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두봉 칼럼] 잘못된 물가관리, 농민을 울린다

입력 : 2021-04-02 00:00

01010101501.20210402.900018260.05.jpg

농산물, 물가에 미치는 영향 미미

주거비 등 근원인플레이션 관리를

 

글로벌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21년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5.6%로 올렸고, 한국 경제성장률도 3.3%로 상향 조정했다. 세계적으로 대규모 재정부양책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보급이 확대된 덕분이다. 경제성장에 대한 기대와 더불어 인플레이션 위험도 커지고 있다. 중국이 경제 호조로 콩·옥수수·축산물 수입을 늘리니 국제 곡물가격이 상승했고, 국제 유가도 올랐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국제 곡물가격 상승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을 막고자 선제조치에 나서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서민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품목을 중심으로 가격 인상 요인을 줄이려 한다.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시장금리도 상승하기 때문이다. 금리가 상승하면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로 집을 샀던 젊은이들이 부채를 감당하기 어려워진다. 서민과 기업은 금융기관에 이자와 원리금을 제때에 상환하지 못하게 된다. 은행에 부실채권이 늘어나면 도산하는 기업과 실업자도 늘어난다. 인플레이션은 정치와 경제·사회 불안을 높이기에 정부는 이를 막고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최근 농산물값이 물가상승을 주도하고 있다고는 그 누구도 믿지 않을 것이다. 물가상승의 원인이 농산물값이라는 정부와 한은의 인식은 시정돼야 한다. 농산물이 물가상승의 원인인 것처럼 보이는 것은 소비자물가지수 측정 방식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이 발표하는 소비자물가지수는 2015년 기준 460개 조사 항목을 가중평균해 매월 산출한 결과다. 조사 품목과 가중치는 5년마다 변동된다. 2015년에 설정된 품목과 가중치가 지금의 현실을 반영할 리 없다.

최근 소비자가 체감하는 물가상승의 가장 큰 요인은 집값 등 주거비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서울 아파트값은 58% 상승했고, 전월세 가격도 ‘임대차 3법’으로 크게 올랐다. 소비자물가 상승의 주원인은 주거비인데도 소비자물가지수는 2015년을 기준으로 잡고 있다보니 주거비는 낮게 평가되고 농산물값은 상대적으로 높게 평가된다.

게다가 소비자물가지수는 비싼 농산물을 저렴한 농산물로 대체하는 효과를 고려하지 못하고 있다. 올초 한파와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로 대파·달걀·닭고기 값이 올랐다. 슬기로운 소비자는 대파 대신 쪽파·봄나물을 소비하고, 달걀이나 닭고기 대신 두부나 돼지고기를 더 소비한다. 따라서 소비자물가지수에서 차지하는 달걀·대파·닭고기의 가중치는 낮추고, 쪽파·두부·돼지고기의 가중치는 높여야 마땅하다. 하지만 소비자물가지수의 가중치는 5년에 한번 바뀐다. 무엇보다 농산물값은 실제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 식품 소매가격에서 농민이 판매하는 농산물값이 차지하는 비중은 15%도 채 되지 않는다. 식품 소매가격의 85% 이상은 최종 소비재인 식품의 가공·운송·포장·유통에 든 비용이다. 밥상물가를 관리하려면 농산물을 긴급 수입하는 단기 처방보다는 식품유통의 효율화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앞으로 물가상승은 근원인플레이션으로 파악해야 한다. 근원인플레이션은 소비자물가지수 조사 품목 중 농산물·석유 등과 같이 외부 충격에 취약한 품목을 제외한 물가상승률을 말한다. 농산물이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은 일시적이기 때문이다. 농산물은 자연과 기후에 영향을 받고, 값이 저렴하다고 더 소비할 수 없어서 수요와 공급이 가격에 비탄력적이다. 최근 서민들의 생계를 위협하는 것은 집값과 전월세 가격 폭등, 세금 폭탄이지 농산물값이 아니다. 농산물값은 저온피해·홍수·AI 등 일시적 요인에 의해 변동한다. 물가당국은 주거비와 같이 국민 복지에 영향을 미치는 근원인플레이션으로 물가를 관리하기를 당부한다.


한두봉 (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
 

ⓒ 농민신문 & nongmi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게시판 관리기준?
게시판 관리기준?
비방, 욕설, 광고글이나 허위 또는 저속한 내용 등은 사전 통보 없이 삭제되거나 댓글 작성이 금지될 수 있습니다.
농민신문 및 소셜계정으로 댓글을 작성하세요.
0 /200자 등록하기

기획·연재

많이 본 기사

최신기사

맨 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