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D집다] ‘수미’ 말고 다른 감자를 심고 싶다

입력 : 2021-05-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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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다. 밖에서 ‘우릉우릉’ 트랙터 소리가 들리면 올해의 농사가 시작됐다는 걸 실감하게 된다. 다품종 소량생산 노지농사인 우리 농장은 무얼 어디에 얼마큼 심을지 고민하며 봄을 맞이한다.

이 봄, 첫번째로 심은 작물은 완두와 감자다. 완두는 우리가 씨앗을 받아 심지만 감자는 씨감자를 사다 심고 있다.

보통 ‘감자’ 하면 떠오르는 건 아마 <수미> 감자일 것이다. 다른 품종은 이름도 모르는 경우가 대다수일 것이고, 농자재상에 씨감자를 사러 가도 역시나 <수미>가 제일 많다. 우리는 <수미> 말고 다른 종류를 심으려 하는데 읍내의 농자재상에 있는 <수미> 외 품종은 <자영> <홍영> 정도고, <단오>나 <남작>은 있을 때 얼른 사야 할 정도의 소량만 입고된다.

인터넷으로 주문하지 않거나, 주문할 능력이 없다면 농민들은 동네 농자재상에서 파는 것을 사게 된다. 그렇게 우리는 읍내 가게에 들어오는 대로 <남작>과 <단오>를 번갈아가며 심고 있다.

동네 농자재상은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그대로 보여준다. 잘 알려지지 않은 품종은 시장에서 팔리지 않고, 그러다보니 동네 가게에선 씨앗조차 판매되지 않는다. 팔리지 않는 것은 살아남을 수 없다.

이러한 선택지 부족을 고구마를 살 때도 똑같이 느낀다. 꿀고구마가 달고, 달아서 맛있다고 생각하기에 그것만 판다. 물고구마나 밤고구마를 심고 싶어도 찾기 어렵다.

왜 이렇게 됐을까? 단맛이 맛의 절대적인 기준은 아닐 텐데 과일이고 채소고 대부분 당도가 높은 것만 상품이라고 이야기한다. 달고 시원하고, 짭짤하고 아삭하고, 달지만 시고, 달고 씁쓸하고 등등 서로 다른 맛의 균형이 필요하지 않을까?

과거 아일랜드에선 감자역병이 돌아 그해 감자 부족현상이 발생한 바 있다. 이처럼 하나의 품종에 너무 의존하면 그 작물에 문제가 생겼을 때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삶을 영위하기 때문에 사회가 균형적으로 존재하는 것처럼, 농사도 다양한 작물과 함께함으로써 전체의 안정성을 이룰 수 있지 않을까. 특히나 지금의 기후위기 사회에서는 말이다.

종종 생산량이 너무 많아 가격 폭락으로 농민들이 수확을 포기하고 갈아엎어 버리는 작물에 대한 뉴스를 보게 된다. 이런 것을 보면 우리 사회는 농산물의 절대량이 아니라 다양성이 부족한 상황인 듯싶다.

지금 미디어에서 먹방·쿡방이 대세인 것은 사람들이 자신의 취향을 알아가고 요리하는 경험을 쌓아감에 따라 다양한 음식문화가 생겨나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다양한 품종의 감자가 있다는 걸 알고 각 품종의 특징을 알아보며, 내가 좋아하는 감자는 어떤 것인지, 어떤 요리에 어떤 감자가 어울리는지 생각해서 구매하고 사용할 수 있다면 수확량과 크기만 따지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감자를 재식·판매하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그렇게 된다면 누가 어떻게 키운 작물을 구매할 것인지 고려할 수 있을 만큼 소비자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고 농민들도 자신의 밭과 작물, 농사방법에 대해 더 이야기할 수 있지 않을까. 좀더 다양한 품종들이 심기고 판매되고 살아남는 사회가 되길 바라본다.

안정화 (종합재미농장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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