님의 인건비 부담을 덜어드리고 싶은 마음도 한몫했다. 만만찮은 인건비 때문에 농사일과 운수업을 병행하는 아버지에게 도움이 되고 싶었던 것. 그러나 한창 꿈 많을 나이, 애견미용사부터 운동선수·화가 등등 장래희망도 다양했던 소녀가 농부가 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일단 바깥세상에 대한 동경이 컸다. 그가 장화를 신고 밭일을 할 때 예쁘게 꾸미고 대학교에 다니는 친구들이 그렇게 부러웠다고. 그 모습을 보지 않으려고 한동안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도 끊었을 정도. 거기다 ‘사고 쳐서 농사짓는 것 아니냐’는 주위의 따가운 시선도 그를 힘들게 하는 요인 중 하나였다. 그러나 농사에 뛰어든 지 1년이 지나자 그의 생각에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1년 동안 키운 사과며 양파·호박 같은 작물들이 탐스러운 열매를 맺는데 ‘아, 이맛에 농사짓는구나’ 싶더라고요. 어릴 때부터 봐왔던 농작물들인데도 제가 농사지은 거라니 새삼 신기했고요. 그때부터 귀한 먹거리를 만드는 농부라는 직업에 자부심이 생겼어요.”

 그와 양친은 4만6280㎡(1만4000평) 규모의 땅과 3305㎡(1000평)의 임차농지에서 <후지> <쓰가루(일명 아오리)> <홍로> 등 사과와 양파·콩·고추 등 갖가지 작물을 조금씩 생산하고 있다. 사과농사는 부모님과 반반씩 책임지고 있지만, 사과 가공식품을 만들고 판매하는 일은 그가 전담한다. 특히 그가 직접 개발한 ‘풋사과즙’이 주력 상품이다.

 “풋사과에서 추출한 폴리페놀 성분이 다이어트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지면서 풋사과 분말 같은 가공식품이 많이 나오더라고요. 풋사과를 더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생각하다가 즙을 떠올렸는데 시중에 나온 제품이 많이 없길래 직접 만들어보기로 했지요.”

 풋사과의 떫고 신맛을 줄이기 위해 일반 사과즙을 소량 배합해 만든 풋사과즙은 꽤 괜찮은 반응을 얻고 있다. 6~7월 제철에만 판매하기 때문에 한꺼번에 대량 구매하는 고객이 있는가 하면, 개인적으로도 남동생의 다이어트와 부친의 당뇨 수치 저하에 톡톡히 효과를 봤단다.

 올해부턴 사과나무 분양이나 팜파티 같은 체험활동에도 본격적으로 팔을 걷어붙였다. 기존 나무와 더불어 새로 심은 나무를 1+1(원 플러스 원)으로 분양하는데, 이를 통해 분양객들은 기존 나무에서 사과를 수확하면서 동시에 어린나무를 보며 나무가 커가는 과정을 관찰할 수 있다.

 농사일 외에도 그가 또 하나 공들이는 건 바로 ‘배움’이다. 의성군농업기술센터·경북농민사관학교·한국벤처농업대학 등에서 교육을 받으며 정보를 공유하고 소통하는 시간은 하나의 낙이다. 특히 그는 후계농들에게 부모와 함께 교육을 받을 것을 적극 추천한다. 옛 농사기법을 고수하려는 부모와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자녀간에 흔히 갈등이 생기는데, 다양한 정보에 대한 교육을 같이 받다보면 부모의 생각도 한층 유연해진다는 것이다.

  “농사를 짓고 있지만 저는 아직 심부름꾼 수준이라고 생각해요. 제 사과 브랜드명을 <사과서리>로 한 것도 부모님이 일군 땅에서 자란 사과를 서리해서 판다는 의미예요. 그만큼 갈 길이 멀지만 아직 젊으니까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계속 농업에 도전할 생각이에요. 그래서 먼 훗날엔 ‘빌딩형 농장’을 만드는 게 제 꿈입니다. 그 속에서 앞으로 닥쳐올 이상기후의 영향을 받지 않고 농사를 짓고, 땅이 없어 창농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 토지도 나눠주고 싶어요. 그런 날이 오긴 오겠지요?”

 의성=하지혜 기자 hybrid@nongmin.com, 사진=김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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