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남옥 교수의 심리클리닉]내 머릿속의 성가신 목소리

입력 : 2016-01-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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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대 초반의 젊은이는 상담 내내 자신에 대해 부정적인 이야기만 쏟아냈다. 마치 무슨 일을 하든 귓가에서 자동으로 흘러나오는 부정적인 목소리를 듣고 있는 사람처럼 보였다. 그 성가신 목소리는 모든 일에서 쉬지 않고 부정적인 평가를 하며 젊은이를 정신적으로 학대하고 있었다. 그런 목소리에 시달리면 자신에 대해 수치심을 느끼고, 못마땅하게 여기는 것이 당연하다. 이를 벗어나려고 하다 보면 매사에 너무 애쓰거나 반대로 쉽게 좌절 또는 포기하게 된다.

이러한 성가신 목소리는 어렸을 적의 경험에서 유래한다. 부모와 같은 애착대상에게 자주 듣던 말은 어느새 내면화돼 부모가 없는 상황에서도 녹음기처럼 같은 이야기를 반복해 쏟아낸다. 젊은이도 어린 시절 어머니로부터 못한다는 비난과 실수하지 말라는 경고를 자주 들었다고 한다.

애착대상의 말을 거부할 수 있는 힘은 그 누구에게도 없다. 때문에 부모의 목소리는 이미 내면으로 들어와 모든 행동을 검토하며 압박한다. 언젠가부터 떨쳐버릴 수 없는 내면의 목소리는 끊임없이 자기비판을 하며 ‘더 빨리’ ‘더 능률적으로’ ‘더 완벽하게’ 해야 한다고 채찍질한다.

우리를 성가시게 하는 내면의 목소리에는 세가지가 있다. 걱정과 비판을 일삼는 부정적인 목소리, 지나치게 남의 마음에 들게 애쓰라고 하는 회유의 목소리, 매사에 겁을 내고 새로운 시도를 두려워하게 만드는 회피의 목소리가 그것이다. 이 모든 목소리의 근원은 바로 부모가 자녀에게 어린 시절 반복했던 말들이다. 부모에게 부정적인 말과 비판을 자주 듣던 사람들은 일을 할 때 항상 끔찍한 결과들을 상상하고 걱정이 많다. 작은 일을 보고도 최악의 상황을 걱정한다. 그런가 하면 부모가 자녀에게 말을 잘 듣도록 지나치게 종용했던 경우에는 남의 마음에 들려고 애쓰는 사람을 만든다. 이들은 남의 감정에 지나치게 민감하며, 인정받으려고 자신이 견디지 못할 정도까지 애쓰다가 지치곤 한다. 또 부모가 자녀의 실수에 대해 매우 혼낸 경우에는 자녀로 하여금 회피의 목소리를 듣도록 만든다. 실패가 무서워 아무것도 시도하지 못한 채 현재 자리에서 벗어나지 못하다가 게임이나 술에 빠져 자신만의 도피처로 도망가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어린 시절 부모에게 긍정적인 이야기를 듣지 못한 사람이라고 해서 영원히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럴수록 스스로 자신만의 내면 목소리를 개발해야 한다. 이 젊은이의 경우 어린 시절에 만들어진 내면의 목소리, 즉 내면 아이의 목소리를 성인의 목소리로 업데이트(기존 정보를 최신 정보로 바꿈)하는 것이 필요했다. 우선 내면 아이의 목소리 출처를 밝혀내고 자신의 방어와 회피를 인식토록 했다. 그리고 어린 시절의 감정을 만나 동정하고 위로하게 했다. 그런 다음 자신이 추구하는 성인의 목소리를 찾아가도록 했다. 자신의 새로운 목소리는 마치 자애로운 어머니가 자녀를 다루듯이 자신의 감정을 수용하고 공감하며, 자신을 세심하게 배려해야 한다. 그렇게 젊은이는 서서히 듣기 싫은 내면의 목소리에서 벗어나 ‘잘할 수 있을 거야!’ ‘잘하려고 노력한 것으로 이미 된 거야!’라는 새로운 목소리를 찾아갈 수 있었다.

<서울사이버대 교수·서울부부가족치료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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