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詩 읽기] 당신은 이번이 몇번째 봄입니까

입력 : 2022-03-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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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설이 온다 해서 강원도 태백에 갔습니다. 봄에 내리는 눈은 참 아린 구석이 있거든요. 그곳을 지나다 우연히 발견한 카페가 있었는데 이름이 ‘백번의 봄’이었습니다.

사람은 태어나서 백번의 봄을 맞을 수 있을까요. 눈은 자꾸 내리는데 카페에 앉아서 곧 맞게 될 나의 몇번째 봄을 생각하자니 미리부터 아렸습니다.

그 풍경 위에 림태주 시인의 시가 아프게 겹쳐졌습니다. ‘봄은 봄의 일을 하고, 사람은 사람의 일을’ 할 것입니다만 나는 그 둘을 따로 떨어뜨려 생각할 재간이 없습니다. 이번 봄은 그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쏟아낼까요.

한 권의 책을 다 읽기 전에는 그 책에 어떤 방향이 있는지 알지 못하고, 그곳에 가보지 않고는 그곳의 바람이 어떤지 그곳 사람들의 온기가 어떤지 알지 못합니다. 우리는 이 봄을 하루하루 채워나가는 수밖엔 없어요. 뭔가를 꾸준히 채워나가는 힘이 모이고 모여 자질구레하게 찾아올 어려움을 이길 거거든요.

다시금 시인의 시 위에다 며칠 전 목격한 풍경을 가만히 꺼내 겹쳐봅니다. 길가 공원 벤치에서 졸고 계시는 할아버지를 봤습니다. 그 할아버지 발밑에는 장갑 한짝이 떨어져 있었습니다. 그 길을 지나던 소년이 장갑을 주웠습니다. 그리고 할아버지를 깨우려다가 그 옆에 조용히 놓고 갑니다.

나만 웃는 것 같았는데 지나가던 사람도 그걸 같이 봤는지 씨익, 웃고 지나갑니다. 나는 원래 흐뭇해지려던 것보다 더 많이 흐뭇해졌습니다.

이 이야기에 ‘봄이 한 일’이라는 제목을 붙일까 하다가 ‘봄의 예고편’이라는 제목을 달아봅니다.
 

이병률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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