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동한 칼럼] 마을공동체 지원, 이제는 획기적 전환을

입력 : 2019-10-16 00:00

유사사업 묶고 일회성 지원은 정리 지역주도형으로 틀 과감히 바꿔야
 


농촌은 우리 생명과 공동체의 뿌리이자 그 바탕이다. 힘들어도 함께 걱정하고 일궈나가야 할 현재와 미래의 영토임은 물론이다. 정부는 농촌의 경제기반 확충과 주거여건 개선을 위해 다양한 시책을 실시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마을공동체 지원사업으로, 주된 목적은 농업·농촌의 유지와 활성화다. 그런데 농림축산식품부 11개, 행정안전부 3개, 국토교통부 5개 등 여러 부처의 각종 마을사업을 모아보면 무려 25개가 넘는다. 각 시·도 역시 나름의 마을사업을 갖고 있음을 감안할 때 다양성을 넘어 혼란스러운 지경이라고 할 수 있다. 대부분 공모로 이뤄지고 있는 사업들은 각각의 취지에 따라 지역에 도움을 주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소멸로 상징되는 지금의 농촌현실에 이들 사업이 보다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하기 위해선 큰 방향의 전환이 절실하다. 

새로운 접근방식을 고민하기 위해 현재의 문제점들을 정리해본다. 우선 사업의 분절과 중복 심화다. 예를 들어 농촌체험의 경우 유사한 사업이 5개나 된다. 관리소홀과 예산낭비라는 지적도 끊이지 않고 있다. 둘째는 마을의 특성, 인구구조 변화 등에 대한 전반적인 진단 없이 공모를 통해 개별사업을 확보하는 형태이다보니 대부분 사업이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쉽지 않다. 나아가 더 역량 있는 마을이 더 많은 사업을 점하게 되고 열악한 곳은 지원에서 멀어지는 역설도 나타나고 있다. 인구감소로 소멸위험지역이 계속 늘어나는 절박한 여건에서 현재와 같은 형태의 사업이 과연 앞으로도 유효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강원도의 경우 1150개 마을 중 소멸위험 진입 및 고위험 마을의 합이 925개(80%)에 이른다.  

‘다다익선’이라고 하지만 많다고 꼭 좋은 것은 아니다. 실상은 온갖 은혜의 단비에도 대지는 점점 메말라가고 있다고 하면 과한 표현일까. 필자는 과거 많은 정책조정 역할을 담당했지만 소홀했던 영역이 적지 않음을 아쉬워한다. 그나마 지금은 지역현장에 있기 때문에 이를 제대로 볼 수 있게 됐다. 어느 시인은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못 본 그 꽃”이라고도 했다.  

농촌마을의 희망을 담보할 수 있는 마을정책 전환을 위해 몇가지 제안을 해본다. 우선 부처별, 부처 내 사업 통폐합이다. 유사사업은 묶고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사업, 현지에서 관리가 어려운 사업, 일회성 소액 지원사업 등은 과감하게 정리해야 한다. 두번째는 분절적인 지원은 가급적 배제하고 지역 스스로 마을을 진단하고 특성에 맞는 공간계획을 수립하도록 포괄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 병원으로 치면 과목별 치료가 아니라 종합진단을 통해 한꺼번에 제대로 처방하는 것이다. 이 경우 지역공동체 유지의 기본단위라 할 수 있는 학교, 복지 인프라와의 연계가 매우 중요하다. 마침 정부가 도입하고 있는 지역발전투자협약제도는 이런 방식을 담을 수 있는 넉넉한 그릇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세번째는 시·도 역시 조직 내에 분산돼 있는 마을업무를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한편 마을단위 종합계획 수립과 공동체 역량제고를 적극 지원하는 것이다.  

요약하면 현재 부처별, 개별 사업별로 이뤄지는 마을공동체사업의 틀을 마을 중심으로 완전히 바꾸자는 말이다. 나아가 지역에서 마을의 여건과 특성을 진단해 사업추진 여부를 판단하고 그 내용을 주도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는 분권과 자치 정신에도 부합함은 물론 눈에 뻔히 보이는 비효율·낭비를 제거할 수 있는 방안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는 그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부처간 이해문제 등으로 쉽지 않을 수 있다. 필자의 경험에 비추어 국무조정실이나 기획재정부가 나서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육동한 (강원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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