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D집다] 식물성고기가 동물복지 위한 일인가

입력 : 2021-05-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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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5년간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와 구제역으로 살처분된 가축 7200만여마리’ ‘미국에서 광우병 감염 소 발견’ ‘가축사육에 따른 전세계 온실가스 배출량 매년 증가’ 등 축산업에 대한 부정적인 내용의 뉴스가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육식으로 인해 현대인의 암 발생 위험이 16% 증가했으며, 축산업에 쓰는 농업용수가 전체 농업용수의 29%를 차지했다는 등의 보도도 나오고 있다. 이런 뉴스를 접하면 축산업은 인간에게 해로운 것처럼 느껴진다.

그 여파 때문인지 최근 비건(Vegan)이라 불리는 채식주의자와 이들을 위한 전문 레스토랑이 증가하는 추세다. 덴마크에선 채식주의 식당이 10년 새 5배나 증가했으며, 우리나라도 10년 동안 그 수가 40% 이상 늘어난 것으로 파악된다. 여기에 영화배우 리어나도 디캐프리오와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빌 게이츠 등 저명인사들이 식물성 고기에 투자해 채식주의가 더욱 주목받고 있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는 가축사육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그러나 식물성 고기만 건강하고 축산업은 해롭다는 이분법적인 사고는 잠시 거둘 필요가 있다. 식물성 고기가 진정한 해결책인지도 근본적으로 고민해봐야 한다. 우선, 육류의 식감·풍미를 만들기 위해 제조 과정에서 사용되는 기술이나 첨가물이 더 큰 환경 파괴를 불러올 수도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생산에 필요한 가공기술이 가축을 사육하는 것보다 실제로 환경을 덜 오염시키는지에 대해 인류는 면밀히 검증할 기회가 없었다.

게다가 식물성 고기만이 건강한 것은 아니다. 소·돼지·닭은 매우 오래전부터 인간에게 반드시 필요한 단백질을 제공해왔다. 식물성 고기가 실제 육류에 있는 영양소 그대로를 인간에게 줄 수 있을까?

그리고 무엇보다 무작정 육류 섭취를 줄이는 것이 과연 지구온난화·환경오염 등에 대한 해법이 될 수 있는지도 신중하게 따져봐야 한다.

인간·동물·식물은 모두 생태계에 없어서는 안될 존재들이다. 현재 발생하는 대부분의 환경문제가 기존에 있던 것이 사라지고, 기존에 없던 것이 새로 들어오면서 생태계 교란이 일어나 생긴 것인 만큼 어떤 것을 인위적으로 배척한다면 우리가 예측하지 못하는 심각한 문제를 발생시킬 수도 있다. 식물성 고기도 결국엔 사람이 만들어서 생태계에 ‘투입’시키는 인공(人工)적인 존재 아니던가. 식물성 고기만이 해결책이라는 생각은 인간의 또 다른 오만 아닐까? 지구는 사람만 사는 곳이 아니며 인간도 거대한 자연의 일부일 뿐이다. 모든 것이 순환된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된다.

식물성 고기 섭취가 동물성 고기 섭취로 인해 발생하는 질병을 예방하고 가축 사육마릿수를 줄일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결국 식물성 고기도 제조공장에서 찍어내는 가공품의 일부다. 따라서 무작정 육류 섭취를 식물성 고기로 대체하거나 채식을 하는 것보다는 동물복지 개선 방법을 찾는 것이 우선이다.

동물의 습성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동물이 본능대로 행동하며 스트레스를 덜 받을 수 있도록 적정 공간을 확보하는 등 인간이 아니라 동물이 진정으로 원하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환경·인간·동물 모두를 위한 것이 아닐까.

인류는 지금 앞으로의 방향을 결정할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무언가를 없애는 것보다는 모두가 함께 공존하고 상생하며 발전하는 방향을 찾는 것이 의사결정 과정에 반드시 필요한 시점이다.

이정원 (미녀농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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