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D집다] 트렌드 포착, 농업에도 필요하다

입력 : 2021-04-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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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부모님과 함께 운영 중인 화훼 농장에는 다양한 화훼 작물이 있다. 그중에는 40년 전, 처음 시부모님이 농장을 시작할 때부터 함께해온 분재들도 있다. 작은 화분 안에 있지만 가지의 선 하나하나가 살아 있다. 봄을 맞아 작은 꽃망울을 터뜨리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식물의 힘에 놀랄 따름이다. 이렇게 시부모님의 정성과 오랜 세월이 쌓이다보니 농장에는 억지로 흉내 낼 수 없는 ‘작품’들이 즐비하다.

그러나 사람들의 거주나 생활 형태가 변화하면서 분재에 대한 관심은 일부 마니아층에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됐다. 내가 막 화훼 일을 시작한 2017년에는 다육식물이 한창 인기가 좋았다. 또 올리브나 유칼립투스·코로키아 등 이름도 낯선 수입 식물들이 인기몰이를 했다. 그래서 나는 ‘오래된 분재의 시대는 갔다’고 생각했다. 우리 농장도 변화를 꾀하며 분재를 등한시하고 새로운 작물인 선인장과 다육식물에 공들였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모던 분재’라는 것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등장했다. 일본의 모던 분재 아티스트인 겐지 고바야시의 분재 브랜드 시나지나(Sinajina)의 작품을 시작으로 ‘MZ세대’라 불리는 젊은층 사이에서 분재를 재해석하는 새로운 분재 스타일이 만들어진 것이다. 이같은 인기에 힘입어 인기가 시들해졌던 과거 분재로까지 관심이 번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당시 나는 ‘누가 저런 할아버지 느낌 나는 식물을 좋아하겠어’라며 새로운 유행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시부모님도 ‘모던 분재는 전통 분재가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그러나 우리의 생각은 틀렸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우리는 우리가 하는 방식이 옳다고만 생각하고 농사의 결과물을 소비하는 소비자의 마음을 읽지 못했다. 실제 모던 분재의 등장 이후 이같은 스타일의 분재만을 전문으로 취급하며 판매와 클래스를 진행하는 다양한 식물 가게들이 생겨났다. 나아가 다양한 상업 공간에서 분재를 공간 연출의 하나로 활용하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게 됐다. 우리는 오랜 경력을 강점으로 삼았지만, 그만큼 생각이 고착화해 새로운 것에 대해선 관대하지 못했다.

농사짓는 모든 이들의 고민은 판로다. 우리 또한 마찬가지다. 우리가 정성으로 키운 자식 같은 아이들을 어떻게 더 많은 소비자에게 알리고 판매할지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농사짓기도 바쁜 와중에 각종 SNS과 라이브 커머스(실시간 상거래)까지 배운다. 나라에서도 이같은 방향으로의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소비자의 생각과 라이프 스타일이 아닐까 한다. 우리가 갖고 있는 작물과 그 장점을 현재의 소비 트렌드에 어떻게 녹여내느냐가 더 중요한 것이다. 특히 살아가는 데 반드시 필요한 식용 작물이 아닌, 보고 즐기는 화훼 작물은 트렌드에 더욱 민감해야 한다고 본다.

물론 화훼 농업에는 소비자들을 매료시키는 강력한 공식이 있긴 하다. 식물은 우리가 들이마시는 실내 공기를 정화해준다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이제 소비자의 니즈(욕구)는 화훼를 통해 공기 정화 이상의 무언가를 얻고 싶어 한다. 특히 화훼 농업의 새로운 마켓으로 떠오르고 있는 20∼30대의 트렌드를 함께 연구하고 분석해 기존의 작물도 새롭게 해석·개발해 나간다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침체된 화훼농가에 새로운 활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보현 (바이그리너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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