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의 숲] 자기가 원하지 않는 것을 남에게 하지 않는 것

입력 : 2017-11-15 00:00

공자가 강조한 배려·공감 동서양 막론하고 중요시 여겨 실천 어려워 꾸준한 노력 필요

현대사회, 개인·이기주의 팽배 베풀고 양보하는 정신 있어야
 


2500년 전 중국 춘추전국시대의 철학자 공자에게는 무려 3000명의 제자가 있었다고 한다. 마치 오늘날의 대학처럼 공자에게는 전국 각지에서 수많은 제자가 모여들었다. 공자는 ‘유교무류(有敎無類)’, 즉 가르침에 차별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정신으로 출신성분에 관계없이 그들을 받아들였다. 수많은 제자 중에서 가장 뛰어난 제자들을 가리켜 공문십철(孔門十哲)이라고 하는데, 그중에서 자공(子貢)은 언변에 가장 뛰어난 인물로 꼽힌다. 특히 자공은 외교술과 경제적 능력이 뛰어나 당시 사람들로부터 스승인 공자보다 더 뛰어난 인물로 꼽히기도 했다.

<논어> 자장 편을 보면 노나라의 대부 숙손무숙, 자공의 제자 진자금과 같은 인물들은 ‘자공이 공자보다 훨씬 더 현명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자공은 “내가 스승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은 하늘에 사다리를 놓아서 하늘에 오르지 못하는 것과 같다”고 겸손하게 자신을 낮추었지만, 오늘날의 세태처럼 그 당시에도 세속적인 능력과 성공을 가장 높이는 풍조가 있었던 듯하다.

하지만 자공은 스승인 공자로부터는 군자(君子)로 인정받지 못했다. 능력은 뛰어났지만 학문과 인격 수양 면에서는 부족함이 있다고 공자는 여겼던 것이다. 자공이 공자에게 물었다.

“한마디 말로 평생토록 실천할 만한 것이 있습니까?”

공자가 대답했다.

“그것은 서(恕)다. 자기가 원하지 않는 것을 남에게 하지 않는 것이다.”

서는 같을 여(如)와 마음 심(心)으로 이뤄진 글자로 ‘마음을 같이하다’라는 뜻이다. 배려·공감 등으로 해석될 수 있는데, 공자의 핵심철학인 인(仁)을 이루기 위한 실천덕목이라고 할 수 있다. ‘자기가 원하지 않는 것을 남에게 하지 않는 것이다’는 서를 알기 쉽게 풀이해준 글이라고 할 수 있다. 원문으로는 ‘기소불욕물시어인(己所不欲勿施於人)’으로 <논어>를 비롯해 많은 고전에 거듭해서 실려 있다. 다른 사람의 입장이 돼보는 ‘역지사지(易地思之)’, 내 마음의 잣대로 다른 사람의 심정을 가늠하는 ‘혈구지도(絜矩之道)’, 내 처지로 미루어 다른 사람을 생각한다는 ‘추기급인(推己及人)’ 등 고전에 실려 있는 많은 성어도 모두 포괄적으로 같은 의미를 가졌다.

그만큼 중요한 덕목이기도 하지만 평범한 사람들은 쉽게 실천하기 어렵기에 거듭해서 많은 고전이 강조하는 것이라고도 생각할 수 있다. 실제로 자공이 “저는 남이 저에게 하지 않았으면 하는 것을 남에게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라고 말하자, 공자는 “그것은 네가 쉽게 해낼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고 대답하기도 했다. 자공은 예전에 스승이 가르쳤던 말을 잘 기억하고 그것을 열심히 따르겠다고 말했던 것이지만, 공자는 그것은 쉽게 해낼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그 자리에서 잘라 말했다. 다른 사람의 입장이 돼보는 것은 끊임없는 자기수양과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던 것이다. 서의 정신은 동양뿐 아니라 서양에서도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인정되고 있다. 서양문화와 철학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성경>은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고 했다. 3세기께 로마황제 세베루스 알렉산더가 이 문장을 금으로 써서 벽에 걸어두고 계속 마음에 새겨 ‘황금률(golden rule)’이라고 전해지고 있기도 하다. ‘황금률’이라는 명칭은 윤리와 도덕, 그리고 사람과의 관계에서 지켜야 할 가장 소중한 가르침이라는 의미다. 이처럼 동서양을 막론하고 상대방의 처지에서 생각하고, 상대방을 나 자신처럼 생각하라는 가르침을 주는 것은 세상을 아름답고 질서 있게 만들어가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오늘날은 개인주의나 이기주의가 팽배해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풍조가 지극히 아쉬운 시대다. 학교교육이나 가정교육에서도 성공 위주의 가르침으로 인해 다른 사람의 입장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교육이 많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럴 때일수록 먼저 베풀고 양보하는 정신이 필요하다.

“한평생 길을 양보했지만 100걸음도 뒤처지지 않았고, 한평생 밭두렁을 양보했지만 밭 한구역도 잃지 않았다.” <명심보감>에 실려 있는 글이다. 양보하고 베풀수록 더 많이 채워지고 풍요롭고 행복한 삶이 된다.
 



조윤제는…▲인문고전연구가 ▲저서 <천년의 내공> <말공부> <인문으로 통찰하고 감성으로 통합하라> <내가 고전을 공부하는 이유>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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