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주자에게 듣는다②]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입력 : 2017-04-14 00:00

공익적·다원적 농업 가치 주목 ‘농업홀대’ 정책 철저하게 성찰

농가소득 안전망 구축 위해 보조금 위주 예산 재편 필요

‘김영란법’으로 농민 피해 심각 농축산물 새 판로 확보에 총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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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는 <농민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농가소득 안정’과 ‘소통’을 강조했다. 그는 “경쟁력 위주의 농업정책이 결국은 ‘농업홀대’를 낳았다”며 “새 정부는 농업의 공익적 가치에 주목해 농업직불제를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문 후보는 “농민들과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대통령 직속 농업인특별위원회를 설치하겠다”며 “이를 통해 식량자급률 향상을 비롯한 농업정책 전반을 직접 챙기겠다”고 말했다. 또 농가 판로를 넓히기 위해 공공급식에 국내산 농축산물 사용을 확대하고, 쌀 생산조정제를 도입해 쌀 수급 안정을 도모하겠다고 설명했다.

 인터뷰는 12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에서 진행했다.

 진행 = 최준호 편집국장



 - 농업예산 증가율이 국가 전체예산 증가율을 밑돌고 있다. 정부조차도 ‘농업을 홀대한다’는 비판이 나오는데.

 ▶정부의 농업홀대는 농업예산 축소에서 명시적으로 드러난다. 1995년 농업예산은 국가 전체예산의 15.7%였다. 하지만 2017년 농업예산 14조4887억원은 국가 전체예산 400조7000억원 중 3.6%에 불과하다. 농업은 무역수지와 물가를 위해 희생해왔다. 지리적·역사적 조건 때문에 농업 경쟁력은 다른 산업보다 뒤처질 수밖에 없었다. 우루과이라운드(UR) 이후 개방농정이 시작되면서 정부는 ‘농산물 수출국에 맞서기 위해 (농민) 스스로 경쟁력을 키우라’고 했다. 이것은 사실상 농업·농민·농촌 고사정책이었다. 필요 곡물의 77%를 외국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농민들은 수입농산물을 피해 틈새시장을 찾아 이리저리 몰려다녀야 했다. 딸기가 돈이 된다면 딸기로 몰리고, 과수가 돈이 된다면 과수로 몰렸다. 경쟁력을 위한 온갖 시설투자 때문에 빚만 늘었다. 부채를 끌어와 영농을 규모화했지만, 생산된 농산물은 판로를 찾지 못하고 가격이 폭락하는 재앙이 되풀이됐다. 정부는 이를 방치했고, 결국 농업의 붕괴를 초래했다.

 적은 농지를 집약적으로 이용한 결과 단위면적당 농약 사용량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14.3배에 이른다. 에너지 사용량 역시 OECD 평균의 37배에 달한다. 이는 자연환경의 붕괴로 이어진다. 농업을 홀대하면서 경쟁에서 살아남으라는 정책은 끝내야 한다. 세계 각국이 농업의 다원적·공익적 기능과 식량안보의 중요성에 주목하는 추세에서 우리도 지금까지 유지해온 농업홀대 정책을 철저하게 성찰할 필요가 있다.



 - 농가소득이 정체되면서 도농 소득 격차가 심화되고 있다. 농가소득 안전망 구축을 위해 준비한 대책은 무엇인가.

 ▶농업예산을 재편하겠다. 건강한 먹거리를 생산하는 농민들에게 정부가 직접 지원하는 직불금을 대폭 확대하겠다.

 지금까지 정부는 농업 경쟁력을 높인다며 사업비 중심으로 농업예산을 편성·집행해왔다. 포도농가에 자유무역협정(FTA) 기금으로 폐업지원비를 주면서 포도밭 폐원을 유도했다. 그 밭에 다시 사과 묘목이 심어졌고, 이내 사과가격이 폭락했다. 정부가 비닐하우스를 지원하면, 비닐하우스가 늘면서 채소가격이 폭락했다. 농가들은 정부로부터 사업비를 지원받으려고 우리 실정에 맞지 않는 유리온실과 축사를 지었다. 이는 고스란히 농가부채로 이어졌다.

 이러한 보조금 위주의 사업비를 재편해 수혜자인 농민에게 직접 지급하는 게 세계적인 추세다. 농업예산 중에서 스위스는 80%, 유럽연합(EU)은 72%, 미국은 63%, 일본은 52%를 농민에게 직접 지급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12.6%에 불과하다. 우리도 이런 예산을 늘려야 한다. 결코 시혜가 아니다. 농민은 국민의 건강한 먹거리를 생산하고 농촌을 아름다운 생태경관으로 가꾸는 만큼 정당한 대가다. 농민 소득보장뿐만 아니라 농업의 식량공급·생태환경 같은 공익적 기능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농업예산 재편이 필요하다.



 - ‘청탁금지법(김영란법)’ 시행 이후 농축산물 소비위축이 심각하다. 피해대책을 어떻게 마련할 계획인가.

 ▶청렴한 대한민국을 만들려면 김영란법의 성공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하지만 이를 위해 농업 희생을 강요할 수는 없다.

 법 시행 이후 농가 피해는 예상했던 대로 컸다. 올 설 명절에 축산물·과일·인삼 소비가 예년보다 대폭 줄었다. (선물비 허용 상한선인) 5만원을 넘는 선물세트가 23%나 감소하는 등 김영란법 피해가 확실히 나타났다.

 화환·조화·홍삼·굴비·갈치 같은 농수축산물이 김영란법에 막혔고, 농어민과 상인의 어려움도 크다. 이런 문제점은 개선할 필요가 있다. 이 외에도 김영란법을 정착시키는 과정에서 농축수산업의 변화를 지원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겠다. 농축산물의 새로운 판로도 확보하겠다. 얼마전 초·중·고 학생들에게 (2교시가 끝난 후 간식으로 과일을 공급하는) 과일간식급식을 제공하는 정책 도입을 약속했다. 이는 과수농가의 판로를 확보하기 위한 대책 중 하나다.



 - 농산물 수급안정을 위해 마련한 방안은 무엇인가.

 ▶우리 농민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판로’다. 판로만 있다면 세계 어느 나라 농민들보다 부지런한 우리 농민들이 최고의 농산물을 생산해낼 것이다. 국가가 먼저 판로가 돼야 한다. 초·중·고 학교급식에 친환경농산물을 사용하겠다. 군대급식과 공공기관을 국내산 농산물의 판로로 만들겠다. 국방의무를 수행하는 우리 자식들에게 안전한 우리 농축산물로 만든 음식을 제공하겠다. 우리나라의 노인 빈곤율은 45%를 넘고, 영양실조 환자의 60% 이상이 노인이라고 한다. 노인을 위한 무료급식소가 더 필요하다.

 공공급식 확대는 농축산물 수급안정을 위한 판로 확보와 함께 식량자급률 향상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정책이다. 이런 정책은 농민들의 숙원사항인 계약재배 확대로 연계된다. 공공급식이 확대되면, 농민은 농축산물 가격 폭락 걱정 없이 생산에만 전념할 수 있다.



 - 쌀 공급량이 수요량을 웃도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계획은 무엇인가.

 ▶쌀을 포함한 기초식량의 안정적인 생산 및 농가소득을 반드시 지켜내겠다.

 이미 쌀 생산조정제 공약을 내놨다. 논에 벼 이외의 작물을 재배하는 농가에 1㏊당 300만원을 지급하겠다. 논에 자급률이 취약한 사료작물을 재배하면 쌀 과잉생산도 방지하고 변동직불금 예산도 1조원가량 절감할 수 있다. 현재 쌀 재고량은 1970년대 이후 최고치다. 신곡 공급과잉 문제부터 해결해야 쌀 재고 문제를 풀 수 있다. 쌀 수급·재고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쌀 생산조정제를 반드시 도입해야 한다.

 고(故) 백남기 농민은 우리밀 농사를 지었다. 밀농사를 하기 쉽지 않은 여건인데도, 우리 국민들에게 건강에 좋은 우리밀을 공급하겠다는 뜻이 있었다. 농업은 국민 건강을 지키는 또 하나의 국방이다. 국방과 마찬가지로 식량자급률을 비롯한 농업정책을 대통령이 직접 챙기겠다.



 - 농촌 삶의 질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해결방안을 어디서 찾아야 하나.

 ▶농촌은 도시에 견줘 보육·교육·의료·교통 인프라가 매우 부족하다. 이 때문에 도농 삶의질 격차가 점점 커지고 있다. 심각한 농촌 고령화를 감안해 우선 고령농민 대상의 돌봄서비스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청년농민들의 원활한 정착을 지원하기 위한 보육 인프라·서비스 확대도 절실하다. 무엇보다 농촌의 공동화·황폐화를 막으려면 경제적인 효율성을 따지기에 앞서 농촌의 지속 가능성과 사회적 편익을 고려한 복지 인프라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농산어촌 보육 취약지역에 우선적으로 국공립 보육시설을 확충하겠다. 지역거점 분만지원센터를 설치해 안심출산을 보장하겠다. 의료취약지에 우선적으로 공공병원을 설립하고, 농산어촌을 순회하며 보건의료·복지서비스를 맞춤형으로 제공하는 방문서비스를 대폭 확대하겠다.

 경로당을 공동생활가정으로 개조하고, 마을회관에 공동취사공간을 마련해 어르신들의 생활공간으로 제공하겠다. 교통 소외지역 고령농의 교통편의를 위한 ‘100원 택시’에 국비를 투입하고, 이를 전국으로 확산하겠다.



 - 농업·농촌 현장에 청년농민이 부족하다. 획기적인 대책마련이 필요한데.

 ▶귀농·귀촌이 늘고 있지만, 40대 미만 청년 농가경영주는 전체 농가의 1.3%에 불과하다. 영농승계자를 확보한 농가 비율은 1995년 13.1%에서 2015년 9.8%로 감소했다. 귀농인 가운데 40대 미만 청년 비중도 9.6%뿐이다. 상황이 이런 데도 청년농민 대상의 지원제도가 부실하다. 후계농민과 청년농민을 위해 취농·창농을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 또 농지은행이 사들인 농지를 청년농민·귀농인·영세농에게 저렴하게 빌려주는 ‘공공임대 농지제도’를 도입하겠다.



 - 농업계와는 어떻게 소통할 계획인가.

 ▶‘농업은 대통령이 직접 챙기겠다’고 누누이 밝혔다. 직접 농업계와 소통하겠다는 뜻이다. ‘대통령 직속 농업인특별위원회’를 설치하겠다. 특위에 많은 농민을 참여시키겠다. 특위가 농민 숙원을 해결하고 소통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또 농업 전반에 통찰력이 있고 농업계 현안을 잘 파악하는 인사에게 농정을 맡기겠다. 소통과 농민의 참여 속에 농정을 수립하고 시행하겠다.

 그동안의 농업정책은 경쟁력 향상이란 미명 아래 정부의 정해진 사업지침에 맞춰 (농가들이) 보조금을 신청하는 사업 위주였다. 농민 스스로 필요한 사업을 결정하고 수행할 역량을 육성시키는 정책은 사실상 전무했다. 농민들이 수동적으로 참여하는 정책으로는 강한 농업과 농촌을 만들 수 없다. 농민들을 농정의 생산자이자 참여자로 만들겠다. 이를 위해 현재 시범사업으로 추진 중인 농업회의소를 법제화하겠다.

 새 정부는 농업의 공익적 가치에 주목하겠다. 농민의 소득보장과 후계농업인 양성, 귀농·귀촌 지원을 강화해 지속 가능한 농업·농촌을 만들겠다. 농촌의 문화·복지 인프라를 확충해 ‘떠나는 농촌’을 ‘돌아오는 농촌’으로 만들겠다.

 정리=김상영 기자 supply@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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