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노래 그 사연] 이태호 ‘미스 고’, 시인처럼 스쳐간 너를 그리며

입력 : 2021-03-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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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김홍기

봄비 내려 하늘도 회색빛인 날. 겨우내 땅에 내린 마른 낙엽은 촉촉해지고, 하늘도 나지막하게 가라앉아 있다. 그리운 얼굴이 유독 가까이 다가서는 이런 날엔 흘러간 노래가 흥얼거려진다. 바로 첫사랑 연인의 애칭을 제목에 붙인 이태호의 ‘미스 고’ 같은 노래다. 1989년 이 노래가 히트한 뒤 이태호의 옛 연인이 ‘미스 고’였다는 풍문도 이어졌다.



미스 고 미스 고 나는 너를 사랑했었다

짧은 순간 내 가슴에 머물다 간

그 흔적 너무 크더라

시인처럼 사랑하고 시인처럼 스쳐간 너

계곡처럼 깊이 팬 그리움만 남긴 너

미스 고 미스 고

나는 나는 사랑의 피에로

(이태호 ‘미스 고’ 가사 일부)


시인처럼 사랑하다 시인처럼 가버린 너. 노랫말 속 시인의 사랑은 어떤 것이었을까? 어느 시인은 말했다. ‘품에 안으면/몸에 돋친 가시에 찔려/상처를 입힐세라 차마 안지 못하는 사랑/그 사람을 지척에 두고도/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는 고독한 사랑/꽃잎이 떨어지고 난 뒤/잎이 돋아나는 상사화처럼/엇갈린 인연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평생 그리움을 안고 살아가야 하는 애달픈 사랑.’

이것이 시인의 사랑이다. 가슴속 일기장에 적어둔 이름, 미스 고는 마음이 잠잠할 때는 생각나지 않다가도 한잔 술이 들어가 마음속 일기장을 뒤적거릴 때 더욱 또렷해지는 글귀와 같은 그리움이다.

미스 고는 누구였을까. 사실 미스 고는 이태호가 어항에 기르던 ‘자라’라는 설이 있다. 그는 집에서 키우던 자라를 특별히 애틋하게 여기며 좋아했다. 그러나 어항 속에서 금붕어를 잡아먹는 자라가 못마땅했던 그의 아버지가 자라를 잡아 몸보신하자며 어머니에게 이야기했다. 내일 아침에 저 녀석을 잘 고아서 재워두라고. 어린 정호(이태호의 본명)는 오밤중에 자라, 미스 고를 가슴에 품고 집을 나왔다.

‘계곡처럼 깊이 팬 그리움만 남긴 너’란 노랫말을 보면 그가 자라를 놓아준 곳이 동네 계곡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미스 고를 의인화하고 시인으로 표현한 것은 문학적 은유지만 속설은 속설일 뿐이다. 그의 아버지는 정호가 세살 때 돌아가셨기 때문이다. 홀어머니 슬하에서 어렵게 자란 그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가수가 되겠다고 무작정 상경해 가요계를 맴돌다 히트곡을 남겼다.

유차영<트로트스토리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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