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노래 그 사연] 송가인 ‘항구 아가씨’, 1930년대 감성…부둣가 여인의 이별과 쓰라림

입력 : 2020-12-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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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김홍기

2019년 <미스트롯> 진 송가인의 목청에 걸린 부둣가 아가씨 사연. 항구는 이별의 애환과 상봉의 환희를 동시에 품고 있다. 그러나 무게를 달아보면 아마 슬픈 이별 쪽으로 저울추가 기울 것이다.



사랑을 드릴까요 님이시여

순정을 드릴까요 님이시여

갈매기 짝을 지어 다정히 날면

사랑도 깊어가네

사랑할 땐 무지개처럼

이별할 땐 파도처럼

아 오늘 밤도 백사장에 그 이름 새깁니다

사랑을 드릴까요 님이시여

동백꽃 드릴까요 님이시여

수평선 꽃구름이 다정히 가면

사랑도 깊어가네

(송가인 ‘항구 아가씨’ 가사 일부)


힘찬 전주와 구성진 코러스가 ‘항구 아가씨’를 노래하는 송가인의 소리를 불러낸다. 노래를 부르는 가수는 1986년생 송가인인데 풍기는 감성엔 1930년대 항구의 갯내음이 넘실거린다.

뭉클하게 차오르는 가슴 아림은 왜일까. 망망한 서러움·그리움에 대한 체념과 달관의 한(恨)이 오히려 흥(興)으로 발현한 것이리라.

바다를 얽은 우리 대중가요 가운데 백미는 1937년 이난영이 부른 ‘해조곡’이다. ‘갈매기 바다 위에 울지 말아요/물항라 저고리에 눈물 젖는데/저 멀리 수평선에 흰 돛대 하나/오늘도 아 가신 님은 아니 오시네’ 콧소리가 낭랑한 ‘해조곡’의 이난영과 울먹거리듯 ‘항구 아가씨’를 노래하는 송가인의 감성이 묘하게 닮았다.

항구를 배경으로 한 노래는 ‘목포의 눈물’ ‘항구의 무명초’ ‘선창’ ‘잘 있거라 부산항’으로 이어져 오다가 2004년 설운도의 ‘춘자야’에 이른다. 거기서 나아가 2016년 이 노래가 더해진 것. 박상철의 ‘항구의 남자’와 송가인의 ‘항구 아가씨’는 같은 해에 태어난 오누이 노래다. 작사가도 모두 진운으로, 같은 사람이 노랫말을 지었다.

송가인의 본명은 조은심이다. 어머니는 국가무형문화재 제72호, 전남 진도 씻김굿 전수교육조교인 무속인 송순단씨다. 조은심은 2012년 ‘산바람아 강바람아’로 데뷔해 2017년부터 송가인이라는 예명을 사용한다. ‘성산 일출봉’ ‘거기까지만’ ‘무명배우’ 등이 그녀의 목청에 실린 곡들이다. 송가인의 목소리는 하늘을 향해 쏘아 올리는 화살과 같은 소리다.

유차영<트로트스토리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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