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하 칼럼] 저성장 시대의 농업, 위축될 필요 없다

입력 : 2019-09-18 00:00 수정 : 2019-09-18 23:09

벼농사 축소·농업 등한시해선 안돼 외국산 밀 대신 우리쌀로 돌아가야
 


경제성장률이 계속 하락하고 있다. 2017년과 2018년에 각각 3.2%, 2.7%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는 2.4%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경기순환으로 성장률이 하락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큰 문제가 없지만, 추세적으로 저성장 국면에 들어갔다면 여간 걱정이 아닐 수 없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은 2020년대에 2.2%로 떨어진 뒤 2030년대에는 1.9%, 2040년대에는 1.5%, 2050년대에는 1.2%로 하락할 것으로 예측된다.  

따지고 보면 경제성장률 저하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1980년대 후반에는 3저 호황(저유가·저금리·저달러)으로 한해 12%의 성장을 구가하던 시기가 있었다. 그러나 이후 성장률이 계속해서 낮아지더니 이제는 3%만 성장해도 괜찮다는 시대가 돼버렸으니 격세지감이다. 그렇다면 이대로 성장률이 1%대까지 하락하면 농업은 어떻게 될까? 

2018년 농림어업부문의 성장률은 1.5%였다. 이처럼 지금은 낮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지만 저성장 시대에 들어서면 농림어업이 오히려 저성장산업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본다.

2014년의 예를 들면 경제 전체는 3.2% 성장했지만 농림어업은 무려 5.1%나 성장했다. 전년도 성장률이 낮아서 생긴 기저효과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니다. 2013년에도 4.2% 성장해 전체 경제성장률 3.2%를 앞지른 바 있다. 저성장 기조 속에서 농림어업분야는 오히려 선전을 한 것이다.

1961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농림어업의 비중은 38.7%였다. 1999년에는 5.1%를 기록했고 2018년에는 1.8%로 줄어드는 등 국민경제에서 농림어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작아졌다.

1900년대초만 해도 농산물은 우리나라의 주력 수출품목이었다. 그때의 영화를 다시 누리기는 쉽지 않겠지만 과거의 사례를 통해 저성장 시대에 농림어업이 성장에 두각을 드러낼 수 있다는 희망을 엿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농업을 최근 몇십년간 추세의 연장선에서 미래에도 영락할 것이라고 보는 것은 잘못된 판단일 수 있다.

저성장 시대에서 농업은 더이상 위축될 필요가 없다. 저성장 기조 속에선 농업을 사양산업이라고 등한시하거나 농민을 동정의 대상으로 보는 시선이 줄어들 것이다. 최근 귀농·귀촌 인구가 늘어나고 있는 것도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저성장 시대에 자연적으로 나타나는 모습일 수 있다. 

따라서 저성장 시대의 농업정책은 농업을 사양산업으로 보고 벼농사를 축소시키는 방향으로 몰아가선 안된다. 글로벌 시대라고 하지만 우리는 어제 친구였던 나라가 하루아침에 적이 되는 세상에 살고 있다. 최근 한·일간 갈등이 고조되면서 제조업에서 소재산업의 자립 필요성을 지적하고 있듯이, 장기적인 안목에서 쌀과 같은 식량안보 중심축의 생산을 줄이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대부분의 공산품은 없을 때 생활이 불편할 뿐이지만 식량은 국민 생존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다르다. 벼농사는 현 수준을 지켜나가야만 할 것이다.

쌀을 지켜내려면 온 국민이 나서야 한다. 지난해 우리 국민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61㎏에 그쳤다. 현재와 같이 쌀 소비감소로 매년 쌀이 남아돌아서는 벼농사를 유지하려고 해도 할 수 없다. 무엇보다 외국산 밀에 익숙해지고 있는 우리 식습관을 쌀로 회귀시켜야 한다. 각고의 노력을 통해 우리 논과 밭에서 산출되는 농산물은 앞으로도 국민 식생활의 중심에서 그 위상을 지켜나가야 할 것이다.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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