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청년농부 시대]농업 6차산업화 앞장서는 이소희씨<경북 문경>

입력 : 2017-06-21 00:00 수정 : 2017-08-23 15:05

부모님 운영하는 교육농장에서 아이들 가르칠 수 있단 생각에 귀농 오미자 재배·농외소득 활동도 참여

전통무술체험에 역사교육 접목 연간 방문객 5000명 넘어 마을 산나물 판매에도 앞장

“청년들이 농촌서 미래 꿈꿨으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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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모님이 차려 놓은 밥상에 숟가락만 얹을 순 없죠.” 경북 문경 농암면에서 3년째 친환경농사를 짓고 있는 이소희씨(29)는 후계농이다. 흔히 가업을 잇는다고 하면 편하게 일할 거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이는 모르는 소리다. 그는 6.6㏊(2만평) 규모의 농장인 청화원에서 오미자·꾸지뽕 등 유기농 작물을 가꾸는 것은 물론이고 각종 농외소득 활동까지 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처음 농촌을 접한 아홉살 때만 해도 그는 자신이 농부가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당시 서울에서 큰 무술체육관을 운영하던 부친이 돌연 귀농을 선언했다. 팍팍한 도시가 아닌 때묻지 않은 자연 속에서 자녀를 기르고 싶은 마음에 내린 결정이었다. 덕분에 소희씨는 농촌에서 마음껏 뛰놀며 자랄 수 있었지만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도시가 그리워졌다. 대학에서 유아교육학을 전공한 그는 결국 농촌을 완전히 벗어나 수도권 지역에서 유치원 교사로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어릴 때 시골에서 자란 탓인지 아이들과 수업할 때 항상 공원이나 숲을 찾게 되더라고요. 그러던 어느 날 부모님이 농촌교육농장 등의 여건을 갖추고도 일손이 모자라 제대로 운영하지 못하는 것을 알았어요. 교육농장을 잘 활용하면 농촌에서도 충분히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다시 농촌으로 돌아온 그는 5년간 유치원 교사로 일한 노하우를 살려 기존 농촌교육농장 프로그램을 새롭게 구성했다. 그중에서도 부친의 특기를 살린 전통무술체험은 다른 농장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야심작이다. 여기에 문경에서 무예를 연마했다는 후백제 왕 견훤 이야기 같은 역사교육을 곁들인 것도 그의 아이디어였다. 알차게 꾸린 프로그램으로 2015년엔 농촌진흥청에서 농촌교육농장 품질인증도 받았다.

 또 본격적인 팜스테이 손님 유치를 위해 시설 정비에 나서는 등 열심히 뛴 덕에 같은 해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농촌융복합산업 사업자 인증을 획득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2014년부턴 정부에서 지정하는 현장실습교육장(WPL)으로 선정돼 부친과 함께 농고·농대 학생, 귀농인에게 유기농 오미자 재배법과 귀농·귀촌 교육을 하고 있다.

 그가 가업에 발을 담그고 농업 6차산업화에 박차를 가하면서 농장 수익은 예전보다 서너배 높아졌다. 연간 방문객도 5000명 이상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양친이 흐뭇해하는 건 당연지사. 이제는 농장과 관련된 회계업무까지 맡고 있다.

 이렇듯 농업 6차산업화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지만 ‘1차산업이 튼튼해야 6차산업도 가능하다’는 건 그가 늘 가슴에 품고 있는 지론이다. 농(農)에 대해 전혀 몰랐던 그가 귀농하는 순간부터 지금까지 부친에게 하루에 50번도 넘게 질문하며 유기농 재배법을 익히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1차산업을 귀하게 여기기에 농가에 대한 애정도 각별하다. 연로하신 마을 할머니들이 산나물을 읍내에 나가서 팔 수 없어 나물상과 낮은 가격에 거래하는 것을 본 그는 산나물 판매자 역할을 자처했다. 자신과 할머니들이 생산한 취나물·고사리·다래순 등을 말린 후 소포장 선물세트로 만들어 판매하기로 한 것. 이미 올해 ‘소담’이란 이름으로 사업자 등록을 마쳤고, 직거래나 박람회 판매를 통해 알음알음 입소문을 타면서 찾는 사람도 늘고 있다.

 짧은 시간 동안 많은 일을 이뤘지만 그가 걸어온 길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지자체 지원사업의 지원금으로 만든 농장 내 캠프시설이 강풍에 날아가 오미자밭을 쑥대밭으로 만들기도 하고, 젊은 여성농부에 대한 주위의 부정적인 시선 때문에 마음고생을 하기도 했다.

 그래도 그는 주저앉지 않고 더 많은 것을 배우고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2016년 경북농민사관학교 2030리더과정에서 배운 실력으로 농장 홈페이지와 홍보물까지 직접 만들 정도다. 그가 수시로 농장 일상을 올리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는 농산물 직거래 창구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 밖에 청년여성농업인CEO중앙연합회·문경시귀농귀촌연합회 등의 활동을 통해 청년농부들과도 활발한 교류를 하고 있다.

 “자연 속에서 다양한 체험활동을 통해 아이들을 교육할 때 정말 재미있고 행복해요. 앞으로 독일의 발도로프 숲 학교처럼 자연과 아이들이 공생하고, 누구에게나 치유의 쉼터가 될 수 있는 자연학교를 만들고 싶어요. 저뿐만 아니라 많은 청년들이 땀 흘린 만큼 성취할 수 있는 기회의 땅 농촌에서 미래를 꿈꿨으면 좋겠습니다.”

 문경=하지혜 기자 hybrid@nongmin.com, 사진=김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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