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詩 읽기] 꽃이 하늘이고 땅이다

입력 : 2021-04-30 00:00



꽃을 보면 꽃이 말을 걸어옵니다. 수선화는 잊지 말라고, 모란은 부귀영화를 누리라고, 들장미는 고독하다고 꽃이 말할 때마다 꽃말을 처음 만든 사람을 생각합니다. 그리고 꽃말을 의사소통의 매개로 사용하는 우리도 생각합니다.

꽃말 이전에 꽃 이름이 있습니다. 꽃 이름은 또 누가 짓는 것일까요. 권위 있는 학술기관에서 정하는 것이겠지만 어떤 꽃 이름에서는 고향 마을 옛 어른들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저 시에 나오는 애기똥풀꽃은 물론이고 며느리밥풀꽃·홀아비바람꽃·이팝나무꽃 등등 더불어 살기의 고단함이 우러나는 꽃 이름이 제법 많습니다.

그런데 꽃 이름이나 꽃말은 정작 그 꽃 자신에게는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꽃이 이름을 지어달라고 애원한 것도 아니고 우리가 꽃을 찾아가서 공청회를 연 것도 아닙니다. 꽃은 ‘인간의 마을’로 붙들려 왔습니다. 어디 꽃뿐인가요. 우리가 “신은 죽었다”고 외친 이래 생명 있는 모든 것에 이름을 붙여 남획하고 있습니다.

산업문명은 ‘서른다섯’이 훨씬 넘었습니다. 그런데도 이 문명은 애기똥풀을 알려고 하지 않습니다. 그러기는커녕 잡초라며 거들떠보지도 않습니다. 꽃 이름이 나쁜 것은 아닙니다. 그럴 리가요. 이름을 알지 못하면 다가갈 수 없습니다. 문제는 이름을 붙이는 이유입니다. 꽃은 수단이 아닙니다. ‘그들’이 아닙니다. 생명의 이름을 다시, 새로 불러야 합니다. 매 순간 우리 몸속으로 들어와 우리를 살리는 뭇 생명에게 고맙고 미안하다며 용서를 빌어야 합니다.

봄꽃이 지천입니다. 지천(至賤)이 아니고 지천(地天)입니다. ‘꽃이 땅이고 하늘이다’. 이것이 진정한 봄꽃의 꽃말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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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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