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詩 읽기] 우산이 되어 덮어주세요

입력 : 2021-04-23 00:00

 



요 며칠 비가 기다려지는 건 잠시 내면을 가라앉히고 싶어서일 겁니다. 산책을 나간 길에 비를 만나면 발걸음을 돌려야겠지만, 때마침 비를 기다리는 마음이었다면 그저 마음으로나마 비를 맞으면 그만일 겁니다. 그래서 봄에 내리는 비는 신호 같기도 하고, 먼 데서 오는 손님 같기도 합니다.

우산이란 무엇인가요, 라고 묻는 시인의 물음은 우리의 일상을 촉촉이 적시는 빗방울 같습니다. 우산이란 건, 수도 없이 잃어버렸던 우산 때문에 허전했던 마음의 한부분일까요. 우산이 없어 비를 쫄딱 맞아야 했던 그날, 그 무엇보다 간절했던 우산의 의미일까요.

시인은 산책 중에 만난 비를 피하기 위해 우산을 찾아가는 철학적인 여정을 아름답게 그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시를 읽은 저는 문득 이 답답한 시대를 씌워줄 큰 우산이 떠올랐던 겁니다.

우리에게 산책이 필요한 이유는 하늘을 올려다볼 수 있다는 것이고, 오랜만에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면서 생각에 몰입할 수 있어서입니다. 그렇게 우리는 산책을 하면서 웬만한 일은 피할 수 있을 정도로 조금씩 단단해져가고 있는 중입니다.

그러니 당신, 어느 맑기만 한 날에 그토록 기다리던 비가 내려주지 않는다면 우산을 쓰세요. 세상이 나에게 잘 못해준다는 기분이 들 때나, 도무지 뭔가 이겨낼 수 없을 것 같은 절망 때문에 힘이 나지 않을 때는 우산을 쓰세요.

물론 당신에게 딱 어울리는 일 하나가 있는데 그건 우산이 되는 일. 산책길에 비를 맞고 있는 누군가에게 우산이 되세요. 잦은 마음의 눈물로 홍수가 난 당신 스스로에게 우산이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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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률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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