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노래 그 사연] 조항조 ‘남자라는 이유로’, 소리 내어 울어볼 날이 올까

입력 : 2020-12-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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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김홍기

‘남자라는 이유로’ 노래 속의 화자는 남자라는 이유 때문에 울지도 못한다. 가슴 속에 생채기 난 사연도 묻어두고 산다. 1997년 조항조가 부른 이 곡은 1960년대 이미자가 부른 ‘여자의 일생’과 대칭돼 이성(異性)의 삶을 대변한다. 이 노래는 2020년 <미스터트롯> 결승전에서 장민호가 인생곡 미션 때 부른 곡이기도 하다.


누구나 웃으면서 세상을 살면서도

말 못할 사연 숨기고 살아도

나 역시 그런저런 슬픔을 간직하고

당신 앞에 멍하니 서 있네

언제 한번 가슴을 열고 소리 내어

소리 내어 울어볼 날이

남자라는 이유로 묻어두고 지낸

그 세월이 너무 길었어

(조항조 ‘남자라는 이유로’ 가사 일부)



장민호는 이날 경연에 앞서 돌아가신 아버지 영정을 뵈러 갔었다. 그는 아버지께 살아 생전에 트로트를 부르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던 아쉬움에 눈물을 보였다. 이후 무대에 오른 장민호는 아버지를 향한 그리움과 함께 애절한 감정을 담은 노래를 불러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소리 내어 울어볼 날이 / 남자라는 이유로 / 묻어두고 지낸 / 그 세월이 너무 길었어’라는 슬픈 가사가 장민호의 눈가 주름살을 파르르 떨리게 하는 듯했다.

남자가 남자를 울리는 노래는 또 있다. 2000년에 조항조가 부른 <사나이 눈물>이다. <사나이 눈물>을 <남자라는 이유로>에 걸쳐보자. ‘소리 내어 울지 못하고 / 까만 숯덩이 가슴 안고 / 삼켜버린 사나이 눈물’.

두 노래 속의 ‘남자’와 ‘사나이’가 겹친다. 이 두 노래는 중년 남자들에게 인기 1위곡이다.

조항조(본명 홍원표)는 1959년 서울 출생으로 13세부터 미8군 무대에서 노래를 불렀다. 이후 김지훈이란 예명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1986년 미국으로 건너갔다가 1989년 귀국해 트로트 가수로 컴백했다.

그의 아내 홍숙재씨와의 러브스토리는 한국 청년 로커와 미국 교포 아가씨의 만남으로, 한편의 드라마 같다. 1970년대 후반, 미국에 사는 조항조의 이모가 한국에 들어갈 일이 있는 홍씨에게 조항조 집에 어떤 물건을 전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래서 그들은 처음 만났다. 이후 둘은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서로 그리워하고 편지를 주고받다가 사랑의 결실을 맺었단다.

유차영<트로트스토리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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