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詩 읽기] 사람으로 살아가는 동안

입력 : 2022-04-08 00:00


자신은 평생 사랑 같은 거 하지 않고 살 거라는 스무살 청년을 만났다. 결국엔 헤어질 텐데 왜 사랑을 하느냐 했다. 나는 그에게 연애세포가 없는 사람이어서 그렇게 말하는 걸 거라고 하고는 다른 대화로 넘어갔다. 그런데 그의 말이 며칠 동안 나를 미행하는 것 같았다.

누구나 사랑에 대해 말할 수 있지만 청년의 그 말은 너무 일찍 찾아온 계절처럼 난감했다.

그에게 사람을 사랑하지 말고, 사랑을 사랑하라는 말을 해준다면 그에게 그 말은 얼마나 어려운 말이 되겠는가.

김순선 시인의 시, <다슬기>의 아름다운 지점은 ‘그대 몸을 살살 돌려가며 꺼내 먹는다’는 표현에 있다. 사실 한 사람을 사랑한 뒤에 우리가 섭취하는 것은 추억뿐만은 아니질 않는가. 사랑은 아찔한 시간이면서도 통째로 어마어마한 덩어리일 테니 ‘꺼내 먹는다’는 표현 앞에 먹먹해진다.

‘사람으로 살아가는 동안 사랑하라’는 별것 아닌 말 같지만, 우리가 인간 입장으로서 가능한 절대적인 말이기 때문일 것이다. 동물도 식물도 감정으로 사랑하지만 인간의 사랑은 좀더 거대하고 복잡한 구석이 있다.

엄청난 사랑을 통과한 사람에게서 “다시 태어난다면 또다시 사랑은 하지 않을래”라는 말을 듣는 것은 흔한 일이 돼버렸다.

그래서 시인은 다슬기의 나선을 통해 ‘내가 다시 인간으로 태어나거나, 내가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라는 근원적인 질문을 이 삶의 소용돌이 속에 던진 것은 아니었을까 하고 생각해본다.

이번 봄에는 시인의 ‘사랑하라’는 말에 ‘악착같이’ 감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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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률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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