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일 칼럼] 한국 경제, 위기를 기회로 살리려면

입력 : 2020-04-27 00:00 수정 : 2020-05-01 13:49

성장잠재력 키울 정책 전환 이뤄져야 시장 존중·규제개혁 등 주요 과제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의 전쟁 속에서도 사람들의 관심은 이번 사태 이후의 경제 전망과 대책으로 향하고 있다. 대외의존도가 압도적으로 높은 한국 경제는 세계 경제 동향에 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다.

세계 경제 전망에 관해 두드러진 현상은 국제기구나 전문가들의 견해가 갈수록 비관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앞서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제위기가 2008년 세계금융위기보다 나쁘리라 전망했다. 최근엔 한걸음 나아가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악의 상황에 직면했다는 진단을 내놨다. 아울러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을 아예 마이너스로 전망하고 180개 회원국 중 170개국 이상의 1인당 국민소득이 감소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견해를 제시했다.

세계무역기구(WTO) 역시 최근 보고서에서 최악의 경우 올해 세계 상품무역이 전년 대비 32% 감소하고 세계 경제성장률은 -8.8%에 이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발전단계별로 볼 때 코로나19 충격의 최대 피해자가 될 신흥국 그룹의 올해 평균 경제성장률은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할 전망이다. 멕시코·아르헨티나는 물론 인도·브라질·러시아·중국까지도 역성장이 우려된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세계 10대 민간 예측기관의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평균 -1%에 머물러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올해 경제성장률이 1%대 또는 0%대에 머물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을 만큼 사태를 엄중하게 보고 있다.

문제는 내년 이후 우리 경제가 1997년 외환위기나 2008년 세계금융위기 때처럼 ‘단기 침체 후 급반등(V자)’ 할 수 있을지, 아니면 ‘침체 장기화 후 반등(U자)’ 또는 ‘침체 장기화로 회복불능(L자)’에 빠질 것인가다. 다수 전문가의 견해는 획기적인 정책 전환이 없는 한 V자형 급반등보다 U자형 또는 L자형의 완만한 회복가능성 쪽으로 기울고 있다.

정책 전환의 기본 방향은 잠재성장률을 크게 밑도는 실제성장률을 경제의 기초 체력이 발휘될 수 있는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서 찾아야 한다. 아울러 이를 위한 정책수단들을 체계적으로 동원해야 한다.

성장잠재력 제고를 위해 최우선돼야 할 시책은 시장왜곡을 줄여 노동·자본 등 부존자원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배분하고 자원의 유휴화를 최소화하는 시장원리의 존중이다. 시장 기능이 제대로 발휘된다면 시장은 생산요소의 효율적 이용에 물꼬를 터주는 자동조절장치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시장 실패는 별도의 제도장치를 통해 보완해야 한다.

이와 관련, 특히 중요한 과제는 노동시장의 유연화다. 경직적인 노사관계의 벽을 넘어 동일노동·동일임금 원칙의 실현과 신축적 노사관계의 확립을 위한 관련 주체들의 노력에 큰 진전이 이뤄져야 한다.

다음으로 강조돼야 할 과제는 규제개혁을 통해 창의적 혁신활동을 위한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다. 우리 경제의 많은 영역에는 4차산업혁명 시대의 혁신을 저해하는 낡고 불합리한 규제 입법과 행정조치들이 남아 있다. 이는 국내기업의 국제경쟁력 약화와 외국 기업에 비해 불리한 역차별을 초래하고 있다. 국내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저해하는 과도한 규제장치에 대한 획기적인 혁파 노력이 요구된다.

마지막으로 위기 극복을 위한 응급대책에 소요되는 재정·금융 정책수단이 우리 경제 최후의 보루인 재정건전성을 크게 훼손하는 일이 없도록 유의해야 한다. 기축통화국이 아닌 한국의 경우 재정건전성 확보는 국가신용등급의 유지나 국제적 신뢰 확보를 위한 대전제이기 때문이다.

정영일 (칼럼농정연구센터 명예이사장 서울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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