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청년농부 시대]마카농사에 뛰어든 청년마카연구소 공동 대표 3인방<경북 청송>

입력 : 2017-05-24 00:00 수정 : 2017-08-23 15:05

농대 동기 이석모·송경섭·이경은씨 전공 살려 모임 만들고 농사 도전
첫해 ‘쓴맛’…졸업후 본격 재배 시작

올해 4월 농업회사법인 등록 고품질 마카 1t 생산 성공
차·분말·영양밥용으로 가공 인터넷 직거래로 판매 계획

6차산업단지 조성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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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과 열정·패기는 젊음이 주는 선물이다. 이 값진 재산을 농업에 쏟아붓는 청춘들이 있으니, 바로 이석모·송경섭·이경은씨(26)가 그 주인공이다. 경북 청송군 청송읍에서 이들이 땀 흘려 키우는 작물은 ‘페루의 산삼’이라 불리는 ‘마카’다. 해발 4000m의 페루 안데스 산맥에서 자라는 마카는 주로 뿌리 부위를 식용으로 쓰는데, 성 기능 개선·폐경기 증후군 및 생리통 완화·운동능력 증강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북대 농업생명과학대학 동기인 세사람 중 마카 이야기를 처음 꺼낸 이는 경섭씨였다. 농촌진흥청 해외농업기술개발센터(코피아·KOPIA)를 통해 페루에서 6개월간 인턴 생활을 한 그가 현지인들이 건강식으로 즐겨먹는 마카를 눈여겨보고 국내에서 재배해보자고 제안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생산되고 있지만 널리 알려지지 않은 만큼 경쟁력이 있을 거란 확신이 들었다.

 마음이 통한 세사람은 전공을 살려 마카 재배와 연구·실험을 동시에 한다는 뜻으로 ‘청년마카연구소’란 이름의 모임을 만들고, 3개월간 마카에 대해 치열하게 공부했다. 자문을 구하기 위해 경기 이천·경북 예천 등지의 마카 재배농가를 찾아다니는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리고 마침내 2015년 9월 석모씨 부친이 농사를 짓고 있는 땅 한쪽에 330㎡(100평) 규모의 비닐하우스를 직접 짓고 씨앗을 심었다. 당시 대구에서 대학과 대학원을 다니던 세사람은 주말마다 청송을 오가며 마카 재배에 정성을 쏟았다.

 그러나 첫해 농사는 영 시원찮았다. 마카를 재배하려면 적정온도인 10~20℃를 유지해야 하는데 주말에만 들여다본 탓에 제대로 된 환경을 만들어주지 못한 것이다. 발아시키는 일부터 녹록지 않더니 결국 그해엔 40㎏만 수확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첫 농사에 고배를 마신 이들은 이듬해 본격적으로 농사일에 뛰어들었다. 먼저 학부를 졸업한 석모씨와 경은씨가 귀농을 하고, 식품공학 석사 과정 1년을 남겨둔 경섭씨는 대학원에서 마카 실험과 연구를 하며 일을 도왔다. 지난 한해를 떠올리던 경은씨는 그때 역시 순탄치만은 않았다고 말한다.

 “첫해에 수확한 마카는 가공식품 연구개발용으로 사용한 터라 이렇다 할 수익이 없었어요. 농한기에 도시로 나가 아르바이트를 해서 번 생활비로 근근이 버텼지요. 숙소가 따로 없어서 석모 부모님 댁에 있는 작은 방에서 여럿이 엉켜사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었어요.”

 그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은 무너지지 않았다. 이제 농사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게 된 만큼 농사 규모를 2314㎡(700평)로 늘렸다. 친환경농사를 짓기 위해 일일이 잡초를 뽑고, 친환경제제로 벌레를 잡으며 자식 돌보듯 하기를 수개월. 마침내 올해 5월, 꽤 좋은 품질로 1t을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올해 수확분은 마카 차와 분말·영양밥용 마카로 다시 태어날 예정이다. 쓰고 매운맛 때문에 생으로 먹기 힘든 마카를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가공식품으로 만들기 위해 오랫동안 연구해온 세사람의 결과물이다. 특히 마카차는 고온 로스팅 방식으로 가공해 구수한 풍미를 더했다는 게 그들의 설명이다.

 올 4월 농업회사법인 등록을 마친 청년마카연구소는 직접 생산한 가공식품을 인터넷에서 직거래로 판매할 계획이다. 이미 포털 사이트를 통해 석모씨 부친과 지역주민들이 재배한 사과를 성공적으로 판 전적이 있다. 우수한 품질의 상품을 엄선해서 판매하고, 배송 후에도 문자로 고객 사후관리를 꼼꼼히 하는 것이 그들만의 비결이다.

 이렇게 농부의 길을 착착 걸어가니 처음엔 귀농을 반대했던 부모님들도 이제는 오히려 자랑스러워하신단다. 이제 막 농사의 기쁨을 맛본 세사람은 더욱 원대한 꿈을 꾸고 있다.

 “미국의 ‘선키스트’처럼 영세농들의 가격교섭력을 높일 수 있는 협동조합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마카·사과·고추 등을 재배하는 회원 농가를 모집한 뒤에 전량 수매해 직거래 판매를 할 겁니다. 조금이라도 농가가 더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조직을 만드는 것이지요.”

 생산과 유통 체계를 확립한 후엔 체험·관광·숙박 등이 가능한 6차산업단지를 조성하는 것이 그들의 바람이다. 이를 위해 마을 펜션까지 임차해 운영하며 기반을 차근차근 다지고 있다. 이렇게 열정이 넘치다보니 그들의 하루는 입술이 부르틀 정도로 바쁘다. 지칠 법도 하건만 그런 기색은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세청년의 눈엔 내일에 대한 기대와 설렘이 가득 들어차 있었다.

 청송=하지혜 기자, 사진=김덕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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