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호 칼럼] 농업의 뉴딜

입력 : 2020-12-04 00:00 수정 : 2020-12-07 15:51

01010101901.20201204.900008348.05.jpg

막대한 예산 투입될 ‘한국판 뉴딜’

공익직불제 시행 기반 마련 포함을

 

국회가 558조원에 달하는 내년도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사상 최대 수준이다. 눈길을 끄는 것은 K-뉴딜(한국판 뉴딜) 예산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 불황을 타개하고자 막대한 재정 적자를 무릅쓰고 K-뉴딜에 약 20조원의 예산을 책정했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뉴딜’은 미국의 프랭클린 루스벨트 행정부가 1929년 시작된 대공황을 타개하고자 1930년대에 내놓은 제도 개선 및 재정 지출사업들을 일컫는 말이다. 제도 개선을 위해서는 경제를 활성화하는 개혁, 저소득층의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한 조치, 농산물가격 안정정책 등을 시도했다. 재정 지출사업으로는 공공 근로사업, 기반시설 건설 등을 실시했다. 기반시설 건설의 대표적인 예는 테네시강 유역 개발공사(TVA)를 통해 테네시 계곡에 수많은 댐과 농업 관련 시설을 구축한 것이다. 미국이 루스벨트의 뉴딜정책이 계획한 대로 성과를 거둬 대공황을 극복하게 됐는지, 아니면 제2차 세계대전의 전시 호경기 때문에 대공황에서 빠져나오게 됐는지는 불분명하다. 금융정책을 선호하는 학자들은 뉴딜정책이 아니라 화폐량 증가가 경기 회복의 원동력이 됐고, 뉴딜정책보다 파산하는 은행을 구제하는 정책이 더 나은 결과를 가져왔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처럼 뉴딜정책의 성과에 대해선 여러 설이 있지만, 테네시강 유역 개발사업이 지역 개발계획에 근거해 농촌의 근대화 기반을 조성한 모범 사례라는 점에 이견을 내는 사람은 별로 없다. K-뉴딜에 테네시강 유역 개발사업과 같은 것을 포함할 수는 없을까?

현재 우리의 농업·농촌 정책은 전환기를 맞고 있다. 생산 지원 일변도에서 벗어나 공익직불제를 시도하고 있다. 공익직불제는 농민들이 농업·농촌의 공익적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힘쓰는 대가로 직불금을 지불하는 제도다. 11월5일부터 대상 농가에 공익직불금을 지급하고 있다. 공익직불금은 기본형과 선택형으로 나뉜다. 기본형 공익직불금을 받으려면 ▲공공 수역에 농약·가축분뇨 배출 금지 ▲영농폐기물 적정 처리 ▲영농기록 작성·보관 등 17개 사항을 준수해야 한다. 선택형 공익직불제 혜택을 받으려면 친환경 및 경관 보전 조건을 지켜야 한다. 

문제는 농촌의 농민들이 이같은 조건을 지킬 수 있는 기반이 갖춰져 있느냐다. 농약·가축분뇨를 안전하고 위생적으로 배출할 수 있는 시설, 친환경적인 폐기물 처리장, 고령농이 영농기록을 작성·보관하는 데 도움이 될 전자통신·행정 기반 등이 갖춰져 있어야 한다. 또한 풍경이 훼손된 지역의 조경을 복원해 보전할 만한 최소한의 경관을 마련해줄 필요가 있다. 

이들은 모두 K-뉴딜의 세가지 분야에 포함될 수 있다. 농약·가축분뇨 배출시설과 영농폐기물 처리장, 농촌 조경은 그린 뉴딜에 해당한다. 이러한 시설에 대한 원격·자동 관리와 영농기록 작성·점검을 위한 전자통신서비스는 디지털 뉴딜에 속한다. 고령농이 영농기록을 비롯한 준수 사항을 지킬 수 있도록 보살펴주는 도우미는 사회·고용 안전망 강화정책에 포함된다.

K-뉴딜을 통해 공익직불제 시행 기반을 확보함으로써 우리 국민이 더욱 충실한 농업·농촌의 공익적 가치를 누리게 되길 희망해본다.

이태호 (서울대 명예교수)
 

ⓒ 농민신문 & nongmi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게시판 관리기준?
게시판 관리기준?
비방, 욕설, 광고글이나 허위 또는 저속한 내용 등은 사전 통보 없이 삭제되거나 댓글 작성이 금지될 수 있습니다.
농민신문 및 소셜계정으로 댓글을 작성하세요.
0 /200자 등록하기

기획·연재

많이 본 기사

최신기사

맨 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