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룡 칼럼] 농산물값, 문제는 변동성이다

입력 : 2021-06-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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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거래로 값 불확실성 대응을

대상 상품 선정·표준화 등 필요

 

농업을 어렵게 하는 가장 심각한 문제는 단연 농산물가격의 높은 변동성이다. 수확 전 생산량을 미리 결정해야 하는 농민들은 향후 수취할 생산물가격을 알 수 있다면 자신의 농지와 자본규모, 기술 수준에 따라 최적의 생산·판매 의사결정을 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수급의 조그만 차이에도 급등락하는 농산물가격은 좀처럼 예상하기 어렵다. 이를 ‘가격의 불확실성’이라 하고, 이로 인한 손실의 가능성을 ‘가격위험’이라 한다.

가격 불확실성은 농산물가격의 높은 변동성에서 기인한다. 짧은 기간 내에도 몇배씩 등락을 거듭하기 때문에 특정 시점의 가격을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합리적 경영은 가격의 불확실성에 묻히고 만다.

오랜 기간 가격위험을 겪어온 대부분 농가는 수확기 가격을 적당히 예상하거나 습관적으로 생산하고 판매한다. 그러다 한번 맞으면 큰돈을 벌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대부분 낮은 수익성과 파산위험에 상시 노출된 상태다. ‘로또 농업’이라 할 수 있다. 이런 농업이 성공할 리 없다.

농정당국은 이 문제에 대응해 다양한 정책을 도입했지만, 가격 변동성은 여전히 농가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높다. 공공비축 등 물량관리는 적시에 효과를 얻기 어렵고 상당한 비용을 수반한다. 가격이 일정 수준 이하로 하락하면 차액을 보전해 소득을 안정시키는 정책도 시장을 왜곡하고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낮은 대안으로 여겨져 퇴출됐다.

농산물시장이 완전히 개방된 자유무역협정(FTA) 시대에 농가는 국내외 가격 변동성에 스스로 대응해야 한다. 농가가 사용할 수 있는 선제적 대응책으로 가격이나 수급을 예측하는 관측사업이 있다. 그러나 관측된 가격에 대한 신뢰성은 낮고, 변동성은 여전히 높다.

농산물 수급구조와 가격 결정 과정의 복잡성, 그리고 이를 경제모형을 통해 분석하고 예측하는 과정의 어려움이 주원인이다. 관측에 필요한 필수 데이터의 부재도 중요한 원인이다. 특히 민간 재고와 도매시장 거래자료에 대한 정확하고 신속한 접근성을 확보하는 것이 시급하다.

농산물가격의 변동성을 줄이거나 가격을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은 애초 불가능할 수 있다. 이에 비해 수확기 가격이 어찌 되든 사전에 정한 가격에 판매할 수 있는 계약거래나 밭떼기거래(포전거래) 등 선도거래는 한층 효과적인 대응책이다. 그러나 선도거래는 거래비용이 많이 들고 계약 불이행 위험이 크다. 선도거래보다 훨씬 좋은 방법으로 선물거래가 있다. 선도거래를 제도화한 선물거래는 많은 투자자가 거래하기 때문에 거래비용이 적게 들 뿐 아니라, 미래의 가격과 거래량 등 중요한 정보가 시장 참여자에게 즉시 제공될 수 있어 가격 불확실성을 대폭 낮출 수 있다.

농산물 선물거래를 위해서는 대상 상품의 선정과 표준화, 관련 산업을 중심으로 한 저변 확대가 필요하다. 소득보전직불제 폐지로 가격위험에 새롭게 노출된 쌀과 가격 변동이 극심한 채소류, 그리고 식량안보에 중요한 옥수수와 대두 등 수입 곡물이 선물상품으로 고려될 수 있다.

선물시장에선 농산물가격뿐 아니라 단수나 날씨·재해 등 경영위험 요인도 상품으로 거래될 수 있다. 농산물 선물거래를 위해서는 농정당국의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와 함께 선물거래의 주체가 될 농산업, 식품·무역 업계 등의 관심과 참여가 이뤄져야 한다. 2008년 상장돼 최근 거래 중지된 돈육 선물시장의 실패로부터 교훈을 얻어야 한다.

양승룡 (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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