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詩 읽기] 당신이 행복하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입력 : 2022-01-21 00:00


행복은 어디에나 있다는 말, 행복은 손만 뻗으면 가질 수 있다는 말을 생각해봅니다. 그런데 이 말은 어딘가 속상한 구석이 있습니다. 그토록 불투명하고 잡을 길이 없으며, 게다가 그토록 멀찍이 맴돌고 있는 것이 행복이니까요.

그 말들은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라’는 시구처럼 이제는 더는 와닿지 않으며 눈길조차 주지 않는 그만큼의 것인지도 모릅니다.

혹시 누군가 만들어놓은 기준이나 정의 같은 틀 안에 우리 행복도 덧대어 포장되어 있는 것은 아닐지요. 자기 자신의 내부에서 진실로 끌어올려진 형태가 행복일 것이고, 형편에 맞는 옷을 잘 입어낸 상태가 행복일 것인데 굳이 남이 만들어놓은 기준을 끌어다 놓고 속을 끓입니다. 그러니 행복하지 않은 건 아닌지요.

그래서 전남진 시인은 행복의 한면을 다른 곳에서 만납니다. 행복이 절대 거대한 것이 아니며 누구나 떠올리는 흔한 개념이 아니라는 걸 알려주고 있습니다. 누군가 행복하다고 해서 그 행복을 내 것으로 복사해 살 수는 없습니다. 자기 방식으로 차려내는 것, 인간으로부터 흘러와서 인간에 관련하는 것, 그래서 서늘하더라도 춥지 않은 것, 시인의 노래처럼 행복은 그런 것일 수 있습니다.

독자를 만나 책에 서명할 일이 있으면 “어떤 문구를 적어드릴까요?” 하면서 질문을 건넨 적이 있습니다. 실험이기도 했습니다. 놀랄 정도로 많은 사람이 ‘행복하라고 적어주세요’라고 대답했기 때문에 저는 더 열심히 물었습니다.

당신은 타인의 행복을 복사하고 있다는 생각은 안 드시는지요. 당신이 행복하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 행복이, 당신이 손수 만든 행복이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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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률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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