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일 칼럼] 코로나 시대와 농업·농촌 가치체계

입력 : 2021-01-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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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 일변도보다 공공·공존 중요

농업·농촌도 대응 자세 변화 필요

 

지난해 우리 사회는 새해 벽두부터 전세계를 강타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로 감염상황 파악과 사회적 거리 두기 등 단기대책을 마련하는 데 급급해 사태의 본질과 구조적 문제에 대한 논의를 제대로 할 겨를이 없었다. 이제는 우리 시야를 과거와 미래로 확장해 당면한 현상의 배후에 가로놓인 근원을 직시하고 올바른 대응방향을 모색하는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그동안 자연재해·지구온난화 등 기후변화를 유발한 환경오염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코로나19와 같은 재앙이 언젠가는 닥쳐올 것이라는 예측과 신호가 많았다. 예컨대 2013년에 발간된 ‘유엔미래보고서 2040’은 세계인구와 가축 사육마릿수의 증가, 열대우림 파괴 등으로 인간이 동물 유래 전염병에 자주 노출되면서 가까운 미래에 치사율이 1% 이상인 새로운 호흡기 계통의 병원균이 출현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한 바 있다.

지난해 3월에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보고서는 코로나19의 발생양상이 세계화·도시화·기후변화로 인해 한층 빈번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염병이 특정 지역에서 발생해도 촘촘히 연결된 교통망으로 인해 36시간 이내 지구 반대편 도시로 확산될 수 있을 만큼 국가간 물리적 연결성이 높아진 상황이어서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에볼라·신종플루·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과 같은 글로벌 전염병이 과거보다 더 자주 발생하는 것은 세계인구 증가와 도시집중으로 인해 인구밀도가 높아졌고, 글로벌화로 바이러스 전파가 더 빨라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제시한 바 있다.

많은 전문가는 코로나19가 현대 세계의 체제를 뿌리째 흔들고 있어 우리 삶을 크게 바꿔놓을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한다. 코로나19 재앙은 그동안 이윤 극대화와 고성장을 최고로 여겼던 가치체계가 심각한 문제를 내포하고 있음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단적인 예가 선진자본주의 국가들의 의료시스템 붕괴다.

이제 인류는 성장 일변도보다는 공공과 복지를, 개별이익의 추구보다 공존의 가치를 되새겨보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앞으로는 자연환경, 산업과 일자리, 국가와 정치, 금융과 부동산, 삶의 태도와 방식 등 모든 측면에서 예상되는 변화를 적극 수용하고 그에 적응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 사회도 코로나19 대응이라는 현안을 넘어 인구감소, 급속한 고령화, 지역소멸 우려, 양극화와 과도한 격차 확대, 경제활력 저하 등 문제에 제대로 대응하기 위해 각자도생은 무의미할 뿐 아니라 불가능하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이러한 인식을 바탕에 두고 공존과 공생을 위한 사회적 연대를 통해 해결책을 찾아야 할 때다.

농업·농촌 역시 공익적 가치가 어느 때보다 강조되는 시대다. 농업·농촌은 다양한 사회 구성원에 대한 배려와 나눔을 실천하고 환경문제 해결에도 적극 참여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할 것을 요구받고 있다.

이에 농업·농촌에 관련된 민관 주체들은 종래 추상적인 농정 패러다임 전환 논의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지금의 농업·농촌은 초고령 시대 대응을 위한 변화와 혁신은 물론 ‘2050 탄소중립 선언’에 발맞춘 대응, ‘농촌공간계획’의 의미 있는 결실을 위한 대처, 메가 자유무역협정(FTA) 시대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알셉)’과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대한 사전대비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이러한 구체적인 핵심 주제들에 정면으로 맞서는 진취적인 자세가 필요한 때다.

정영일 (농촌사랑범국민운동본부 대표·서울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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