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동한 칼럼] 강원농업의 새 지평 ‘푸드테크’

입력 : 2019-12-04 00:00 수정 : 2019-12-04 23:36

생태환경·수도권 접근성 활용 농업 전략적 고도화에 집중을
 


지역의 작은 싱크탱크인 강원연구원은 ‘아침포럼’이라는 이름으로 매월 한번 조찬포럼을 열고 있다. 큰 규모의 포럼과 견줄 수는 없겠지만 제법 연륜이 쌓여 이제는 학습과 소통의 장으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도 받는다. 여러가지로 불비한 작은 도시에서 포럼을 시작할 때 가장 고민한 부분은 다름 아닌 ‘첫번째 포럼 주제를 무엇으로 할 것인가’였다.

기업유치·남북관계·관광·공동체 등 지역이 중점을 둬야 할 분야는 한두개가 아니었지만 결국 선택한 주제는 농업, 그중에서도 푸드테크(FoodTech)였다. 푸드테크란 음식(Food)과 기술(Technology)의 융합을 뜻한다. 4차산업혁명에 대응해 농식품분야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하면서 발생하는 새로운 산업이나 기존 산업에 부가가치를 더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보통은 스마트팜이나 스마트농기계와 같은 스마트농업, 스마트식품유통, 미래 대체식품, 기타 3차원(3D) 프린팅과 같은 다양한 ICT 융복합을 망라한다. 생산·가공·유통·판매 등 농식품산업의 모든 단계에서 이뤄지는 첨단 기술혁신이라 할 수 있다.  

강원도의 농업 여건은 시설채소 경지면적, 농가소득 등 제반분야에서 다른 지역에 비해 상당히 열악하다. 지금과 같은 통상적인 정책과 재원 투입으로는 앞으로도 농업분야에서 어떠한 비교우위를 갖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강원도 농정의 핵심은 지역의 타고난 비교우위와 물류 등이 개선되고 있는 환경에 서둘러 푸드테크를 접목시킴으로써 농업을 전략적으로 고도화시켜나가는 데 둬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강원도가 미래 농업에서 앞서나갈 수 있는 조건과 전략을 몇가지 들어보자. 우선 타고난 생태환경이다. 이러한 장점을 스마트농업과 집약적으로 연계시키는 것이다. 지금은 농사의 규모보다 청정과 가치가 더 중요한 시대다. 여기에서 강원도 농업의 활로를 열어야 한다. 예를 들어 접경지역 5개군(철원·화천·인제·양구·고성)을 이어 첨단·청정 광역농업벨트로 조성한다면 국내 최고의 브랜드 농업지대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이들 지역은 양구의 사과 사례처럼 기후변화의 결과로 조만간 과수·채소 분야의 최고급 작물을 석권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두번째는 접근성의 획기적 제고다. 서울과 강릉을 잇는 KTX, 서울양양고속도로가 이미 지역을 바꾸고 있다. 동서고속화철도(서울~속초) 건설도 진행 중이다. 이를 통해 늦은 밤부터 새벽까지 트럭에 실려 힘들게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으로 향하던 신선식품들은 철도에 올라 바로 전국으로 향하게 될 것이다. 나아가 수도권 근접성을 바탕으로 강원도가 대체식품 등 미래 농식품산업의 기지가 될 수 있다.  

남북 평화시대 농업협력 전초기지로서의 역할도 중요하다. 세계 유일의 분단도인 강원도는 북강원도와 오랜 교류의 기록을 갖고 있다. 향후 협력은 기존 농업 방식의 단순 전수를 넘어 상호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새롭게 정립돼야 한다. 강원도는 이를 선도하고자 하며 이러한 역할을 제대로 감당하려면 지역농업이 먼저 최첨단으로 무장돼야 한다. 특히 접경지역의 잠재력은 향후 남북 농업협력의 지평을 넓힐 것이다. 

물론 강원도가 푸드테크의 모든 분야에 나설 수는 없다. 잘할 수 있는 분야를 선정해서 집중해야 한다. 또한 패러다임 변혁을 위한 명확한 비전 설정은 물론 농업·농촌 커뮤니티와의 협력 도출이 전제돼야 한다. 지역의 정책 담당자들에 대한 동기부여도 중요하다. 쉽지 않을 것이라는 걱정도 없지는 않다. 그럼에도 푸드테크를 선도하는 강한 강원농업을 계속 꿈꿔나가고자 한다. 분명히 가능한 미션이며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육동한 (강원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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